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퍼가 정규 앨범 『Weeper』(2001)을 냈을 때 여기저기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노브레인과 함께한 『Our Nation Vol.2』(1997)의 록 필은 온데간데없고 뜬금없이 팝송 듀오가 돼버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아침」과 「날개」를 좋아했다. 아워네이션 시절을 홍대 현장은커녕 음반으로도 뒤늦게 접했던 터라 위퍼의 정체성 변화에 예민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델리스파이스와 언니네이발관 수준은 아니었지만 위의 두 노래엔 팝송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모던한 감성이 분명 녹아있었다. 이지형의 기타 사운드는 제법 근사했다.

그렇게 “난 좋기만 한데……” 하며 지나쳤던 위퍼가 5년 만에 돌아왔다. 리더였던 이지형의 솔로 음반으로. 근데, 이를 어째. 결과가 좋지 않다. “2001년의 인간들 또 한 번 실망하겠군” 괜히 안쓰럽다. 어쿠스틱 기타의 경쾌한 스트로크가 분위기를 잡는 맨 앞의 세 트랙. 사운드가 왜 이리 빈약한지 모르겠다. 영양실조 걸린 모던록이다. 이런 걸 두고 ‘모던록의 전형적인 사운드 작법을 피해갔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건 피하긴 피했으되 그 피신처가 어딘 줄을 모르는 사운드다. 상업적이기 위해 얄팍해지는 주류의 팝송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운드를 두고 모던록의 새로운 대강(大綱)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기초가 부실하다보니 「Radio dayz」의 막판 ‘예이예이예 따라디따라답~’ 여음구도 「몽상가들」의 오버더빙 보컬도 모두 진부하게 들린다. 두 곡 모두를 장식하고 있는 뻔한 퍼커션 연주는 말하기도 뭣하다. 부클릿을 보니 「몽상가들」엔 이런 가사도 있다. ‘이대로 걷다 보면은 내일이 있을까 커다란 세상 틈에서’ 하느님 맙소사! 이런 가사는 오석준 옹께서 이미 20년 전에 충분히 설파하신 바 있다. 이건 분명 21세기형 가사가 아니다.

때문에 앞의 세 트랙 이후에 위치한 팝송 혹은 포크송 트랙들은 오히려 적절하게 들린다. 「눈이 마주친 하늘」은 정말 괜찮은 팝송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는 여전히 아쉬움 투성이다. 「Love Paisley love」와 「항해」는 각각 성시경과 여행 스케치가 몇 년 전에 불렀던 노래 같다. 「11월」과 「Baby Baby」의 드럼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이것 역시 영양실조다. 앨범 전체가 이렇게 허덕이고 있다. 내친 김에 「아침」과 「날개」를 다시 들어봤다. 『Radio Dayz』의 영양실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본 앨범은 분명 프로듀서 이지형의 완벽에 가까운 패착이다. 「Tea Party」가 앨범 최상의 트랙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악기를 달랑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 썼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빈약한 것이 아니라 조촐하고 소담스럽다.

프로듀싱을 달리 했더라면 결코 녹슬지 않은 이지형의 멜로디 메이킹이 더 빛을 발했을 터이다. 「눈이 마주친 하늘」 말고도 몇 곡 더 괜찮은 팝송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2001년의 불평분자들, 그 당시를 지금 필자가 되풀이하고 있다. 모던록의 기본적인 두께는 온데간데없고 뜬금없이 깡마른 팝송이 돼버렸다. 그야말로 정말 팝송이다. 그것도 아주 예스런 팝송이다.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말했지 않은가. 되풀이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