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29-1] 김태균 「입장」

김태균 『녹색이념』
2,41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12
Volume 1
레이블 그랜드라인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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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메시지란 무엇일까? 이 곡을 듣는 내내 그런 질문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힙합의 처음도 그랬다. 그들에겐 일종의 메시지였을 것이고, 따라서 복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선가 그 메시지를 잊어버렸다. 생각해보면 힙합이 더 이상 힙합이 아니게 되었던 시점도 그 즈음이 아니었을까? 음악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상실되는 순간, 힙합은 그냥 다양한 음악 장르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김태균의 곡을 듣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것은 부정적으로 묻는 질문이 아니다. 이 질문에서 이 곡이 진정으로 말하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을까? 이 곡의 자기지시성과 완성도만을 놓고 평가하자면 솔직하게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곡 자체만으로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없는 곡이 존재한다. 나는 이 곡이 지나간 이후를 바라볼 것이다. ★★★

 

[김정원] 『녹색이념』은 김태균이라는 개인의 서사로 범벅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각 곡에 담긴 내용과 앨범 전체가 갖는 함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냥 불친절하진 않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제도권 교육을 받으면서 직업과 꿈과 사랑 사이의 괴리감을 웬만큼 느꼈던 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작품이 품을 수 있는 층위 자체가 폭넓은 셈이다. 그에 걸맞게 김태균이 자신의 경험만을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면에 담긴 사고와 감정을 쏟아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태권도를 하고, 2002 월드컵 독일전을 보고, 외국으로 나가는 등 특정한 행동은 오로지 김태균의 것이다. 다만, 그 경험에서 비롯되는 환경이 주는 압박감이란 감정은 많은 이의 것이다. 곡의 말미에는 자신의 방식대로 인정, 애정,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욕구로 이야기가 귀결된다. 그로써 아티스트는 추상성을 통한 설득력을 갖춘다. 단계적으로 서사의 곡선을 그려낸 것이 착실하고 정돈된 성과를 이뤄낸 곡이라 하면 적절할지 모르겠다. ★★★☆

 

[정병욱] 믹스테입 외에 별다른 공식 결과물은 없었지만, 올해로 벌써 5년이 지난 《Show Me The Money 1》(2012) 참가 경력과 다른 래퍼와 설전으로 그 이름만큼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앨범의 준비기간만 4년이었고, 심지어 데뷔앨범이다 보니 결과에 상관없이 앨범에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항간에는 본작을 두고 섣부른 상찬이나 실망의 평가들이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는 모양이지만, 여타 배경적인 가지들을 쳐내고 개별적인 퀄리티만 놓고 보면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본 싱글 「입장」은 앨범의 가치와 미덕들을 무척이나 잘 대표하고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흔히 배워온, 삶의 신조나 기본적인 원칙 같은 것들이 있다. 이는 강제적인 법이나 보다 일반적인 도덕과 또 다른 관념들로써,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상적 교훈이나 종교적 가르침에 가깝다. 이를 테면 인의예지라든지 삼강오륜이라든지 믿음. 소망. 사랑이라든지 하는 것들. 대개 일상의 팁이나 거창한 철학으로 여겨지지 않는 추상적이고 익숙한 지침들일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중요한 순간에 번득여주는 계시나 잠언이 되기도 한다. 「입장」이 담고 있는 역지사지적인 성찰이 그렇다. 결코 신선하다고 할 수 없는 모티프를 담고 있지만 가사 빽빽이 담긴 화자의 입장 이야기는, 단순한 서사의 방대함이나 언어의 유려함 없이도 가사 한줄 한줄에 담긴 성찰의 깊이와 자기 이야기에 대한 솔직함만으로 거대한 에픽의 한 부분을 완성해내고 있다. 새로운 간지나 변화무쌍한 플로우도 없고 가사 속 충격적인 스토리 하나 없지만, 가사의 서사가 발전함에 따라 래퍼의 톤과 감정표현 역시 확장하는 역동적인 액션은, 스테이지를 거듭해갈수록 적절히 난이도를 더해가는 균형잡힌 게임처럼 듣는 이를 더욱 즐겁게 몰입하도록 한다. 데뷔앨범의 타이틀로서 이것이 그의 최고작이 되지 않길 바라게 할 만큼, 단단한 트랙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입장
    김태균
    Duplex G, 김태균
    Duplex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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