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9]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 Cool But Weak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952 /
음악 정보
처음으로 Toots Thielemans의 음반을 접했던 것이 1999년이었다. 『Chez Toots』 (1998) 이었는데, 창피한 얘기지만 그 때 나는 Toots 보다 화려한 피처링 때문에 그 음반을 선택했었다. 물론 잠시 후, Toots의 마법같은 하모니카 소리에 빠져들긴 했지만.... . Toots는 매우 영리했다. 아니 오랜 세월 재즈 뮤지션으로 살면서 자신의 하모니카 연주가 가장 빛나는 밴드 구성, 악곡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었다. Lee Oskar의 연주보다 풍부한 음색과 멜로디를 살려내는 사근사근한 블로잉(blowing)까지 그의 하모니카는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개인적으로 Little Walter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블루스 하프(하모니카)와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우연히 접하게 된 전제덕의 정규 1집 『전제덕』(2004)은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Toots의 그 음색과 멜로디가 단박에 떠오르는 따스한 작품이었다. 어쩌면 그 소박함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반이었기에 잊혀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해 겨울 지인들에게 전제덕의 『전제덕』 음반을 우편으로 보내는 안하던 짓도 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후 그는 제목부터 섹시한 『What Is Cool Change』를 들고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맑은 음색으로 무장한 채 말이다.

우선 무엇이 ‘쿨’한 변화인가? 바로 리듬에 있다. 전작의 피아노 트리오에 기타가 첨가된 퀄텟 (서영도트리오+민경인) 위로 흐르던 하모니카와 달리 이번에는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그루브가 중심에 자리한다. 그래서 전제덕의 블로잉도 힘이 실리고 멜로디의 낙차도 커졌다. 물론 음반 속지의 하모니카 그림 (Toots 모델이 그려져 있다) 과 같이 기본적으로 Toots의 섬세하면서도 맑은 음색이 여전히 기본이다. 게스트 뮤지션의 참여가 늘어났음에도 하모니카와 밴드의 연주가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전작과 다른 변화이다. 전제덕(밴드)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자신감에 차 있는 느낌이다. 이는 전작에 비해 길어진 곡 길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세 곡을 들으면 점진적으로 전작과 연결 끈이 옅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루브는 한 곡 한 곡 강화되어 세 번째 곡 「Over The Top」에 이르면 폭발한다. 이 음반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곡이 들어있다. 방금 언급한 그루브가 강렬한 음악과 잔잔한 선율 위주의 음악. 전제덕은 후자에 있어서는 정말 너무도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곱고 부드러운 타건을 지닌 곽윤찬이 참가한 「New Shoes」, 두 개의 리메이크 The Beatles의 「Lady Madonna」와 Sting의 「It's Probably Me」와 같은 곡들이다. 리얼 연주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New Shoes」를 포함하여 이러한 곡들에서 전제덕과 밴드의 호흡은 환상적이다. 아날로그 연주의 부드러움 위에서 하모니카의 맑고 풍부한 음색은 진가를 드러낸다.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 개성있는 목소리를 지닌 바비킴과의 협연도 그래서 빛난다.

문제는 전자의 음악들, 그루브를 강조한 곡들에 있다. 이 역시 다시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훵크-소울과 맞닿아있는 베이스와 킥 드럼(프로그래밍)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루브이고 하나는 리얼 연주이거나 톤을 높인 프로그래밍으로 짜여진 그루브이다. 정석적인 의미의 훵크 그루브는 뒷박을 강조하는 킥 드럼과 킥과 슬래핑 포인트가 맞아 들어가는 베이스로 이뤄진다. 당연하게 이러한 곡들은 묵직한 리듬이 전면에 나서게 마련이다. 그래서 블루스나 소울-블루스의 하피스트들은 특유의 찌그러진 하모니카 연주법을 개발했다. 혼 섹션과 강렬한 리듬 파트에 뒤지지 않는 파워를 갖게 된 블루스 하프는 그래서 지속적으로 소울-훵크 블루스계에서 솔로 악기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본작에서 전제덕은 꾸준히 자신의 톤과 멜로디 라인들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곡에 따라 다르지만 리듬이 전면에 나설 때, 전제덕의 하모니카는 힘에 밀리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Over The Top」이나 「Night To Down」같은 곡이 바로 그러하다. 반드시 그가 블루스 하피스트들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톤을 달리하여 멜로디보다 그루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과감한 방향 선회를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헤리티지가 피처링한 「Now Your Time」과 「Cool Change」나 정수욱의 진한 기타 솔로와 민경인의 청명한 키보드 솔로 사이로 치고 나오는 하모니카 솔로가 인상적인 「Mr. Right, He is」같은 곡은 그루브와 전제덕 스타일이 제대로 어우러지는 쿨한 장면이다. 그것은 그루브의 진원지를 드럼과 베이스(프로그래밍) 대신 하모니카 톤과 잘 맞는 코러스 라인과 간결한 베이스 라인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Toots를 처음 접했을 때, 독특한 풍미와 그루브를 만드는 아코디언을 사용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주는 교훈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밴드의 리더는 작곡, 편곡자가 아니라 그 음악을 지배하는 무엇을 가져야 한다. 이는 독단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는 리더가 아니라 밴드 전체와 완전히 합치되는 지점을 찾을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한 경지다. Toots의 하모니카는 그러한 지점을 너무나도 잘 찾아낸다. 그래서 그의 하모니카가 곁들여진 Laura Fygi는 Laura의 목소리도 그의 하모니카도 윈-윈 하는 것이다.

전제덕은 자신의 하모니카가 가장 잘 살아나는 음악적 지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음반에서 꽤 구체적으로 그 범위의 다양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몇 몇은 조금 의욕이 앞선 느낌이다. ‘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힘’이 약해지는 실수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음반 커버 아트처럼 소박함에서 화려하게 비상하고자 하는 전제덕의 패기와 음악적 자신감이 음반 전체를 통해 충분히 읽혀진다. 전제덕과 서영도트리오+민경인으로 이뤄진 밴드(정수욱(기타), 민경인(피아노), 서영도(베이스), 이덕산(드럼))의 만남에 대한 신뢰(이들 밴드가 전곡에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는 지난 음반보다 더 두터워졌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열어가는 뮤지션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Credit

[Staff]
All Harmonicas & Harmonica FX 전제덕
Excutive Producer 이주엽
Producer 정수옥
Co-Producer 박승빈, 전영진
Recording Engineer 윤정오, 최종호, 노광균(Velvet Studio)
Assistant Recording Engineer 노광균, 최자욱(Velvet Studio), 김은철, 최남진(예음 Studio)
Recording Studio Velvet Studio, 예음 Studio, Joy Tracks Studio
Mixing Engineer 윤정오(2, 4, 9, 10, 11), 박근준(5, 6, 8), 최종호(1, 3, 7)
Assistant Mixing Engineer 노광균, 김은철, 최남진
Mixing Studio Velvet Studio, Mother Studio, 예음 Studio
Mastering Engineer 전“Big Boom"훈
Mastering Studio Sonic Korea
Art Work & Design 김황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www_root/common/includes/ui.review_view_ko.php on line 273

Editor

  • About 조일동 ( 151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