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31-5] 황푸하 「불」

황푸하 『두 얼굴』
56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12
Volume 3
장르 포크
유통사 더 볼트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활동가이며 동시에 진보적 목회자로서 음악적 주제의식을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생활적 실천에 옮기려 하는 뮤지션 황푸하의 정규 3집 『두 얼굴』의 타이틀곡. Arnold Schönberg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1932)과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앨범 전체의 주제적 기반으로 잡아 종교적 지도자(모세)와 예술가(아론)의 갈등 속에서 후자를 옹호하는 관점을 음악에 담았다고 한다. 일단 그간 앞선 두 장의 앨범과 여러 곡들에서 들려준 사운드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악기를 활용하면서 보다 전위적 음악 방향을 추구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앨범의 포문을 여는 이 곡에서는 기타 아르페지오가 전편을 끌어가는 동안, 작지만 복잡한 리듬을 들려주는 드러밍과 베이스가 잔잔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곡의 즉흥성을 더하면서 어지럽게 흘러가는 색소폰 연주와 바이올린 연주까지 가세하면서 혼돈과 서정이 뒤엉키는 현장을 연출한다. 황푸하의 보컬 역시 보다 더 담담한 톤을 유지하면서 관성과 익숙함에 묻혀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관조하는 메시지를 풀어놓는다.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왔지만, 이제 보다 깊고 심오한 단계를 향해 전진하는 한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기개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

 

[박병운] 지금까지 줄곧 작업물을 진지하면서도 성실하게 발표한 그의 신작이지만, 이번에는 보다 진지한 청취를 요구한다. 나지막하게 뱉으며 전달하는 가사와 이야기의 흐름엔 짐짓 파르르 떨리는 파장이 감지된다. 이 흔들림의 감상에서 때론 더욱 혼미함을 더하는 것은 현악과 색소폰의 울림이 가세하는 절정의 부분이다. 이 양상은 자칫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곡은 결국 차분한 매듭으로 정리된다. 인지마저 얼게 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작품. ★★★★☆

 

[유성은] 포크나 컨트리 음악의 지평을 넘어선 (즉흥 연주를 지향하는 밴드 테호의 참여에 따른 재지하면서도 자유도 높은 사운드 덕분인지) 전작에 비해 음악적 표현이 한발짝 앞으로 향한다. 오페라 ‘모세와 아론’을 모티브로 만든 『두 얼굴』에서도, 「불」은 출애굽기의 시작이 되는 리더 모세의 변화를 서술했다. 작든 거대하든 모든 의미있는 시작이 2,30대의 젊음, 치기, 열정 등에서만 비롯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 육체적 퇴화와 상관없이 내면은 늘 도전과 변화를 꿈꾼다. 정형화 되지 않은 이글거림과 결기가 가득한 의욕작. ★★★☆

 

[이아림] 『두 얼굴』이라는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이 가지는 양면적인 사고를 고찰하며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는 음반이다. 「난 말을 못해요」나 「클래식」처럼 소소하면서도 산뜻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신세계」, 「망원동 까마귀」와 같이 사회를 관조하는 황푸하의 시선도 담겨있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수미상관의 「불」과 「두 얼굴」은 자기 자신을 소재로 성찰하는 듯하다. 타이틀 「불」은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곡으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1994)와 같은 울림을 남긴다. "변혁"이라는 표현을 비롯해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듯 늦었다는 가사를 통해 쓸쓸한 전운이 감돌지만 사그라드는 불꽃을 꺼트리지 않는 은은함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색소폰 연주는 곡에 무게와 따스함을 더하며, 바이올린과 클래식 기타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맑은 음색은 서늘하게 체념을 노래하나, 어느새 불은 사그라들지 않고 타오른다. 좋은 연주로 표현된 황푸하의 결의가 은은하면서도 뜨겁다. ★★★★

 

[조일동] 감정을 표현하고 있을 뿐인데, 손에 잡힐 것만 같이 생생하게 그려내는 재주를 가진 아티스트 황푸하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프리재즈 아티스트들과 손을 잡았다. 그 결과는 형이상학의 세계가 소리로 그려진다. 황푸하의 음악에서 그간 느끼기 힘들었던 공격적이고 거친 색소폰과 드럼 연주가 들리는가 하면, 황푸하 특유의 진중하고 희뿌연 음악이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며 황푸하의 음악으로 마무리된다. 멋진 조력자가 없었다면 이런 강렬한 음악이 황푸하의 이름으로 발매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황푸하가 아니었다면 이 멋진 동료들의 소리들은 황푸하의 고민과 방향으로 모아지지 못했을 것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황푸하
    황푸하
    황푸하, 정수민, 황예지, 민상용, 이태훈, 진수영, 김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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