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흔히 박남정이라는 이름을 평가절하 하게 되는 꼬리표는 아예 떼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브레이크 댄스', '오빠 부대의 원조' 등 모던한 이미지 뒤에 어색하게 동거하고 있는, 트로트고고 잔향의 진한 '뽕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애초부터 박남정은 '뮤지션'이 아닌 전형적인 '퍼포머'였다. 춤을 춘 가수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오로지 춤으로 승부를 보려 한 남자 솔로 가수는 박남정이 최초나 다름없었고, 80년대 후반 댄스음악의 전형이 된 화려한 퍼포먼스의 모범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자기 진가를 충분히 발휘한 셈이었다. 도리어 퍼포머임에도 스스로 작사, 작곡한 「널 그리며」가 대히트를 기록함으로써 그의 이름은 한국 댄스음악사에 보다 진하게 새겨졌다. 박남정의 전성기를 연 이 노래의 'ㄱㄴ춤'은 구성진 선율에도 현란한 안무가 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그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단순한 '불러오기' 버전이 아니라 박남정 표 '덮어쓰기'임을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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