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22위

한대수 『무한대』

1,182 / 작성일 : 2012.04.13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9.05; Volume 3; 레이블 신세계

『무한대』와 『고무신』(1975)사이에는 14년에 걸쳐 벌어진 틈새가 있다. 20대 청년 한대수는 40대가 되었고 이혼을 경험했다. 깊은 어둠에서 한대수가 갈망한 것은 무한한 것이었다. 행복이 없던 시기에 「행복의 나라」가 나왔던 것처럼 자살 충동마저 불러일으킨 극심한 혼란은 『무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한대수는 앨범이 발매되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14년이 흘렀음에도 시대는 한대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한대』의 성취는 상당 부분 재평가되었다. 『멀고 먼 길』(1974)보다 오래된 곡들인 「마지막 꿈」과 「Till That Day」, 「과부타령」 등이 밴드 편성으로 구현되었고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들과의 호흡도 훌륭하다. 특히, 「마지막 꿈」은 최소한의 라임을 통해 상징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적이고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상적인 광경은 뒷면에 담긴 곡들을 통해 펼쳐진다. 「하루아침」과 「고무신」등이 익숙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하드록을 추구했다고 전해지는, 칭기즈칸(그가 미국에서 결성했던 밴드)의 연장으로 여겨지는 「If You Want Me To」와 「과부타령」등은 『무한대』의 핵심이다. 물론 포크를 기조로 확장된 곡들도 간과할 수 없다. 「One Day」는 파격과 배경 설명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회자되는 한대수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곡이다.

자의든 타의든 14년의 공백 끝에 시대의 끝자락에 가서야 겨우 한 장의 결과물을 남긴 음악인을 굳이 1980년대에 반영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한대수가 초기 사운드를 반복했을 뿐이라면 그러한 접근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대수는 달라진 시대상과 방향성을 완성도 있게 담아냈다. 그것이 『무한대』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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