[김정원] 지코가 최근 활발하다. 《Show Me The Money 4》에 이어 「말해 Yes Or No」를 발표하고, 이번에는 좀 더 대중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스타일로 접근성을 띠었다 (실제로 음원 차트 1위를 따내기도 했다). 그만큼 「Boys And Girls」의 프로덕션은 트렌디하고, 가사는 장난스럽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이 표방하고자 한 간지(?)는 「Loyal」(2014), 「Ayo」(2015) 를 함께 부른 Chris Brown과 Tyga다. 이들은 DJ Mustard를 위시하여 새롭게 등장한 장르 래칫(ratchet)에 팝적 요소를 잔뜩 가미한 비트 위에서 합을 주고받으며 안정된 조합을 보여준다. 특히, 가벼운 톤의 신스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뒤엉킨 훅은 이 곡을 더욱 팝적으로 들리게 한다. 하지만 이는 다소 유치하게 들릴 가능성도 있다. 음악과 영상이 가진 구조의 경우에는 레퍼런스가 과도하게 드러나기만 할 뿐, 자기화되지 못해 큰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또한, “아름다운 여자는 대접 받아야 해”, “저 고주망태는 누가 낚아 챌는지”와 같은 가사는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끊임없이 제안되는 지금 이 시기에 시대착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가사의 전반적인 흐름이 파티의 장면 장면을 작위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차트 성적과는 무관하게 힘이 많이 들어가 부담스러운, 자연스럽지 못한 파티 넘버라 하겠다. ★★★

[박상준]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먼저, 지코가 구사하는 플로우는 힙합 비트의 정형적인 맥락과 기본에 충실한 딜리버리의 목적보다 곡 전반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힙합이라는 명제와 분리된 지점에서 디자인에 집중한다는 뜻. 가사도 이에 맞춰 파티장에서 가볍게 건네거나 통보를 하듯이 특정 상황을 연상케 하는 단어와 어투로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건 사운드인데, 과장 없이 수천번은 들어봤을 이 베이스와 뿅뿅대는 신스, “우어- 우어-”를 포함한 온갖 클리셰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Chris Brown과 Trey Songz가 파티튠으로 제작할 트랙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의 SM발 아이돌, 그 이후에 잠깐 유행했던 ‘지긋지긋한 미디엄템포 사랑노래’다. 이게 나쁜 게 아니다. 지금의 랩-발라드도 만만찮게 허접하거든. 이와중에 「Boy And Girls」는 기분 나쁠 정도로 꾸덕한 훅에 랩을 얹기만 하는 것 대신 랩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한국식 사랑노래’의 가장 진화한 형태라 할 만하다. 그리고 어쩌면 도외시 했을 소스들을 끌어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율한 지코의 프로듀서적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정할 여지 없이 최전선이다. ★★★☆

[정병욱] 지난 「Tough Cookie」(2014)와 방송 활동 등을 거치면서, 힙합 뮤지션 지코 혹은 힙합 프로듀서 지코의 이름은 대중에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국내 힙합의 지분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상승세의 메인스트림에 위치하는 그에게, 여전히 따라붙는 아이돌 딱지가 도리어 실례에 가까울 만치 능숙한 비트 메이킹을 들려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이번 「Boys And Girls」처럼 자신의 경계적인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가볍고 화려한 이미지와 동시에 약간의 시니컬함, 귀여움과 악동 이미지의 섹시함이 교차하는 가사와 래핑은, 밝은 톤의 비트와 어울려 그만의 느낌으로 종합된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랩 스킬과 별개로, 비트의 해외 레퍼런스에 대한 의문 혹은 기청감은, 노래의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