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 Out #10-5] 퓨어킴 「은행」

퓨어킴 『Purifier』
2,36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9
Volume EP
레이블 미스틱89

[권민기] ① 김예림의 「All Right」과 박지윤의 「Beep」 같은 곡을 들으면서 새로 깨달은 사실은 윤종신이 가벼운 디스코 리듬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디스코는 한국에서 적당히 가볍고 대중적이면서 '소울풀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이 사용되는 장르 형태이다. 'K-Pop'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채 통용되고 있는 메인스트림의 댄스 음악 역시 디스코의 리듬과 그 시대의 이미지를 줄곧 차용해왔기에, '윤종신'의 감수성을 Mystic89 소속 아티스트들에게서도 바란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박지윤이나 김예림과 같이, 대중에게 인지도는 있을지언정 음악적으로는 비교적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에 그친 아티스트들에게는 이러한 대중적인 전략 역시 제법 괜찮은 첫 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 ② 문제는 퓨어킴이다. (영어 앨범인 『Mom & Sex』(2012)을 제외한다면) 『ㅇ(이응)』(2012)이라는 앨범을 내놓기는 했지만, '장기하'의 성공이 희미해진 이후에도 줄곧 한국 인디 팝 씬에 관심을 가져온 소수의 청자가 아니라면 그녀에 대해 알기란 쉽지 않다. 「은행」은 대중이 퓨어킴에 대해 (음악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한 올의 실마리마저 끊어버리는 작품이다. ③ 『ㅇ』의 싱글, 「오」의 뮤직비디오에서 퓨어킴은 자신을 낡은 대관람차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을 가상의 청자를 바라보며, 좁은 대관람차 속에 그와 마주 앉은 채, 입을 '오'물 거리며 노래한다. - "오빠같은 사람은 없어요. 오빠닮은 사람도 없어요." 퓨어킴은 (싸구려 포르노의 영역인) 관음을 (은밀한) 연애의 장으로 불러내고, 청자로 하여금 야릇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가수다. 그러나 디스코는 은밀하지 않다. 화려한 디스코의 리듬 속에 퓨어 킴의 매력은 지워진다. 「은행」이 뻔할 지언정 상당히 잘 짜여진 디스코 트랙임을 생각하면, 이는 퓨어킴에게도, 「은행」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④ 퓨어킴은 단어 하나 하나가 가지는 소리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뮤지션이고, 그녀가 쓰는 가사에는 때문에 리듬감이 넘친다. 이 매력은 「은행」에서도 적용된다. 고-오-모(두)-공(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모음으로 관능적인 느낌을 내거나, 「은행」라는 제목을 의식한 듯 (Money와 비슷하게 들리는) '많이'로 벌스를 마무리 짓는 등, 퓨어 킴의 센스있는 가사가 이 곡을 듣는 그나마의 위안이다. ★★★

 

[박병운] 이중 모음의 제명으로 "비교가 불가능한 완벽함 / 소 한마리 사주세요." 같은 가사를 쓰던 사람이 정석원의 작업물 안에서 풍성한 편곡 장식을 달게 되었다. 특유의 고혹적인 보컬과 예의 다른 가사(를 두고 보도 자료는 유난히도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는 나름 보전해 왔으나, 세상의 시선에 알맞게 보정된 후 ‘적당한 4차원 분위기’ 담당으로 카니발에 초대된 듯한 어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산하게 단조로웠으나 숱한 이야길 보태고 싶었던 ‘미스틱89’ 이전의 결과물들과 달리 장식을 덧댄 탓인지,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풍선껌에 바늘이라도 찔러댈 기세의 개량 탓인지 살펴봐야겠지만 소위 말하는 ‘광휘’는 빛을 다소 잃었다. ★★☆

 

[열심히] 프로듀서 윤종신과 정석원은 퓨어킴의 이미지를 나침반으로 삼았으나, 싱어송라이터였던 그녀의 기존 음악을 발전 혹은 연장시키진 못했습니다. 도리어 이전 음악에는 없었던, 덜그럭거리는 충돌이 생겼죠. 정석원 특유의 사운드 디테일은, 그녀의 간명/강렬하던 기존 이미지를 흐립니다. 가사로, 보컬로 정체성을 붙잡으려는 퓨어킴의 노력도 곡의 목소리가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자 이전의 아우라를 못 내고요. 에디킴처럼 그냥 내버려두고 필요한 부분들만 도와주는 게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은행
    퓨어킴
    정석원
    정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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