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에 참여하고 받았던 CD를 플레이어에 걸었다. 「제비」의 첫 소절이 내게 주는 감흥은 "처연"이었고, 「그네」가 흘러나올 때는 올해 들었던 노래 중 가장 눈물을 쏙 빼기도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컥함.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 탓에서 오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야 하는 "어린이"에 대한 응원이라는 버둥의 설명 너머에는, (나를 포함한) 이 음악을 듣는 이들이 지내온 과거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이라는 느낌을 듬뿍 받았다. (아이유의 「에잇」(2020)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흥을 얻은 적이 있다.)

단언하건대 『너에게만 보여』에는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2021)로 버둥이 얻어낸 호평을 가뿐히 뛰어 넘는 충만한 음악들로 가득하다. 트랙수는 적지만 음악으로 말하고자 하는 밀도는 훨씬 촘촘하다. 오랜 파트너 박준형과 함께 만들어내는 버둥의 소리들은 이처럼 질감만으로 감정을 흔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과거의 그는 결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칼」(2019)을 들어보라.) 그랬던 그가, 『너에게만 보여』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 작성한 라이너노트에서 "응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그 단어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사실 응원의 대상에 제한은 없다. 버둥은 "새출발을 하는", "약속을 지키는", "어린이", "분명히 말하는", "죽음을 마주한" 이들에 대해 각각의 응원을 보냈다. 이 음악을 듣는 누구에게라도 한 번은 다가오는 그런 상황들. 
아마도 버둥의 실제 속마음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상황을 살아내는 이들이 가진 기운을 북돋워주고 싶었을 것이라 느껴진다.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를 만들며 버둥이 느꼈던 '좋은 친구들'에 대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다짐과 격려를 다시 들려주고 싶었던 듯 하다.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지만, 이 음반에서 버둥이 쓴 가사의 말맛과 미묘하게 공명하는 목소리를 듣노라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만듦새의 완성도와 함께 만든 이의 진심을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들의 심정을 관통하는 음악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이 언제든 감동받을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을 곁에 두고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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