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조금 덜 익었어도 무난히 통과한 홀로서기의 문

니콜 (Nicole) 『First Romance』
1,38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11
Volume EP
레이블 B2M Entertainment
공식사이트 [Click]

니콜은 카라에서 '분리'되어 솔로 보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면서 잃은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 얻은 것도 있었다. 먼저 잃은 것은 당연히 그간 그룹의 이름으로 얻었던 국내 활동 어드밴티지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모든 활동 계획을 새로 짜야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결별'이나 '탈퇴'가 아니라 '분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카라에서의 이탈은 결코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려 함이다. 분명히 니콜은 솔로 활동이 병행되는 상태에서 카라의 활동을 지속하기를 원했지만, 니콜 측에서는 DSP가 이런 병행활동을 위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DSP역시 니콜 측이 제안했던 '두 지붕 한 가족'을 거부하면서 자동으로 팀을 떠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로'가 됨으로써 얻은 것도 있었다. 아무리 그룹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해도 그녀를 카라 시절부터 응원해오던 골수 팬들은 대체로 그녀의 솔로 활동을 지지하는 편이고, 5인 체제의 붕괴로 인해 DSP와 현재의 4인조 카라가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스윗튠(Sweetune)을 그대로 자신의 편으로 끌어왔으며, 다행스럽게도 DSP에서 그들을 돌보고 관리했던 길종화가 대표를 맞고 있는 B2M으로 이적하면서 새 소속사를 찾는 문제로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빠르게 국내 시장에 데뷔를 이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로듀서가 스윗튠이든 아니든) 음악 속에서 주도 멤버가 있다기 보다는 멤버들의 보컬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던 카라의 음악적 시스템에서 벗어나 보컬리스트로서의 음색과 창법의 개성을 독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가장 큰 소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간의 변화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산물인 『First Romance』의 결과물은 어떠한가. 일단 이 앨범의 음악들은 스윗튠이 카라의 솔로곡 모음 EP 『Kara Solo Collection』(2012)에서 니콜의 곡으로 만들었던 「Lost」가 그러했듯, 기존 카라에게 주었던 곡들에 비해서는 (니콜이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표현에 자신감을 갖는 영역인) R&B적 감성을 1990년대 말 애즈 원(As One)과 제이(J)의 음악들에서 느꼈을 법한 소위 'R&B 가요'의 스타일로 풀어놓았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사운드의 선택은 니콜의 보컬에게는 분명 최적의 선택이다. 소위 '소몰이'의 시대를 지난 2세대 아이돌 가요의 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시스타의 효린이나 에일리처럼 소울 디바형으로 지르는 보컬로 노래를 해야만 R&B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앨범에 수록된 두 곡의 발라드 - 「7-2=오해」, 「Love」 - 가 보여주듯이 고음과 강렬한 소울 애드립을 가미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소프트 R&B의 감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데 니콜의 보컬은 하나의 표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윗튠은 사운드 주조 면에서 2014년에 그들이 제작한 다른 음악들에 비해 훨씬 전자음을 절제하는 편곡을 들려주고 있다. 가끔은 '과유불급 노이즈'라는 평가도 받았던 일렉트로닉 색채를 강화하기 위한 일그러진 전자음 같은 것은 여기선 찾을 수 없다. 곡의 멜로디 전개와 리듬 전개 면에서는 과거 인피니트의 히트곡들이 생각나는 「Joker」 같은 곡에서도 신시사이저/키보드 연주는 마치 멜로디언과 실로폰 연주 흉내를 내듯 흘러가고 있으니까. 일단 스윗튠으로서는 그간에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다시 안정된 사운드 감각을 되찾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들 사운드의 최고 장점인 기타-베이스의 리얼한 세션의 매력도 그대로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마치 1990년대 벽두에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하우스-R&B의 컨셉트를 잡고 편곡을 구성해낸 짧은 첫 트랙 「Innocent?」에서 김보아와 니콜의 보컬의 조화 속에서 스윗튠이 이뤄낸 꽤 끈끈한 서구적 그루브와 긴장감이 앨범의 머릿곡이자 두 번째 트랙 「MAMA」를 포함해 나머지 트랙들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MAMA」는 재지한 뮤지컬 튠의 분위기가 더 강조되면서 곡 자체의 구심력보다 안무와의 조화를 이룰 때에만 확실한 매력을 확보하고, 기존 스윗튠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을 「Joker」 도 R&B적이라기엔 록 비트의 펑키함이 강조된 감이 있다. 스윗튠의 개성과 니콜의 색채에 맞추는 센스는 잘 발휘되었지만, 이번 음반에서 좀 더 미국식 R&B의 끈끈함을 기대했었다면 조금은 그 기대감에 맥이 빠지는 반응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편, 니콜의 가창은 확실히 카라 활동 시기의 창법과 음색에 비해서는 (미국에서 받고 온 가창/안무 레슨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본인 음색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목으로 내지 않는 소리'의 깊이가 담긴 보컬을 들려준다. 물론 더 '은은한 섹시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이스에 담아내거나, 임팩트를 줘야 할 파트에서는 이를 표현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MAMA」에서 보여주는 드라마틱함을 표현할 줄 아는 호흡, 「7-2=오해」, 「Love」 등에서의 진성과 가성의 자연스러운 전환 등은 그간 카라라는 그룹의 곡들 속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니콜 특유의 음색과 가창의 매력을 발전적으로 듣고 싶었던 청자들에게는 분명 반가움으로 와 닿을 수 있는 곡들이다.


만약 이 음반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면 불완전함과 아쉬움 역시 동시에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스윗튠의 조력과 본인의 노력 속에서 이 음반은 니콜이 걸 그룹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솔로 보컬리스트'로 보여줘야 할 기본, 그 방향성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니콜 스스로가 이 앨범 이후 자신의 향후 방향성을 더욱 세련된 R&B의 세계로 이동해 갈 것인지, 트렌디함을 고려하는 댄스 팝 보컬리스트 쪽에 방점을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Credit

Executive Producer : B2M Entertainment
Music Producer : SWEETUNE
Recorded by 홍승현 (at SWEETUNE)
Mixed by 홍승현 (at SWEETUNE)
Mastered by 전훈 (at Sonic Korea)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Innocent? (feat. 김보아(스피카))
    니콜, 에릭남
    고남수, 한보람
    고남수, 한보람, 홍승현
  • 2
    MAMA
    민연재, 송수윤
    김승수, 이창현, 한재호
    이창현, 홍승현
  • 3
    7-2=오해 (feat. 동우(인피니트))
    민연재, 송수윤
    김승수, 안준성, 한재호
    안준성, 홍승현
  • 4
    조커 (Joker) (feat. 리키)
    송수윤
    김승수, 한재호
    김승수, 한재호, 홍승현
  • 5
    LOVE
    송수윤
    김승수, 추대관, 한재호
    추대관, 홍승현
  • 6
    MAMA (Inst.)
    -
    김승수, 이창현, 한재호
    이창현, 홍승현

Editor

  • About 김성환 ( 20 Art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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