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 Out #9-5] 이장혁 「비밀」

이장혁 『빈집·비밀』
2,49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8
Volume 3집 (선공개)
레이블 선데이디스코

[권민기] ① '앞으로는 음반을 좀더 자주 낼 계획'이라던 2집 쇼케이스에서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장혁의 3집은 그후 무려 5년이 훌쩍 넘어서야 발매되었다. 그동안 기대감은 불안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나오겠지'하는 체념으로 바뀌었고, 이장혁이 몸 담고 있는 이 나라의 음악 신(scene)과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8년 이후 가장 눈여겨 볼 만한 사회적 변화는 정념과 냉소의 이분화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촛불 정국'과 '천안함 사태'를 거치며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겨지는) 사실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길 꺼리며, 선동적 문구에 대해 냉소를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대중이 냉소적으로 변할 수록, 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만큼의 정념을 자신들이 채워야 한다는 듯 더욱 과격하게 표현하고, 더욱 열정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밝힌다. 이토록 정념과 냉소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이 예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필연적으로 독자를, 혹은 청자를 '선동'하게끔 되어있는 예술가이에. ② 이장혁은 그 흐름에서 비껴있길 바랐다. 그는 절대 세상의 낮은 이들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으며, 「조」(2007)에서 볼 수 있듯 이른바 '악한'까지 이해하려 하는 이이지만, 그의 이해와 아픔은 지금까지 본질적으로 그 자신의 아픔에서 비롯되어왔다. 사람의 따스함 한 곳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그 미워할 수 없는 이기심을 이장혁은 항상 훌륭히 표현했다. 그가 '대의'나 '팩트' 같은 것에 휩쓸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눈을 돌린다면 그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리라 생각했다. ③ 2집의 「봄」(2008)을 연상시키는, 잔잔한 기타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우려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변화 역시 엿보인다. 1집에서 "이런 날 안아줄 수 있는지"를 외치며 구원자를 기다리던 이장혁은 2집에서 "주어진만큼의 날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는 벌레들처럼, 자전거를 타며 지나간 기억을 씻어간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빈 집"에서 그 '지나간 기억'은 다시 한번 돌아온다. 이제는 싸울 수도 없는, 유령 같은 기억으로, 빈 집처럼 휑한 마음에 돌아온다. ★★★★

 

[박상준] 미지의 세계를 조망하는 듯한 스트링, 여전히 아름다운지 섬뜩한지 구별이 안 되는 목소리, 라이브로 만천하에 드러났던 나무 아래 기타를 든 이장혁의 모습이 섞이면 모든 게 불확실해진다. 아마 그의 레퍼토리 중 가장 뻔뻔한 노래가 아닐까? 평화로운 기타와 담담한 고백이 지나다 “우린 어느새 서로의 목을 졸라” 쯤 분위기가 반전하면서 오는 공포.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선포 같지만, 이미 막바지에 다다른 지 오래다. 맥거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2007) 정도의 노래를 빼면 늘 뜻밖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불러온 그다.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침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긍정적이든 아니든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그걸 믿어야 한다. ★★★☆

 

[박병운] 시작하는 피아노 음은 차분하지만, 공허를 언제나 밀봉해놓은 듯한 그 특유의 보컬은 가사와 함께 많은 정보를 주진 않는다. 온기를 띈 피아노와 가볍게 귀기 서린 분위기 안에 흡사 성령을 내리는 듯이 울림을 주는 오보에 편성은, 짧지만 감상에 충만함을 준다. 새롭게 나올 신작 음반이 가져다줄 절망감조차도 기꺼이 안을 수 있도록 각오하게 하는 싱글. ★★★☆

 

[열심히] 2012년에 쇼케이스도 끝낸 곡들이 다소 뒤늦게 음원으로 선공개되었습니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연주/편곡과 스토리텔링 사이의 긴밀함입니다. 메인이 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의 좌우를 오가며 에코 걸린 코러스/각 악기 트랙이 배치됩니다. 이장혁 특유의 '먹먹한' 목소리는 결코 격정으로 향하지 않지만, 해답이 없을 사색을 보편적인 단어들로 풀어내는 가사와 이러한 꼼꼼한 '배치'로 곡 특유의 상실감을 완성합니다. 꽤 오랜 공백을 지났지만, 이장혁은 여전히 믿음직한 브랜드입니다. ★★★★

 

[차유정] 그는 항상 두려움을 밑에 깔고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노래한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실체가 어느 순간 마음속에 묵직하게 다가온다는데 있다. '여기서부터 출구 없음' 아니면 '피할수 없는 것을 피하지말 것'이라는 명제는 거친 사운드를 전달하는 음악의 전유물 만이 아니라는 걸 이장혁은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노래 속에 숨겨진 아픔과 자괴감을 짧은 선율에 싣는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미완으로 끝나는 듯한 곡의 구성이 오히려 그 다음 테마를 기다리게 한다. 이런 애매함마저 아름답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비밀
    이장혁
    이장혁
    이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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