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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09]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 What A Cool Change!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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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내가 전제덕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건 인기웹툰 《마린블루스》를 통해서였다. 참고로 나는 그 웹툰의 열렬한 팬이고 때문에 이모티콘도 성게군의 이미지를 쓰고 있다. 흠흠... 아무튼 그 당시 한창 '말로'의 음악에 버닝하고 있었던 만화의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인 성게군이 말로밴드의 음악에 피쳐링을 해준 하모니카주자였던 그의 솔로엘범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엔 편협한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겐 그저 '실력있는 맹인 하모니카주자가 있구나...' 정도로 머릿속에 그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마린블루스 다이어리》 2004년 11월 18일자  
 
하지만... 그거 아는가? 그저 그의 이름과 이력... 혹은 장애를 극복한 훌륭한 분이라는 음악 외적인 부분만 기억하던 나는 알게 모르게 그의 하모니카소리를 제법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성모, 이적, 박상민, 비엠케이와 같은 굴지의 가수들의 엘범에도 참여했었고 영화 《똥개》(2003)와 《튜브》(2003)의 OST에도 참여했던 그는 국내 유일의 재즈하모니카 마스터. 생각해보라. 저 음반들에 실린 하모니카 소리는 모두 그의 들숨과 날숨을 통해 탄생된 것이다. 그러니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그의 음악을 마치 공기처럼 알게 모르게 즐기고 있었음이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그의 두 번째 앨범과 함께 솔로 데뷔 앨범까지 모두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 2집을 한 번 듣고 이후에 1집과 2집을 들으며 속성으로 그의 음악세계에 노크를 했다. 이로인해 꾸준히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글쓰기가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와 동시에 두 작품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감이 잡혔고, 그에 대해 서술해보고자 한다. 
 
우선 2집에 『What Is Cool Change』라는 타이틀을 붙인 그의 의도를 생각해봤다. 왜일까, 솔직히 2집만 들어봤을 땐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당연하다. 무엇이 변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1집을 반드시 접해볼 필요가 있었다. 조심스레 1집 '전제덕'을 노크한 나... '아... 이것이었구나...'

어렴풋한 느낌이 맞다면 그는 1집에서 그동안 살아온 동안에 겪었던 상처와 슬픔, 고뇌를 녹여내려 무던히도 애쓴 흔적을 노래 제목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여름이 지나간 자리」, 「가을빛 저무는 날」, 「바람」, 「추억」, 「허풍같은 사랑이야기」 …. 이것은 단순한 음악작업이 아닌 전제덕이라는 사내의, 아니 뮤지션의 성장기이고, 시각장애인의 장애극복기이며, 고독의 정서를 뿜어내며 사회에서나 뮤지션으로써나 이방인이며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홀로 이 세상을 버텨나간 한 인간의 빛바랜 일기장인 것이다. 아름답고 조화롭지만 끝맛이 쓸쓸하고 아리기까지 한 늦가을의 고목을 보는 것 같은 그 소리의 스산함을 그저 숨죽이며 감상했다.

그리고 다시 들어본 2집, 총천연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화려한 브라스와 밴드 연주, 그 위에서 너무 자유로이 곡에 생명력의 입김을 불어넣는 그의 연주가 돋보이는 훵키넘버 「Take It Or Leave It」으로 포문을 열더니 「Over The Top」에선 너무 타이트하게 잘 짜여진 화려한 어반재즈를 들려준다. 「Now Your Time」, 「Mr. Right, He Is」, 「Simply Put」과 같은 트랙에서는 이것이 전제덕의 곡인지 Casiopea나 T-Square의 곡인이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훵키하면서도 탄탄한 연주가 돋보인다. 기타솔로대신 자리잡은 그의 하모니카소리는 그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전작에서도 김광진의 「편지」(2000)와 해바라기의 「시들은 꽃」(1985)을 독특한 감성으로 커버해 낸 그가 이번엔 Beatles와 Sting의 곡을 커버하며 또 다른 듣는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비로소 마지막 곡 「Cool Change」를 듣고 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코더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흡사 와와페달을 밟은 기타와 같은 소리를 뿜어내는 그의 하모니카, 화려한 브라스와 밴드, 그리고 편곡 아마 그는 1집과 완전히 다른 정반대의 느낌을 가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물론 그의 음악은 상당히 듣기가 좋다. 아니 훌륭하다. 그러나, 그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유일의 재즈하모니카주자가 아니던가. 그러나, 듣기 좋은 이 음악들 사이에서 정작 하모니카소리는 주연이 아닌 조연에 그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작에 비한다면 비중도 줄고 플레이도 다소 건조해진 느낌이다. 물론 그것이 전체적인 음악의 밸런스를 위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일테지만 분명한 건 이 앨범을 사는 이들은 좋은 음악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음악이라는 단어 앞에는 늘 '그의 매력적인 하모니카소리가 들어있는'이라는 접두사가 생략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데뷔엘범의 타이틀이 '전제덕'이었다. 그야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엘범의 성격을 여과없이 보여준 작명센스라 하겠다. 그리고 이번 엘범에서 전제덕은 과감히 '무엇이 쿨한 변신이죠?'라는 질문을 청자들에게 던졌다. 그는 실로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2집이 바로 쿨한 변신이지요!'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길 말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점이 보이긴 했지만, 어디 흠잡을 데 없는 참 잘 만든 음반이 아니던가!

전제덕씨. 당신이 이겼습니다. '쿨한 변신'은 당신을 위한 단어였어요!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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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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