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Electronica 20 5위

가재발 『Another One』

1,156 / 작성일 : 2008.07.22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02.11; Volume 2; 레이블 이오뮤직

일렉트로니카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주류음악이 아니다. 국내는 더 심해서 일부의 마니아들만 즐기고, 비교적 알려진 하우스나 라운지를 제외한 소외 장르까지 파고드는 사람은 드물다. 만드는 사람이 희귀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여기에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박사와의 공동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현재까지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국내 전자음악씬의 1세대 가재발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작업물은 대중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전자가 프로젝트 가수 바나나걸이라면 『Another One』은 그 정반대에 위치한다.

앞서 언급한 소외장르에 한없이 가까운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와 테크노에 적을 두고 있다. 노래라고 할 만한 곡은 없으며 마치 전자제품의 설계도를 보듯 전자음만으로 꽉 들어찬 순도 100%의 텍스처를 펼쳐 보인다. 또한, 매뉴얼의 목차처럼 개별 트랙에 사운드 특성과 모티브를 담은 제목을 붙여 이해를 돕고 있는데, 「Square」는 말 그대로 사각 파형의 모듈레이션을 통해 연속으로 변화되는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두툼하고 과격한 비트로 내달리는 「Shock」는 구조적인 상징을, 「Planless」는 우연한 시퀀싱의 결과물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이것은 어쩌면 너무 공학적인 접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에도 기계적인 감성과 미학은 숨 쉬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능동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면 『Another One』은 제목처럼 또 다른 세계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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