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10위

해파 『죽은 척하기』
467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6
Volume 1
장르 포크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수영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대개 두 가지를 먼저 가르친다. 맨 먼저 배우는 건 호흡법이다. 잘만 배우면 쉽사리 익힐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물에 몸을 ‘띄운다’니.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한순간 잘못하면 몸이 물속에 가라앉는다. 염소 냄새 진하게 풍기는 물이 코와 입 안으로 마구 들어온다. 목과 코가 아파 죽겠는데 야속한 수영 강사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거라고 약을 바짝 올린다. 현실도 녹록치 않은데 이놈의 수영마저도 나를 외면하는 듯 싶다.

앨범의 제목과 해파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오랜만에 ‘물에서 뜨기’를 떠올렸다. 강사는 무(無)가 되기를 권유했던 것 같다. 떠오른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물 위에 있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수영을 잘하는 미래도 생각하지 말고, 수영을 동경하던 과거도 생각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물 흐르는 대로 있으라고. 평형은 그렇게 이뤄진다고.

이 앨범의 ‘평형상태’를 이보다 더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해파만이 생각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출처를 구태여 불필요하게 말하지 않는다. 존재의 외로움과 절망을 간절하게 말하는 힘으로 존재의 아름다움과 자부심 또한 충분히 말한다. 올 한해 나온 앨범 중에서 가장 다채롭게 장르를 차용하고 섞지만, 그 점을 의식적으로 나누지 않고 내버려둔다. 그렇게 존재의 그늘을 섬세하게 직조하는 방식으로 존재의 빛 또한 세밀하게 짜맞춘다. 과잉도 결핍도 없는 결과물은 그렇게 제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앨범의 킬링 트랙인 「I'm Finally A Ghost」가 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선명함' 때문이다. 삶을 절망과 희망이라는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 '유령'이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며 풀려난 순간, 우리는 놀라우리만치 침착한 해파의 굳은 심지를 투명하게 느낄 수 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유영(游泳)을 과감하게 행하는 해파의 모습을 보며,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심해로 가라앉는 몸에 온갖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파가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절망에 발목 잡히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 곳으로 헤엄치기 위하여 우리는 해파가 터득한 '영법(泳法)'을 깊이 들어볼 필요가 있다. 해파가 헤엄친 자리는 뒤이어 우리가 헤엄칠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겁나지 않는다. 해파는 이미 저 곳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지 않던가. 자신만의 호흡법과 평형 상태를 터득한 채, 자유롭게 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있지 않던가.
 
 

Credit

[Musician]
E.Guitar : 해파, 조예찬 (Track9)
Bass : 정수민
Piano : 송하균
Drums : 한인집
Chorus : 해파, 천용성 (Track8)

[Staff]
Produced by 해파
Mixing 천학주@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Mastering 강승희@소닉코리아마스터링스튜디오
Photography 강희주
Design 추지원
Visualizer 박인혜
Hair And Makeup 유선영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나의 언덕
    해파
    해파
    해파
  • 2
    Safe Haven
    해파
    해파
    해파
  • 3
    혼잣말
    해파
    해파
    해파
  • 4
    마음
    해파
    해파
    해파
  • 5
    미끄럼틀
    해파
    해파
    해파
  • 6
    해파
    해파
    해파
  • 7
    예쁘게 아름답게
    해파
    해파
    해파
  • 8
    커다란 망치
    해파
    해파
    해파
  • 9
    Baby Don't You Cry
    해파
    해파
    해파
  • 10
    모르겠어요
    해파
    해파
    해파
  • 11
    I'm Finally A Ghost
    해파
    해파
    해파
  • 12
    다음번에 갈 때는
    해파
    해파
    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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