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이승열의 3집 『Why We Fail』(2011) 즈음에, 신스를 중심으로 한 편곡이 덧붙은 곡입니다. 시니컬한 듯 난해한 단어들과 멜로디가 목소리와 섞여 깊게 패이는, 그런 곡 말이죠. 플랫한 구성이지만 어렵사리 빨려드는 흡인력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돈된 신스 사운드와 절뚝거리는 비트, 지글거리는 기타 소리가 어우러지는 중반부터의 사운드 구성과 그 변주는 가히 인상적입니다. 신스팝에서 시작해 점차 사이키델릭으로 치달린다는, 다소 무협지적인 표현이 많이 부끄럽지 않네요. ★★★☆

[정병욱] 미끄러지는 클래지의 사운드 위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승열표 보컬의 주종 관계없는 조화가 훌륭하다. 가사와 제목이 의도하는 “너덜너덜”한 감정은 텍스트의 의미와 청각적 이미지가 하나의 심상으로 만나는 영상과도 같다. 평면적인 전자사운드에 깊이 있는 영상미를 더하는 것은 사운드에의 몰입이다. 단조로운 리듬과 특별할 것 없는 사운드 장치의 조합이지만 화음부 하나 허투루 쌓지 않는 입체적 표현은, 이승열의 장인정신이 전자음악과 만났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