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06] 자우림 『Ashes To Ashes』 : 달라지고 꽉 채워진 자우림표 우울

자우림 『Ashes To Ashes』
54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6.10
Volume 6

주류 록 밴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언제나 여러 가지다. 자우림도 마찬가지다. 김윤아의 『유리가면』(2004)에서부터 초코크림롤스의『Chococream Rolls』(2003)까지 자우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직 카펫 라이드」(2000)와 「하하하쏭」(2004)을 TV에서 듣고는 실력 없는 록 밴드라 규정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평범한 대중들은 위의 두 노래를 그다지 혐오하지 않는다. TV에서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밴드 음악이라며 반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6집의 타이틀 곡 「You And Me」도 그렇게 반응이 엇갈릴 운명에 놓여있다. 구수한 리듬과 진솔한 사랑 가사가 퍽이나 잘 어울린다며 환영해 마지않을 대다수의 사람들 틈바구니에 “이건 거의 뽕짝 수준이잖아!”라며 혀를 끌끌 찰 안티들이 군데군데 포진할 것이다. 아마 안티들에겐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유치한 백 댄서들의 무용도 불만일 게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You And Me」는 단순한 타이틀용 트랙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우림을 좋아하든 간에 싫어하든 간에, TV에서 들었던 몇몇 곡 밖에 모르는 사람은 「You And Me」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럼 결국 그 진가를 알려면 자우림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팬이어야한다는 얘긴가? 허나 또 그건 아니다. 자우림의 음악을 웬만큼 들었으되, 그렇다고 모든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 즉 필자 같은 사람도 충분히 진가를 파악할 수 있다. 「매직 카펫 라이드」와 「하하하쏭」에 시큰둥했던 필자도 이번의 「You And Me」는 좋다. 앞의 두 노래는 경박하지만 이번엔 다소 가라앉더라, 이런 얘기가 아니다. 자우림의 앨범엔 언제나 무겁고 꿀꿀한 노래가 몇 곡씩 있었다. 타이틀은 화사할지언정 뒤에는 항상 음울한 무드를 숨겨놓고 있었다. 3집의 「새」(2000)와 「마왕」(2000)이 그런 노래를 대표한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필자가 자우림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결정적 이유였다. 뭐 3집까지는 좋았다. 방금 언급한 ‘그런 노래’들, 발랄한 모던록, 묵직한 하드록이 제각각 자기 목소리를 알차게 냈고, 그렇게 중구난방 섞인 것이 별로 문제없어 보였다. 하지만 4집은 그 중구난방이 도를 넘어섰고 일관되게 드는 느낌이라곤 중견 밴드의 허세뿐이었다. 펑크록으로 어느 정도 통일을 했다지만 5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타이틀용 트랙 「하하하쏭」과 헤비한 「曠野」(2004)의 공존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曠野」처럼 감춰진 묵직한 트랙이 「새」와 「마왕」같은 확실한 포스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4집도 그랬고 5집도 그랬고 헤비하고 묵직한 록 트랙들이 필자에겐 그저 시끄러웠을 따름이다. 물론 「새」와 「마왕」의 느낌을 김윤아가 자신의 솔로 앨범 두 장으로 이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도 역시 결론은 지독한 허세였다. 알다가도 모를 문학적 수사는 필자를 짜증나게 했다. 그럼 초코크림롤스는? 아무리 그게 컨셉이라고 해도 도무지 좋아해줄래야 좋아해줄 수가 없었다. 곡도 꽝, 노래도 꽝. 미안한 얘기지만 ‘영구 같은’ 그 앨범이 너무너무 싫었다.

투정이 길었다. 암튼 각설하고…… 「You And Me」의 진가로 다시 얘기를 돌리자면, 이처럼 근 몇 년 동안 필자에겐 거의 OTL이나 다름없었던 자우림이 중구난방과 허세를 90% 가까이 털어냈다. 음악은 초지일관 음울하고 무겁고 스산하며 노랫말은 상실과 허무와 비탄에 잠긴다. 록 필이 느껴지는 노래라곤 이선규가 부른 「Good Boy」 달랑 한 곡 뿐이며, 『유리가면』처럼 도도하게 어려운 수사를 구사하는 노랫말은 「죽은 자들의 무도회」와 「Blue Devils」 둘 뿐이다. 그 외 나머지는 집요할 정도로 하나의 정서를 붙잡는다. 일렉트릭 기타는 디스토션일랑 완전히 집어치우고 과도한 에코와 리버브로 모종의 공간감, 말하자면 텅 빈 허무를 표현해내는데 집중한다. 공간감이 강조되어 유독 출렁거리는 듯한 「Jester Song」과 「Summer Slumber」의 아르페지오는 마음 깊은 곳의 우울과 울렁증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기타만큼이나 가사도 하나를 향한다. 인간세상의 모습을 가감 없는 간결한 댓구로 적어내린 구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사람은 왜 사랑을 하고/ 왜 사랑을 지우는가", "사랑해 봐도 미워해 봐도/ 난 너무 아픈 걸", "누군가 울면 누군가 웃고/ 누군가 오면 누군가 가고". 상실과 허무의 수위 또한 매우 솔직하다. "이런 저런 아무 것도 아닌 일들로/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사람에 나는 상처입고/ 사랑에 나는 울어요",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런 간결함과 솔직함이 앨범의 정서를 한껏 부풀리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아~" 하는 탄식이 유독 많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뭐니 뭐니 해도 트립합(triphop)의 작법을 대거 차용한 것이 본 앨범의 우울 모드에 결정타를 날렸다. 첫 곡 「Seoul Blues」의 후렴 부분에 루핑되는 ‘트르르르르’ 소리에서부터 감지되는 트립합의 기운은 「Jester Song」에서 리듬 루프 전체로 확장되고 급기야 「Over And Over Again I Think Of You」와 「Old Man」 그리고 「Blue Devils」에 이르면 순도 100%에 가까운 트립합이 된다. 솔직히 「Over And Over Again I Think Of You」는 목소리의 떨림에서 Portishead의 Beth Gibbons 냄새가, 반주에선 Massive Attack의 『Mezzanine』(1998) 냄새가 많이 나서 몰입에 조금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Old Man」은 분명 남부럽지 않은 트립합이다. 깊게 울리는 김윤아의 목소리와 거친 기타톤으로 후렴을 장식한 「Old Man」은 엄연한 앨범의 베스트 넘버다. 아마 국내에서 트립합의 뉘앙스를 가져오려고 했던 록 밴드는 레이니썬과 자우림 둘 밖에 없을 것이다. 레이니썬의 『Woman』(2004)과 자우림의 『Ashes To Ashes』를 비교해 듣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자, 이제 정말로 「You And Me」를 변호할 타이밍이다. 뭐 다들 감 잡으셨으리라 믿는다. 그러니까 「You And Me」는 앨범이 초지일관 꿀꿀하기 때문에, 앞뒤로 쭉 포진한 트랙들이 하나같이 꿀꿀하기 때문에 그렇고 그런 타이틀용이 아니게 되었다. 1~3번 트랙까지 쭉 듣고 4번 「You And Me」를 들으면, 이보다 더 꿀꿀할 수가 없다. 심히 늘어지는 「Seoul Blues」와 「Jester Song」의 잔향이 뇌리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듣는 「You And Me」의 쿵짝쿵짝 유치한 드럼과 뿅뿅거리는 전자음은 들뜬 인생 속에 감춰진 말 못할 슬픈 비밀을 토로하는 것 같다. 이건 절대 뽕끼로 대중들을 우려먹으려는 심사가 아니다. 뭐 이 곡 한 곡만 듣는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앨범 아티스트를 지향한 6집의 자우림에게 그런 식의 평가는 심히 억울한 것이다. 아무튼 「You And Me」같이 드럼 템포가 분명히 드러나는 곡들이 본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을 형성한다. 「Loving Memory」, 「6월 이야기」, 「Oh, Mama!」가 늘어지고 흐느적거리는 트랙들 틈에서 다른 색깔의 우울과 상실을 심는다. 이 트랙들에선 피아노의 발랄하고 단정한 터치가 정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구구절절 얘기가 길어졌다……. 그리하여 결론인즉, 본 앨범, 자우림의 최고작이다. 「Beautiful Girl」정도의 흡입력이라면 기꺼이 대만족이다. 단출하고도 처연한 건반 테마가 참 좋다. 「샤이닝」을 들어보면 김윤아의 송라이팅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이선규의 말대로 “그냥 좀더 진지한 삶을 살고자하는 평범한 분들이 혼자 조용히” 듣기 딱 좋다. 이번 앨범에 대한 본인의 후한 평가가 꼭 일관성 때문은 아니다. 기타가 바뀌었고 일렉트로닉을 많이 끌어들였으며, 이것이 「새」에서 각인된 자우림 특유의 우울 모드 그리고 김윤아의 여전한 카리스마 보컬과 잘 맞아 떨어졌다. 글쎄, 초코크림롤스의 악몽을 10% 정도 떠올리게 하는 「Good Boy」를 생각하면 일관성에 대한 찬사는 조금 미뤄둬야 할 것 같다. 7집에선 다시 일관성 같은 것일랑 생각하지 않겠다는 암시일까? 뭐 7집은 또 그때 가서 얘기하자.
 

Credit

[Member]
김윤아 : Vocals, Programings, Keyboards, Piano
이선규 : Guitars, Programings, Vocals
김진만 : Bass Guitars, Programings, Vocals
구태훈 : Drums, Percussions, Vocals

[Staff]
Producer : 자우림
Executive Producer : 김태은
Recording Engineer: 김동훈
Assistant Engineer: 이면숙, 윤기섭
Mixing Engineer: Yoshimura Kenichi
Mastering Engineer: Yasuji Maeda
Recorded and Mixed at Studio T
Mastered at Bernie Grundman Mastering Studio in Tokyo
A&R Director: 강지훈
A&R: 윤홍은
Design/Artworks : byul.org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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