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92-1] 250 「로얄 블루」

250 『뽕』
85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3
Volume 1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이제는 거의 사장되었다고 생각했던 소스와 효과들이 이 곡에 다 모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야심찬 곡인지 알 수 있다. 얼핏 곡의 무드를 해치는 것처럼 보이는 소스들이 하나로 뭉쳐 범상치 않은 무드를 형성하는 순간, 이 곡의 정체는 갑작스레 깊고 내밀한 차원을 획득한다. 그래서 익숙한 소리에서 낯선 면모를 끊임없이 피우는 이 곡은 문제적이다. 성인가요의 무드를 본떴지만, 그 점을 끊임없이 파쇄하고, 90년대 댄스팝의 소스를 가져왔지만, 심히 그 가벼움으로 치닫지 않았다. 그게 어중간한 어프로치가 아니라 묘한 뉘앙스의 연주곡으로 거듭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곡이라고 하겠다. 올해 들은 곡중 가장 재미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

 

[김성환] 선공개곡이었던 「Bang Bus」가 유튜브를 통해 인디 음악 팬들에게 컬트적 화제를 모았던 DJ겸 프로듀서 250이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2016년 처음 이 음반의 발표를 예고한 자신도 5년 3개월이나 걸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 만큼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 이 음반에 담겼다. 그가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뽕’의 정서 – 단순히 ‘트로트’가 아닌 그 음악의 배경이 되는 한국인의 정서 - 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는 이 앨범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일렉트로니카로 구현한 트로트 멜로디, 고속도로 메들리 리듬 위에서의 장르 퓨전이 앨범의 주된 방향성이지만, 이 트랙의 경우는 사실 한 단계 더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캬바레사운드+일본시티팝+뉴잭스윙 비트의 상상초월 이종교배’라고 표현하고 싶은 이 곡은 도시 뒷골목에 숨어든 ‘뽕’의 향기를 꽤 도회적 모던함으로 세련되게 포장해냈다. 고속도로 메들리의 싸구려 키보드톤과 뉴잭스윙 시대의 쿵쾅대는 신스 비트가 이런 조화를 이뤄낼 줄이야. 게다가 한국인의 나이트 여흥의 핵심이었던 ‘블루스 타임’ 음악 속에서 나오던 것보다 더 재지하고 낭만적인 색소폰의 구수한 선율은 곡의 중반부를 완벽하게 지배한다. 음반 발표 이후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이 곡만큼은 이 앨범의 백미가 됨에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

 

[유성은] 적어도 80년대 중후반까지의 메이저 대중음악 시장에 '뽕'이라는 것이 분명히 실재했고, 최근의 《미스트롯》(2019), 《미스터트롯》(2020)이 불어온 바람의 풍속만 봐도 '뽕'이 우리 민족의 DNA 속에 여전히 실존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그것을 단순한 표상이나 리바이벌의 재료로만 사용하지 않고, 탐구하며 발전시킨 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소요한 시간은 무려 5년. 타이틀곡 「로얄블루」는 음악적 본질로 향하는 길에 방해가 될수 있는 가사는 생략한 채, 이정식의 유려한 색소폰 연주로 곡 전체를 뱀처럼 휘감는다. '쌍팔년도 클럽'에 실존하던 블루스 타임을 물리적으로 전자음악화시켜 구현한 애수의 결정체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비트위에서 애수는 다시 구슬픈 춤사위로 화하여 청자의 감정을 정신없이 아래로 위로 휘몰아 간다. 눈을 감으면 희뿌연 공간에서 《마더》(2009)에서 김혜자가 추던 고속버스 춤이 보이고 함께 어깨를 덩실덩실 흔들어본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새 뽕이 익숙한 자글자글함을 기반으로 깔고 절정의 중독성을 선사하는 곡이다. ★★★★☆

 

[조일동] ‘뽕’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250은 음반을 뒤적이고, 아티스트를 찾는 일은 물론 대중음악 연구자까지 만나고 다니며 고민하고 탐색했다. 그리고 그의 고민에 이정식의 색소폰이 더해졌다. 살짝 언밸런스인 듯 결국 이 색소폰 소리에 딱 어울리는 1990년대 초반 유행하던 샘플링 소스를 사용한 리듬이 노래 내내 흐른다. 색소폰에 휘파람이 대구하고, 다시 색소폰과 키보드가, 다시 스캣(도 샘플링해 다시 반복된다)에 색소폰이 대구한다. 이 노래에 사용된 악기들의 음색이나 배치 방식은 우리가 ‘뽕’이라는 말과 흔히 등치시켜 생각하는 트로트 전성기(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중후반)의 그것이 아니다. 의외로 1980-90년대의 소스다. 다시 생각해보니 1980년대는 신시사이저와 리듬머신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기 시작했고, 90년대에 이르러 이들 음악 장비와 기술 덕에 눈과 귀가 밝아진 몇몇 선구자들이 한국 밖 음악 스타일을 한국 대중음악 자원을 가지고도 꽤 그럴듯하게 소화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감을 가져나가던 시기였다. 동시에, 그 이전까지 한국 대중음악이 구축한 정서와 리듬, 멜로디 구성에서 하나도 자유롭지 못한 개개인을 절감했던 시기기도 했다. 그 시기의 그 정서가 묘하게 소환된다. 여전히 나에게도 뽕이란 개념은 난제다. 250은 그 난제를 음악을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하는 느낌이다. ★★★★

 

[차유정] 요즘은 중장년이라는 지위가 무색하게 어린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 수북하고, 반대로 뭔지 모르겠지만 일련의 과정속에서 늙어버린 젊은이들도 많다. 하지만 7~80년대의 어른, 중년은 명확한 공식 안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도태된 인간처럼 보이기 일쑤였다. 특히 남자의 중년이란 원숙미 자체를 지녀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강박 속에서 모두 길들여졌다. 「로얄 블루」는 그렇게 어른이라고 불리는 어떤 이들을 강제적으로 길들이던 시대의 한 부분을 오려내 묵직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허세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에 깊숙이 침잠하다 보면 느껴지는 외로움의 무게를 말로 뱉지 않고 낡아빠진 색소폰과 반복적인 몸놀림 그리고 말보로 한모금으로 설명한다. 「로얄 블루」라고 하는 낯설지만 선망했던 이미지와 사운드의 여행은 그렇게 허탈하지 않은 미소로 끝난다. 폼을 재거나 잰체하지 않고 고독을 말하려고 했던 시도는 찬란히 빛날만큼 성공했다. 위스키와 말보로를 사러 나가게 만드는 싱글이다. 이번에도 반드시 뮤직비디오와 함께 듣기를 권한다. ★★★★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9
    로얄 블루
    -
    250
    250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56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