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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9]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 조금 불편하게, 많이 흥미롭게...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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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앨범 디자인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낡고 빛바랜 국민학교 걸상 같은 색감의 『전제덕』(2004)과 산뜻하고 칼라풀하고 매끄러운 『What Is Cool Change』. 전작은 곡명이 모두 한글이고 신작은 곡명이 모두 영어다. 인트로의 여유도 없이 첫 곡 첫 시작부터 베이스 역할을 떠맡은 신시사이저의 두터운 음색이 뒤뚱거리는 신작의 걸음걸이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 같다. 전작의 풍부하고 감성적인 어쿠스틱 밴드 연주와 깊은 사색에 맞닿아있던 하모니카 소리가 곧바로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가 문제랴.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내버려두고 변화는 변화대로 즐기면 된다. 사실 변화를 즐기다보면 그리움이란 녀석은 나를 크게 옭죄지 않는다. 그만큼 전제덕의 변화는 흥미롭다. 그렇다. 첫 곡 「Take It Or Leave It」부터 흥미롭다. 베이스를 대신한 신스 프로그래밍과 브라스 세션이 어딘가를 간질이지만 어쨌든 전제덕은 자신의 하모니카가 연주가 맨 위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 경쾌하고 발랄하고, 이 정도면 참 조심스러운 변화다. 어랍쇼, 곡 중간에 갑자기 전형적인 스윙 리듬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 스윙에 아주 선명한 드럼 루프가 얹어지고, 기다렸다는 듯 전제덕이 그 위에 다시 하모니카를 얹는다. 귀가 솔깃한 믹스다. 이렇게 쿨 체인지는 시작된다.

「Over The Top」은 더욱 흥미롭다. 브라스와 드럼 & 신스 프로그래밍, 여기에 더해 정수욱의 기타까지 모조리 훵키의 한 길을 내달리는데, 전제덕의 하모니카 혼자 이에 맞서 땀을 흘린다. 그의 하모니카는 묻히는 것이 아니라 드럼 프로그래밍 틈바구니에서 짧은 시간 단위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순간순간 ‘착착’거리는 스네어 사운드와 매우 유사한 소리를 내며 대결하기도 하고 얽혀들기도 한다. 이 곡 역시 중간에 완연한 일렉트로니카 필의 드럼 루프와 전제덕 하모니카의 만남을 주선하며 리스너를 환기시킨다. 「Night To Dawn」은 더더욱 흥미롭다. 드럼 프로그래밍,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예의 그 두터운 신스 사운드가 정말 탄탄하고 야무지게 오차 없는 훵크의 탑을 쌓는데 전제덕 혼자 음의 장단이 분명한 간결한 테마를 고수한다. 훵크 고유의 맛과 하모니카 고유의 맛이 서로 어긋나는 듯 하면서도 신선하게 공존하고 있는 놀라운 소리의 조합이다. 이 곡에서 전제덕의 소울은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흥미롭지 않은 구석은? 물론 있다. 「Two Stories」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근본적인 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수욱의 기타와 박준호의 프로그래밍이 진정한 주인공 같다. 원래 주인공이었던 전제덕의 하모니카와 바비킴의 보컬은 오히려 조연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다. 또한 전작의 「나의 하모니카 (voc.)」에 이어 곽윤찬이 서포트해준 「New shoes」는, 아니 그가 서포트의 수준보다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서는데도, 정수욱의 기타 스트로크가 워낙 리드미컬하여 그의 타건이 온전히 귀에 잡히지 않는다. 이처럼 정수욱은 앨범의 프로듀서로써 전제덕의 변신을 흡족하게 때론 삐끗하게도 만든 장본인이다. 뭐 앨범 전체를 놓고 따진다면 당연히 그는 수훈선수다.

유난히도 ‘칙칙’대는 전영진 특유의 프로그래밍이 워낙 견고해 전제덕의 하모니카가 좀처럼 떠오르지 못하는 「Now Your Time」을 지나면서 앨범은 돌연 전작의 어쿠스틱 밴드 연주로 복귀한다. 하지만 부조화가 느껴지진 않는다. 전반부의 빠른 템포와 경쾌함을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에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Lady Madonna」, 「Simply Put」 두 곡 모두 전작의 「우리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데, 다른 악기들보다 전제덕이 한 보 정도 앞서 있다. 그 구도 속에서 다같이 어울려 적당히 솔로도 하면서 신나게 논다. 정말이지 비틀즈가 만든「Lady Madonna」의 간결한 멜로디는 하모니카의 푸짐하고 넉넉한 감성과 너무도 잘 맞는다. 그래서일까? 전제덕은 앨범의 마지막을 간결한 멜로디로 장식한다. 제목이 「Cool change」다. 꼼수 안 부리는 정직한, 그래서 진짜 소울일 수 있는 곡이다. 막판의 해리티지 총출동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서도.     

글쎄……. 변했기 때문에 변하기 전을 그리워하는 거라 생각해본다. 만약 전작의 「혼자 걷는 길」처럼 Bob James와 Earl Klugh의 조합 같은 곡을 이번에 재차 선보였더라면 다들 살짝 물리지 않았을까? 「추억」과 「편지」의 브라질리언 리듬을 이번에도 똑같이 두 세곡 넣었더라면 조금 더 물리지 않았을까? 전작처럼 전제덕의 하모니카가 한 보 정도 앞서 있는 곡들이 후반부에 연달아 포진해 있으니 아쉬워할 것도 그리워할 것도 없단 생각이다.

전제덕은 상대적으로 좀 더 불편한 소리의 조합을 연구했고 찾아 헤맸다. 때문에 신작은 충분히 흥미롭고 신선한 작품이 되었다. 어찌 보면 그에게 신작의 변화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리스너의 태도 역시 ‘뭐든지 좋다, 기꺼이 수용해주겠다’ 이런 식이라면 약간 곤란할 것 같다. 그냥 과감히 변화를 갈망했노라고, 필자는 말하련다. 그 변화가 한두 번 정도 유예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러길 바라지만, 그건 한편으로는 언젠간 변하고야 말리라는 걸 알고 있다는 얘기다. 전제덕은 그렇게 변해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는 음악적 성분이 다른 두 장의 앨범을, 그것도 국내 유일의 프로 하모니카 연주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얻게 되었다. 두 장의 앨범을 오른손과 왼손에 하나씩 쥐고 재즈의 다른 맛이라 끄덕거리며 배부르다고 해야 할 판이다. 3집은 입에 물고 있을까?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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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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