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8위

동이 『날초소 분석법』
1,02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3
Volume 1
장르 재즈
레이블 포게팅커브
유통사 뮤직앤뉴
공식사이트 [Click]

장르의 정통과 파격에 천착하는 음반이 있고, 대중성과 독창성 사이의 균형을 치열하게 탐색하는 음반이 있다. 모두 얼마든지 좋은 음반이 될 자격은 있다. 다만, 더블베이스 연주자 동이(이동희)의 데뷔 앨범 『날초소 분석법』의 접근은 좋은 음반의 일반적인 공식과 조금 다르다. 계산과 재단의 흔적 없이, 그저 부유하는 개인의 자아와 동아시아 전통 유산을 갖고 소리를 발효해 만든 음악이다. 분명 재즈가 중요한 도구로 쓰였으나 재즈의 미학과 뉘앙스보다는 다른 것들이 먼저 들린다. 속에 담은 내용물이 긴 시간 거쳐 숙성되고 하나로 어우러지게끔 '동이'(항아리)의 역할을 자처해 『날초소 분석법』은 스스로 역사의 일부, 작은 세계가 됐다.

 

부산에서 태어난 동이는 어렸을 적 피아노 연주와 교회에서의 기타 연주로 음악을 처음 접한 뒤 대학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며 재즈를 자신의 첫 모국어로 삼았다. 2010년부터 한동안 제주에서 지내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전통 음악을 탐구했고, 재즈를 놓지 않고 임인건의 『All That Jeju』(2015) 프로젝트에 함께하기도 했다. 이후 교토, 도쿄, 홋카이도, 상하이, 난징, 홍콩, 타이베이까지 동아시아 곳곳을 오가며 연주 경력을 쌓아오다 올해 자체 프로듀싱 앨범으로 발표한 게 바로 이 앨범. 그의 현재 활동 무대인 대만 내 대표 인디음악 시상식 《Golden Indie Music Awards》는 『날초소 분석법』의 수록곡 「농담」을 ‘Best Jazz Song’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앞서 같은 음반에 관해 다른 리뷰에 직접 선언한 문구를 재인용하면, “다른 음악을 만드는 건 다른 소리의 미학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는 재즈의 리듬 중추를 떠받치는 양악기 더블베이스를 국악기의 아쟁 활대(개나리채)로 연주해 단지 방법론적 차이만이 아닌 소리와 의미의 차이를 발생시켰다. 높은 마찰력의 개나리채와 베이스 현이 맞부딪는 거칠고 신선한 소리와 어렴풋이 익숙한 멜로디가 하염없이 느린 템포로 각기 다른 전통 소재들과 어우러진다. 잘 짜인 시나리오가 아니라 우연과 필연이 얽힌 투박한 일면으로서 범아시아 공동체의 역사 단면을 강조한다.

 

소재로 쓴 음악과 쓰인 악기, 함께한 연주자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다. 1970년대 일본 사이키델릭 밴드 출신의 Hirofumi Kasuga, 엠비언트 연주가 Janmah, 드러머 Kota Arai, 호주의 Collin Offord, 색소폰 연주가 오직과 피리 연주가 최요셉 등이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발현악기 카차피, 중앙아프리카 지역 기원의 체명악기인 음비라, 각종 앰비언트 사운드와 디제잉의 스크래치 사운드를 사용했으며, 신라시대 성덕대왕의 종소리가 샘플로, 일본어 시 낭독이 내레이션으로 등장한다. 홍난파의 「달맞이」 선율이 애처롭고 미묘하게 번지는 첫 곡 「완월」부터 자국 정부의 학살을 피해 이방으로 떠난 제주민들의 정착지였던 ‘일본 속 작은 제주’ ‘이카이노’(猪飼野)의 풍광이 신비로운 안개처럼 펼쳐지는 마지막 곡 「이카이노」까지 뒤섞인 문화 정체성을 관통하는 주인공이 동이 자신임을 잊지 않고 있기도 하다. 지금의 동시대를 일군 정서가 하나의 민족성, 단일한 미학만으로 완성할 수 없음을, 적극적이면서도 은근히 드러나는 혼종성으로 설명한다.

 

이 음반에는 일반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에 흔히 감지되는 경계와 영역이 보이지 않는다. 동이는 고착된 방법론이나 주체 구분에 대한 의식적인 인식 대신 온전히 자유로운 차용과 혼합을 택했다. 재료들을 눈에 보이게 펼쳐놓지 않고 속으로 품은 채 오묘한 아름다움이 차분하게 배어나게 했다. 난해한 즉흥 요소나 소리 실험의 전시를 적절히 제한하고 각각의 소리가 충분히 우러나기까지 기다렸다. 앨범 제목에 앞세운 (흔히 캡사이신으로 일컬어지는) ‘날초소’(辣椒素, capsaicinoid)의 매운맛은, 톡 쏘는 첫맛으로나 얼얼한 뒷맛으로나 기존의 미각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촉각의 형태이자 총체인 법이고, 『날초소 분석법』의 감상이 결국 그러하다. 누구에게나 통할 최고의 맛은 아닐지언정 다른 데서 경험할 수 없는 올해의 맛이자, 동시에 한 개인과 특정 시점의 맛이 아니라 언제부터였을지 모르게 기억에 스민 맛이다.


Credit

[Musician]
Double Bass : 동이
Programming : 동이
Ajaeng Bow : 동이 (Track1,3)
Mbira : 동이 (Track5)
Electric Guitar : Janmah (Track1,3,6,7,8), Kasuga Hachi Hirofumi (Track2)
Acoustic Guitar : Kasuga Hachi Hirofumi (Track5)
Ukulele : Kasuga Hachi Hirofumi (Track5)
Kacapi : Janmah (Track6)
Drums : Kota Arai (Track1,3,6,8)
Tenor Saxophone : 오직 (Track1,3,6,8)
Jing-Gong : 최동일 (Track1)
Waterphone : Kasuga Hachi Hirofumi (Track2)
Nature Environments Sound : Colin Offord (Track 7,8)
Conch Shell : Colin Offord (Track 7,8)
Great Bowl : Colin Offord (Track 7,8)
Turntable : DJ Rex Chen (Track2)
Vinyl Beat Scratch : DJ Rex Chen (Track2)
Sampling Sounds :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경주국립박물관 (Track1)

[Staff]
Executive Produced by 포게팅커브
Recorded By 최동일@Tul Studio
Edited By 동이 (With Addition Recorded)
Mixed By Teddy Huang
Mastered By Kent Poon@Design W Sound, HK
Half Speed Mastered & Lacquer Cut by Sidney Claire Meyer@Emil-Berliner-Studios, GE
Artwork By Komuyi@村夢遊牧 buttflying collective, TW
Music Video by ATB, KR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완월
    -
    동이
    동이
  • 2
    에루화 (feat. Hachi)
    -
    동이
    동이
  • 3
    농담
    -
    동이
    동이, 오직, Kota Arai, Janmah
  • 4
    꼬리인사
    Yuki Furukawa
    동이
    동이
  • 5
    해협의 낭만주의 (feat. Hachi)
    동이
    동이
    동이
  • 6
    과세문안 (feat. Colin Offord)
    -
    동이
    동이, 오직, Kota Arai, Janmah
  • 7
    동산이몽
    -
    동이
    동이
  • 8
    이카이노 (feat. Colin Offord)
    -
    동이
    동이, 오직, Kota Arai, Janmah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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