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1년 전 《재즈피플》에서 선정한 ‘2023 라이징스타’이자 다양한 밴드에서 활약 중인 드러머 김선빈의 첫 리더작이다. 근래 서수진의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굳이 멀리 있는 거장을 떠올릴 것 없이 드러머의 작품이라고 해서 작곡이 아쉬울 거라 예상하는 건 편견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난해한 즉흥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트랙마다 확실한 테마 선율을 바탕으로 과도한 진행과 변주 없이 곡마다 주연과 조연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으며, 곡마다 드럼 파트의 존재감이 분명하다. 「Gethsemane Pt.2 : Yet Not What I Will, But What You Will」는 직전 트랙 「Gethsemane Pt.1 : Take this cup from me」과 함께 제목만으로 매우 구체적인 서사를 그린다. 예수가 십자가의 최후를 마주하기 전 제자들을 아래 두고 홀로 겟세마네에 올라 신에게 기도하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Gethsemane Pt.1 : Take this cup from me」(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가 예수의 지극히 ‘보통의 인간’적 면모로써 두려움과 불안, 고통 등을 담고 있다면, 「Gethsemane Pt.2 : Yet Not What I Will, But What You Will」(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는 숭고와 비장미를 담당한다. 이 곡에서는 색소폰과 드럼을 주인공 삼아, 협과 불협, 제시와 대응, 결국의 감내와 수용으로 점차 나아가고 수렴하는 복잡하고도 존엄한 순간을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으리라 보임에도, 뚜렷한 지향과 구상으로 욕심을 잘 억누른 곡이다. ★★★☆

[조원용] 드럼 연주자 김선빈의 첫 정규앨범 『Where I Come From?』의 타이틀곡이다. 피아노의 이영우가 차분하게 인트로를 연주하고, 이후 나머지 멤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곡에 진입한다. 곡의 템포가 일순간에 바뀌면서 김기범의 색소폰이 멜로디를 이어나간다. 김선빈은 부지런하게 비트를 쪼개면서 멜로디의 길을 터준다. 곡 초반부터 육박하는 에너지는 점점 더 상승하고 색소폰 역시 쉬지 않고 멀리 나간다. 비틀거리는 듯한 블로잉부터 낮은 음을 빠르고 힘 있게 훑고 지나가는 홍킹 주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여기에는 김선빈이라는 리더이자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크다. 그는 계속해서 멜로디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리듬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또 유지한다. 강환수의 베이스 역시 전체의 볼륨에 밀려 비교적 뒤에 가려져있는 듯하지만 제 역할을 든든히 해낸다. 이렇게 빈틈없는 열기는 김선빈이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믿음’의 발로에서 시작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곡 제목의 문장은 마가복음 14장 36절에서 따왔다.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대한 성서 공회 개역한글)라는 뜻인데, 종교-비종교와는 관계없이 믿음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열기를 이 곡을 통해 엿볼 수 있다. ★★★☆

[차유정]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의 굴곡을 짧으면서도 깊숙하게 침투해 담아낸다. 멜로디 라인에 대한 성찰이라기 보다는 한쪽으로 쏠린 감정선을 굳이 정리하지 않으면서 떨어지는 파편적인 효과들이 곡의 스타일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어지는 감정의 끈을 어쨌든 설명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욕망의 그림자가 짙게 넘실거리면서도 이상한 고독을 빼어물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감정적이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기묘한 건조함이 가득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싱글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