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1위

250 『뽕』
1,11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3
Volume 1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유통사 카카오 Ent.
공식사이트 [Click]
올해, 드디어 혹은 이제야 공개된 앨범을 저마다의 공간에서 들으며 일담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평을 빌어봅니다. '숨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이 문장의 앞뒤에 무엇을 가져다 붙이든, 어지간하면 성립하는 것이 이 앨범이 이룩한 아득한 성취입니다. 

일견 이 앨범이 취하고자 한 것들은 다방하면서 동시에 자칫 뮤지션의 자의식 과잉으로 이어지기 쉬운 멀찍한 것들이었습니다. 옛 것에 대한 존중, 흥과 신파라는 정서를 유기적으로 앨범 내에 공존시키는 곡과 곡 사이의 내러티브, 서브컬쳐나 저급 가요로 취급되던 ‘뽕’이라는 굴레가 지닌 품과 격에 대한 재발견, 이 모든 것을 옛 것의 복원 같은 안일한 레트로가 아닌, 자신의 작법으로 재조합하고자 하는 방향성까지. 하지만 이 앨범은 이 모든 것들을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빠듯하거나 산만하지 않게, 우리가 휴게소에서 스쳐 지났던 그 ‘뽕’의 인상을 자연스레 만들면서 차근차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실로 비범한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Wire》는 서브컬쳐와 대중음악의 일면에 주목하며 이 작품을 해석했고, 《DJ Mag》은 ‘소리의 향연’에 집중했죠. 감각적인 면으로나, 관습과 이를 뒤트는 의외성, 깊게 파고드는 감성의 영역까지. 수 년의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일련의 에피소드와 이를 증거하는 제작기 영상에까지 다다랐다면, 당신에게도 『뽕』을 듣는 체험은 앨범 한 장을 넘어, 일종의 파운드 푸티지 (found footage) 에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앨범에서 250은 ‘뽕’이라는 장르를 ‘흥’과 ‘신파’의 두 축으로 잡되, 이를 굳이 분리하지 않고 시종일관 세심하게 공존시키며 앨범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게끔 무게중심을 잡습니다. 속도감과 무성의한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던 고속도로 메들리 댄스에서 독특한 리듬감을 찾아내고 이를 전자음악의 베이스 리듬이나 비트 소스의 교체·보완 및 빌드업 구성을 통해 극대화하는 작법은 「뱅버스」나 「바라보고」와 같은 트랙에서 극대화됩니다. 곡마다 비트나 소스에 앞서 ‘공간’을 중시하는 사운드 디자인 또한 『뽕』이 만들어낸 또다른 경지입니다.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속도감을 극대화하는 「뱅버스」는 버스 안에서 듣는 듯 압축적인 공간에서 경쟁하듯 들끓는 소스들의 충돌을 연출하는데, 똑같은 흥을 연출하더라도 「바라보고」는 가야금 연주의 질감을 살리면서 품바에 가까운 리듬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보다 개방적이고 러프한 공간을 보여주는 식으로요. 거의 모든 곡이 이렇듯 폭넓은 공간적 변화와 이를 극대화하는 배치를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흥’과 ‘신파’라는 주제의식을 놓지 않기에 한 장의 앨범 안에서의 응집력 또한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정식의 절묘한 색소폰 연주를, 흡사 싸구려 바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청자의 귀로 들어오는 듯 이질감 있게 자리잡아놓은 「로열블루」에 이르면 예민한 프로듀서의 밸런싱에 절로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 스트리밍과 CD 버전에서 각각 다른 마스터링 지향을 가져간 점도 이벤트성 작업이나 개인의 욕구충족보다는, 이러한 연출자의 지독함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극한의 해상도/스케일을 추구한 스트리밍 버전의 마스터링은 쨍하고 크게 잡힌 사운드로 여러 스테이지에서 틀고 함께 즐기기에 좋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반면, 저음을 키우고 전반적인 음압을 내려 보다 그 시절 사운드를 공들여 복각한 씨디 버전은 개인의 은은한 감상에 보다 최적화되어 있는 식으로요.

여기까지라면 단순히 기술적 성취나 개성있는 프로듀서의 복원의 기록에 방점이 찍힌, ‘읽는 음반’의 반열에 속했을지도 모르나, 『뽕』은 이와 함께 고전적인 스토리라인에 감성적인 접근을 극대화하는 곡들을 적재적소에 순서대로 배치함으로서, 촌스럽고 얕보았던 장르에서 누구나 한 순간은 느꼈을 이유 모를 먹먹함을 상기시킵니다. 김수일 작곡가의 아마추어 가창에서 도드라졌던 찰나의 묵직한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모든 것이 꿈이었네」가 이 앨범의 머릿곡인 것은 이러한 앨범의 지향과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이 곡에서 250은 아련한 곡 제목만큼이나 영문 모를 회한으로 점철된 가사로 은연 액자구성을 은유하며, 아마추어스러움이기에 지닐 수 있는 순간의 깊숙한 정서적 울림을 포착해서 그대로 내어놓습니다.

특히나 250은 이 앨범에서 키치한 화법을 의도하거나, 굳이 현대적인 어법으로 신파를 전환하려 하지 않고 그 때나 지금이나 ‘뽕’을 노래하고 만드는 이들의 시선에서 노랫말을 의탁하거나 풀어냄으로써 가장 자연스러운 당위를 획득해 냅니다. 이후 흥과 신파를 어지러이 오가는 와중에도 서서히 회한과 슬픔의 정서는 깊어집니다. 이윽고, 오승원의 보컬이 너무도 산뜻하고 청량하게 양인자의 신파적인 가사를 꿰뚫고 나가는 「휘날레」를 통해 『뽕』은 거부할 수 없는 완벽한 사운드적 보상감을 주는 마무리를 하면서도, 서사적으로는 루프 구성에 가까운 감정적 연결고리를 남기기도 하죠. 

그는 앨범 발매 후 인터뷰를 통해, 『뽕』을 작업하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 음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온전히 혼자서 이 여정을 건너오며, 크든 작든 발견하고 만들어내고 조합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허투루 하지 않은 것은 고스란히 프로듀서 250 자신의 업적입니다. 신명과 촌스러움, 경박함의 이면에 길고 절절한 회한과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뽕’의 정체성은 사실 말처럼 쉽게 손댈 수 있는 영역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뽕’은, 얕잡아보는 장르를 지나 이제는 서브컬쳐와 잊혀짐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던 것이겠고요. 이 장르를 마치 거대한 고전처럼 대하면서도, 이 모든 작업에 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고 현대적인 작법과 고전적인 주제의식의 공존을 한 장의 앨범 내내 숨쉴 틈 없이 끌고 간 『뽕』은 분명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청자들에게는 올해의 청취 경험으로, 후대의 비범한 프로듀서들에게는 모범적이되 재현하기는 극히 어려운 명반의 어떠한 가이드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Credit

[Musician]
Vocal : 김수일 (Track1), 이박사 (Track3), 현인(Track10), 오승원(Track11)
Background Vocal : 오승원 (Track1)
Saxophone : 이정식 (Track9)
가야금 : 나운도 (Track6)

[Sample]
Track7 : 「나는 너를 사랑해」 by 신중현 from 『신중현과 엽전들』 (1974)
Track10 ; 「카네이숀」 by 현인

[Staff]
Mixed by 250
Mastered by Toru Kotetsu @ JVC Mastering Center
Digital Release Mastered by Chab & Chab Mastering Studios Paris

Executive Producer : 김기현
Album Producer : 250
A&R Direction & Coordination : 김기현 & Teh Kang
International A&R Promotion : 조한나
Publicity : 임대범
PR Assistant : 윤성필
Art Direction & Design : 김현지
Video & Photography : Teh Kang
Hair & Make-Up : 채현석
Styling : Leaf Lee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모든 것이 꿈이었네
    김수일
    250, 김수일
    250
  • 2
    뱅버스
    -
    250
    250
  • 3
    사랑이야기
    -
    250
    250
  • 4
    이창
    -
    250
    250
  • 5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250
    250
  • 6
    바라보고
    -
    250
    250
  • 7
    나는 너를 사랑해
    -
    신중현
    250
  • 8
    주세요
    -
    250
    250
  • 9
    로얄 블루
    -
    250
    250
  • 10
    레드 글라스
    -
    현동주
    250
  • 11
    휘날레
    양인자
    250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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