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K-POP신에는 다양한 신예 걸그룹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2021~22년에 비하면 생각보다 강한 임팩트를 남긴 ‘진짜 신인’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재데뷔에 해당하는 팀들(아르테미스, 루셈블)이나, 기존 팀 활동과 별개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쳐 연합한 팀(엘즈업) 등 ‘무늬만 신인’으로 데뷔한 경우가 더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키스오브라이프의 등장은 마치 3세대 시기의 마마무의 등장처럼 매우 신선했다. (이른바 ‘4대 기획사’를 거친 멤버들 각자의 연습생 이력을 보면 ‘외인구단’이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데뷔연도임을 감안해도 2장의 EP를 연속으로 발표하고, 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의 활용 등을 통해 멤버들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음반의 주제를 전달하는 전략도 나름 주효했다.

네 멤버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퍼포먼스와 안정된 가창력은 당연히 매력적이고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팀이 들려주는 음악 자체가 데뷔시점부터 90~2000년대의 서구 알앤비/네오소울/힙합을 적절히 활용하며, 타 걸그룹들의 방향과 차별화한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너도 나도 해외 작곡가들이 보내온 데모음원들에 의지하는 현재 K-POP신의 흐름에도 이들은 역행한다. 릭브릿지스, 스트로베리바나나클럽, 바이모어 등 대부분 한국인 신진 작곡가들의 손에서 곡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차별화 포인트이다.

첫 EP 『Kiss of Life』(2023)에서는 타이틀곡 「쉿(Shhh)」을 통해서 각 멤버들의 보컬과 랩의 음색의 개성과 리듬을 타는 능력이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각 멤버들의 솔로곡들로 4명이 한 팀이자 동시에 각각 보컬리스트로서 기본을 갖췄음을 역설했다.  (특히 나띠의 솔로곡 「Sugarcoat」는 필청을 권한다.) 물론, 두 번째 EP 『Born To Be XX』(2023)의 주제는 사실 4세대 걸그룹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타인의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자유’지만, 결국 사운드에서 차별점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마치 르세라핌의 싱글 「Unforgiven」에 대한 그들 나름의 ‘독자노선’식 화답처럼 들리는 타이틀곡 「Bad News」에서의 확실한 보컬 역할 분담과 유기적 화합은 확실히 탁월하다. 또한 정말 K-POP에서 오랜만에 듣는 진한 알앤비 그루브가 매력적인 「Nobody Knows」를 과감하게 서브곡으로 푸시할 수 있는 대범함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키스오브라이프는 2020년대 한국의 아이돌 팝 시장의 흐름에서 조금은 간과하던 요소들을 제대로 파고 들어 대중의 관심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과연 이 단계를 지나 이들이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까. 이는 어쩌면 K-Pop의 진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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