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8] 고찬용 『 After Ten Years Absence』 : Back To The Absent Future

고찬용 『After Ten Years Ab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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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11

퓨전재즈 (fusion jazz)의 난해함은 1980년대를 맞으며 스무드 재즈 (smooth jazz) 의 달콤함으로 변해갔다. 소위 GRP사운드로 불려지던 이 음악들은 세련된 멜로디와 환상적인 연주력으로 음악팬들을 흥분시켰다. 이러한 사운드는 1980년대 한국 가요에도 서서히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마침내 유재하, 봄여름가을겨울, 조규찬, 김현철과 같은 결과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또 다른 독특한 보컬팀 하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Manhattan Transfer와 가요의 만남이라고 할 '낯선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흔히 이소라의 솔로 이전 활동으로 알려진 이 팀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다시 볼 수 없는 개성있는 하모니의 보이스를 들려줬다. 낯선 사람들은 1996년 두 번째 음반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브레인이었던 고찬용은 이 음반의 제목처럼 10년 만에 조용히 작품을 내밀었다.

그렇게 살짜기 모습을 드러낸 음반 안의 크레딧은 너무도 단촐하다. 마스터링과 아트워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모두 고찬용의 이름 뿐이다. (단 두 곡의 코러스에 고찬용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도 역시 낯선 사람들 출신이자 그의 아내인 허은영이다) 첫 곡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앞서 이야기 했던 바로 그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의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사라진 이후 들을 수 없었던, 멈춰버린 낯선 사람들의 미래를 고찬용의 손길과 목소리로 다시 듣게 된다. 그 소리들은 순수한 노력과 쿨(!)한 개성으로 버무려져 귀를 떠나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단순히 구닥다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 시절 그 뮤지션들이 전범으로 삼고자 했던 Lee Ritenour, Larry Carlton, Dave Grusin, Quincy Jones, Marcus Miller와 함께 하던 말년의 Miles Davis 등 1980년대 음악의 톤, 질감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스탠다드 팝 사운드가 레퍼런스로 사용되고 있음이 반증한다. 고찬용의 이 음반은 한국적인 상황 안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하며 자신들의 레퍼런스에 도전했던 한국의 뮤지션들 - “동아기획”과 “하나뮤직”으로 대표되던 - 의 낭만과 희망이 살아있던 그 시절에 대한 회고다.

다만, 사운드는 좀 더 명징해졌고, 고찬용의 개성은 더 분명해졌다. 가요의 범주에도, 재즈의 범주에도 쉬이 넣을 수 없는 음악이다. 정통과 뮤지션의 개성이 어우러진, 사전적 의미의 퓨전 음악이라 부르면 좋겠다. 가장 먼저 귀를 두드리는 것은 신시사이저의 음색이다. 하몬드 올갠의 울림과 1980년대 스무드재즈의 투명한 음색을 뒤섞은 듯한 이 소리는 반가우면서도 세련되게 전 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키보드 연주와 대화하는 텐션이 느껴지면서도 재즈에서 멀어진 듯한 톤의 기타 솔로는 고찬용의 개성을 드러낸다. 최근 Larry Carlton의 블루스-록 적인 작품들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진한 록의 감수성을 지닌 연주인데, 「고백」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브러쉬의 은밀한 문지름이 차갑고도 따뜻하게 귀를 감싸기 시작하면 뜨거운 기타 솔로가 화악 드러난다. 그러나 그 기타는 절대 무리하게 타오르지 않는다. 그저 뜨거운 감성을 느끼게만, 딱 그만큼만 들려준다. 그러고 보면 신시사이저도 드럼도 그 어떤 악기도 허술하지 않지만 진하지 않다. 음반 커버아트의 원색 하나 없는, 중색들의 조화와 다르지 않다. 2분이 채 되지 않는 「고백」이 1970년대 중반 Jeff Beck의 록과 재즈의 뜨거움을 모두 지니던 연주룰 재현할 듯 하다 사그라진다면, 「길」은 그 갈증을 풀어주는 트랙이다. 그러나 그 기타를 받치는 리듬은 강하게 출렁거리며 전체가 어울려 큰 물결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세련되면서도 개성있는 연주와 어우러지는 목소리들은 또 다시 하나의 벽을 만들고 있다. 마치 스캣을 하듯 자유로운 보컬은 가사의 내용보다는 음소들을 가지고 읇조리다 빨라지다 숨을 띄워가며 소리 만들기에 집중한다. 여기에 수없이 여러 겹으로 오버더빙된 코찬용 자신의 코러스는 매 결마다 모두 각각의 높이에서 자유로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합쳐지면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의 벽을 만들며 곡의 톤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겨울이 오네」는 마치 예전 동아기획의 프로젝트 그룹 야사(Yasha)의 연주곡처럼 투명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진 고찬용의 목소리는 투명감에 아련한 애상감의 색채를 더해준다. 최상의 코러스와 리드보컬을 들려주는「값진 충고」, 「새로운 시작」은 고찬용의 목소리가 빠진다면 밋밋하고 생뚱맞은 텐션만 느껴지는 리듬 잔치로 끝났을 것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인「꿈꾸는 아이」와 「오늘 하루는」가 음반에서 가장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며 댓구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고찬용의 치밀함을 느끼게 만드는 지점이다. 「어느 지난 얘기」와 「스물셋」은 세련되면서도 가장 익숙한 톤의 노래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곡은 좀 라디오에서라도 널리 알려졌으면 싶은 곡이다. 여러 뮤지션이 어울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감동적이기는 마찬가지지만, 홀로 이 정도 수준의 음반을 그것도 10년의 공백 (어쩌면 홀로 10년을 고치고 손 봐 온것일지도) 끝에 내놓았다는 것은 감동의 도가니탕임에 틀림없다. 장르를 떠나 재능있는 뮤지션의 재기가 번득이며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반 한 장은 귀에 보약임에 틀림없다. 2006년을 기분좋게 마무리해주는 아름다운 음반. 커버 아트가 주는 상큼함이 음악으로 구현되는 멋진 음반. 
 

Credit

[Staff]
Excutive Producer : 고찬용
Recorded & Mixed by 고찬용
Chorus : 고찬용, 허은영
Mastered by Tom Brick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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