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그러니까 이 곡은 알앤비 올스타즈의 곡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자이언티나 크러쉬, 딘의 몫도 만만치 않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솔로 파트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담담하게 언급하는 식으로 부른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겹칠 때, 그는 다른 역할을 띤다. 피처링을 해준 가수들이 드러내지 못한 날것의 감정을 건드리는 경계선으로 작동한다. 한마디로 곡과 피처링을 한 가수들이 제 실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주는 원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피제이, 쿠쉬의 프로듀싱이 지니지 못한 측면까지 감싸며 잡아준다. 어떻게 보면 그의 알앤비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의 의자를 비워두며 감정에게 앉으라고 권하는, 어찌보면 신사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 그의 방법론을 꾸준히 견지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정기고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인 셈이다. 그 최선이 아직까지 나쁘진 않다. ★★★☆

[김성환] 「썸」이라는 2014년의 최고 히트싱글을 내놓으면서 일약 '메이저 아티스트'의 단계로 올라선 정기고의 1년 5개월만의 신곡. 누가 봐도 '화려하다'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라인업을 피쳐링 보컬들로 총동원한 만큼 세 보컬리스트들의 각각의 개성들이 곡에서 잘 살아나는 것은 이 곡의 장점이다. 아직까지도 화려한 가창력의 폭발로 질러대는 것만이 소울/R&B 보컬의 전부로 착각하는 이들에게는 네오 소울 이후 시대의 R&B 보컬의 매력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슬로우 잼이다. 볼륨을 조금만 더 올려 듣는다면 보컬을 위해 적당히 뒤에서 은둔함에도 곡의 끈끈함을 지켜주는 베이스와 드럼의 섬세한 리듬-비트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김정원] 포문을 여는 건 정기고지만, 사실 곡의 주인이 누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네 명의 보컬이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다. 보도자료에서는 네 보컬이 마치 하나처럼 매끄러운 것을 장점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마냥 고무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장단이 뚜렷한 요소다. 그리고 본 곡에서는 단점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한 편이다. 실제로 네 명의 목소리가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소리를 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맞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각자의 개성을 죽이고, 단편화시키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자이언티가 최근 들어 자주 선보였던 서정적인 곡들과 비슷한 류의 프로덕션은 곡 안에 담긴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그저 단출하게만 다가온다. 네 보컬이 나름대로 이리저리 섞여서 각 파트를 소화하지만, 청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거나 기대를 깨는 절묘한 콤비네이션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소위 ‘기본빵’은 치는 내로라하는 알앤비 보컬들이기에 기대치가 높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편안히 들을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감상 지점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곡이었다. ★★★

[박상준] 가볍게 받치는 스트링, 괜히 신음처럼 흘려대는 목소리가 들이닥치는 인트로의 기시감에 먼저 소름이 돋는다. 뒤따르는 정기고의 보컬은 디렉팅이 어떻게 진행됐나 의구심이 들 만큼 음색에만 집중하는 모양새고, 되레 정기고가 『pathfinder』(2012)과 이전의 싱글들에서 실험한 거친 톤과 사운드의 수혜자는 딘인것 같다. 자이언티가 딘처럼 의외로 빠른 리듬에 느긋한 그루브와 더불어 확 깨어나는 순간을 제공한다면 크러쉬는 정기고처럼, 다만 더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딱 적절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이 곡이 좋은 알앤비 싱글로 남는다면 그건 피처링의 힘일 것이다. 당연히 「너를 원해」보다는 유행에도 민감해졌고 애드리브는 그 목소리로 하니 독보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라기엔 위트가 없고 성숙이라기엔 밋밋하다. 김도훈식 정기고를 벗어나 정기고식 썸을 만든 것만으로 다행인 셈이라면야 할 말은 없다. 그래도 EP와 그 많았던 싱글을 떠올리면 헛헛할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