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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14] 클래지콰이 『Love Child Of The Century』 : 팝 스테디 셀러의 비밀

클래지콰이 『Love Child Of The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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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매력이 뭘까? 이를 테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Lover Boy」 같은 것이다. 적당한 비트와 적당히 가끔 나서주는 신시사이저가 클럽의 발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후렴부에서 적당하면서도 한편으론 필살기인 훅을 내보이는 것이다. “달콤한 사랑이여/ 잔인한 사랑이여” 여기에 알렉스와 호란의 적당한 혼성 조합까지 얹어지면 클래지콰이 특유의 믹스는 완결을 이룬다. 믹스의 미학이랄까? 이것이 상업적으로 의도된 것이든 아니면 우연히 도출된 결과이든, 아무튼 독특한 조합의 묘미를 선사하는 건 듣는 입장에서 즐거운 일이다. 지난 앨범 『Color Your Soul』(2005)에선 「Sunshine」이 그랬다. 퍼커션과 기타와 베이스는 보사노바의 기운을 적당히 머금었고 귀에 들어오는 듯 마는 듯 했던 후렴구는 썩 괜찮았다. ‘나 훅이거든? 그러니까 귀 기울여 들어줘잉~’ 하며 매달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보다 앞선 『Instant Pig』(2004)에선 「Flower」가 그랬다. 적당한 브레이크 비트는 미약한 스트링과 소곤소곤 섞였고 알렉스와 호란이 조합한 후렴구는 단순한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호소력을 행사했다. 적당한 낭만과 적당한 센티멘탈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강렬하지 않고 미적지근하다는 얘기? 

아니, 그 방향이 아니다. 클래지콰이의 몇몇 트랙은 분명 대도시 젊은이들의 심상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이를 테면 ‘쭈뼛쭈뼛’ ‘뾰루퉁’ ‘뭔가를 숨긴 환한 미소’ 이런 것들. 필자는 이런 것들이 클래지콰이의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히 해둘 것은, 심상의 핵을 직통으로 찌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클래지콰이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은 어떤 피부이다. 피부로 드러나는, 감각이 드러내는 애매한 중립. 핵심은 어떻든 간에 이 중립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아무튼 클래지콰이는 이 구석을 건드렸다. 『Instant pig』의 「I Will Never Cry」와 『Color Your Soul』의 「다시」, 그리고 이번 앨범의 「생의 한가운데」가 나머지 증거들이다. 특히나 알렉스와 호란의 보컬 조합은 결정적 센스라 할만하다. 역시나 ‘적당한’ 바이브레이션을 가진 두 남녀는 서로 마주보고 한 소절씩 주고받는 극적 드라마 송의 커플이 아니라, 메인 보컬과 백 보컬을 별다른 경계 없이 드나드는 하나의 중성적인 캐릭터를 연출해낸다. 이 매력적인 인간미, 이 성과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식상함은 뭘까? 마찬가지로 적당한 믹스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묘미로까지 전진하지 못하고 그냥 ‘적당함’에서 눌러앉아버린다면, 보나마나 식상할 수밖에 없다. 이건 클래지콰이가 『Instant pig』때부터 지금의 『Love Child Of The Century』까지 초지일관 감수하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다. 총 결과물의 50% 정도를 이루는 이 한계치들이 별 뜻 없이 계속 전시되고 있는데, 이를 테면 이번 앨범의 「Last Tango」, 「피에스타」, 「Next Love」 3종 세트가 그렇다. 「Last Tango」의 아코디언과 멜로디언 활용은 너무 이례적이라 ‘확연한 어쿠스틱 분위기가 한 두 개 정도는 있어야죠^^’ 라는 전략이 정직하다 못해 따분한 케이스고, 「피에스타」의 ‘도시를 벗어나 남쪽나라 휴양지로~’ 컨셉은 이제는 널려있다 못해 자괴감만 가중시키는 케이스이며, 「Next Love」 의 후렴구는 감각적인 훅에도 불구하고 이국적 냄새와 점철된 영어 가사 때문에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케이스다. 필자가 이 3종 세트에서 받는 느낌은 한마디로 공허함이다. 글쎄, 이를 두고 DJ 클래지콰이의 폭넓은 국제적 감각을 치켜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감각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걸 적용하는 기획력은 너무 뻔하고 그렇게 구현된 사운드는 너무도 적당한 소스들의 아무 것도 아닌 만남이다. 「빛」을 들어보건대 그는 무언가 과잉으로 치닫는 걸 애초부터 꺼려하는 것 같다. 트립합을 가지고 그렇게 차분하고 편안하고 무난한 곡을 만들어내다니, 그는 겁이 많거나 아니면 영특한 전략가이다.

영특한 전략가의 입장이라면 그는 성공한 것이다. 의도야 어떻든 간에 우선은 도회지 젊음의 심상을 현상적 차원에서 기막히게 포착한 킬링 트랙들이 있다. 이 킬링 센스의 잔영을 클래지콰이는 나머지 식상한 트랙들에까지 입히는 것이다. 그건 아주 쉽다. 그것이 킬링이든 아니든 둘 다 적당히 만들어진 건 똑같기 때문이다. 곡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나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은 돌출과 기복을 보이지 않는다. 클래지콰이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클래지콰이 감상은 스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선한 트랙과 구린 트랙의 격차가 모호하다. 신선한 순간엔 귀를 쫑긋 세우면 되고 구린 순간엔 그냥 BGM이 되어주면 된다. 클래지콰이는 스피커를 계속 장악할 능력을 지녔다.

반면 그가 겁이 많아 ‘적당주의’에 매진하는 거라면, 필자는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달콤한 사랑”과 “잔인한 사랑”을 발랄한 클럽 송 「Lover Boy」에 한데 묶어두고, “낭만, 추억”, “실패, 성공” 역시 「생의 한가운데」의 뉴웨이브 사운드에 한데 묶어두는 것이 내심 찜찜하다. ‘뭔가를 숨긴 환한 미소’? 글쎄, 뭔가가 숨어있긴 한 걸까? 그래, 이 두 노래는 이처럼 오묘한 맛이라도 있지, 「Romeo n Juliet」는 정말로 맥 빠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꼭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처럼 현란하게 타오르는 불덩이여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Baz Luhrmann 감독의 생동감은 조금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닌가? 어쩜 이리 한가로울 수가 있을까. 엠씨메타의 하드코어 랩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인데 말이다.

어쨌든 클래지콰이 프로젝트는 스테디셀러의 조건을 갖췄다. 『Instant Pig』와 『Love Child Of The Century』는 쌤쌤이다. 「내게로 와」의 과하게 야시시했던 후렴은 「Lover Boy」에서 적당하게 조절되었고 「After Love」의 적당하게 애절했던 멜로디는 「금요일의 Blues」에서 과하게 애절해졌다. 클래지콰이는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갈 것이다. 갑자기 영화 《오션스~》 시리즈가 떠오른다. 이 시리즈도 제법 적당하지 않은가. 스타일리쉬하고 국제적이고 배우들의 싱거운 표정과 제스처에서 미묘한 인간미가 풍기고. 다만 이것만은 기억하자. Steven Soderbergh의 전력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와 《카프카》(1991)가 있었다는 사실을.


Credit

[Staff]
Mixed by 이용섭
Recorded by 이용섭, 심진보, 임진선, 민성환
Recorded & Mixed at Fluxus studio
Mastered by 전훈(a.k.a Cheon “big boom” Hoon)
Mastered at Sonic Korea
Marketing & Promotion: 김진석, 김숙경, 서경화
Artist management & Promotion: 이종우, 이강우, 이훈배, 김범석
Overseas artist management: 박정금
A&R: 김병찬, 이수현, 위효진
Accounting: 박종연
Concert director: 신원규
FLAX staff: 황세진, 신보라미
Art direction: 손재익, Clazziquai
Illustration & Graphic concept: CLazziquai
Design: Clazziquai, 이종규, 이미진
Photo: Studio zip(김형선, 김종선, 전기홍), 이영석
Stylist: 구미영, 유은영, 박솔지
Hair & Make up: 제니하우스
Sponsored by Volvo, Tomboy
Executive producer: 김병찬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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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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