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아진의 곡을 들으면서 캐스커를 떠올리는 일은 불가피하다. 융진 대신 아진을 끼웠다는 생각도 든다. 형국만 놓고봤을 때는, 더블유의 배영준이 프로듀싱한 쥬비가 생각났다. 차이는 딱 더블유와 캐스커의 차이. 그렇다면 아진은? 아진의 곡은 어느 시점에서 캐스커보다 더 인공적으로 들린다. 이것은 칭찬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 절제할 수 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한다면’은 아진이 듣는 이에게 권하는 제목인 셈이다. 티를 내지 않으면서 자기 혼자 날아다닌다. 묘함이란 이런 데서 오기 마련이다. 파스텔이 ‘도입한’ 뮤지션이 아니라, 파스텔이 ‘만든’ 뮤지션의 자그마한 성과. ★★★☆

[김성대] 거스를 수 없는 유행이 되어버린 레트로 성향을 그대로 흡수한 싱글이다. 이 곡을 들으며 80년대와 90년대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30대 또는 그 이상의 연령대일 것이다. 늙었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음악의 색깔과 수준이다. 뇌쇄적인 재킷 사진 덕분에 뭇남성들에게 좀 더 어필할 이 싱글은 사실 음악적으론 딱히 칭찬할 구석이 없다. 다만 대중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었을 땐 과거에 중독된 대한민국의 어떤 세대에겐 충분히 어필할 것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에 버려진' 당신 또는 나는 그렇게 이 곡에 취한 채 환호할지도 모른다. 음악은 결국 그런 것이다. ★★★

[김용민] 사실 이 곡의 특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얇게 포를 뜬, 점 단위 일렉사운드는 기존의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아진의 보컬 또한 프로듀서인 준오(JUUNO)를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특징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의 관점 보다는, 준오의 전작 『Shift』(2014)에서의 과정으로 보면 조금 더 견고하게 들린다. 확실히 「원한다면」은 저 앨범의 연장선에 있고, 백 사운드 또한 비교해 들어보면 더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그리고 믹싱 과정에서 보컬의 명확성을 염두 해 둔 듯, 이 계열 치고는 개성이 잘 드러나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여러모로 전자음의 치기보다는 견고한 매력을 목적으로 둔 듯하며, 프로듀서와 뮤지션의 매력 어느 한쪽 놓치지 않은 좋은 균형감의 곡이다. ★★★

[열심히] 신스 사운드나 클랩 사운드의 활용 등에서 80년대 신스팝의 영향을 어렵사리 느낄 수 있는, 레트로 지향의 팝 싱글입니다. 의무적인 기승전결보다 반복적으로 후렴구를 배치하는 구성이나, 곡 위로 부유하는 듯한 음색과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후렴구의 보컬 트랙 배치가 인상적. (확실히, 아진의 음색은 본작의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했다는 캐스커가 애정하는 스타일이죠.) 코러스 라인과 메인 보컬을 디테일하게 다듬고 재배치한 후렴구에 비해, 곡 위로 그냥 붕 뜬 것 같은 A-B 파트의 단촐한 보컬은 상대적으로 아쉽습니다. 곡 또한, 영민한 기획 방향에 비해, 슬금슬금 자연스레 넘어가긴 하나 그 이상을 남기기에는 반끗발 부족한 채로 마무리됩니다. 해당 장르/스타일의 관습화된 사운드 소스들이, 처음에는 익숙한 몰입을 유도하지만 곡 내내 반복되면서 다소 빤한 잔향으로 마무리되는 인상. ★★★

[정병욱] 3분이 채 되지 않는 감상용 전자음악으로서 앨범 내에서도 가장 짧은 재생시간에 듣기 평안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부유감과 가벼운 톤의 혼재가 특징적이며, 밝은 멜로디풍의 EDM이라는 점에서 DDR(Dance Dance Revolution) 열풍을 이끌었던 해피 하우스 계열의 음악들을 상기시킨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중심의 사운드 빌딩 및 신비감을 더하는 소녀와 숙녀 경계의 보컬 하모니는 Ladytron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 같은 특성들이 아진만의 색깔을 보여줬다고는 보기 어려워 아쉬운 감이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제격인 보컬 톤과 멜로디에 잘 붙는 가사에 대한 감각은 기대감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