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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외지인 마니아의 20년 : 『고고! 대한 록 탐방기』

차유정 | 2015.02.11

『고고! 대한 록 탐방기』
하세가와요헤이 a.k.a 양평이형 지음, 오오이시 하지메 편저, 신혜정 옮김
북노마드 | 2015년 1월 발간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를 스무살 때 한번 가본적이 있었다. 내가 살았던 집은 물론이며 다른 건물들 모두 용도와 모양새가 바뀌었지만 딱 한군데 그대로인 곳이 있었다. 집 앞 수퍼마켓, 놀랍게도 그 곳에는 어렸을 때 봤던 아주머니가 그대로 계셨다. 그분은 나를 알아보고 엄청 반가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가 원래 고향은 강원도 지만 이곳에서 10년을 훌쩍넘게 살았으니 여길 고향이라고 생각해 10년 넘게 살면 또 다른 고향이지 뭐~ 안 그러냐?"


이 책을 다루는 것의 입구로, 이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심한 비약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처음 하세가와 요헤이가 일본에서 한국 록에 대한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뜬금없이 이 대화가 떠올랐다. 물론 그가 이런 감정을 가졌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처음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왔을 때의 포지션은 '한국 록을 좋아해서 건너온 일본 사람'이었으니까. 즉, 이 말은 신기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활동하는 연주가가 되어 20년을 맞았다. 처음에는 퍼즈 매니아이자 기타리스트인 '양평이형'보다는, 레코드 수집가로서의 '하세가와 요헤이'가 다루는 좀더 깊이 있는 레코드북이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최규성의 『대중가요 LP 가이드북』과 확연히 다른, 매니아 시각에서의 새로운 책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하세가와는 레코드 매니아이기도 했지만, 한국에 들어온 후 줄곧 홍대 인디씬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해왔다. 그러니까, 실제 연주한 시간과 음반 수집의 시간이 동일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오오이시 하지메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고 진득하게 풀어주고 있다.


'곱창전골'이라는 밴드가 한국에 첫 선을 보이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록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세 가지 정도였다. '왜 저 사람들은 저 음악을 좋아할까? 그리고 어떻게 저 음악들을 알았을까? 그 다음은 왜 우리는 미처 몰랐나?' 하는 후회였다. 왜 일본 사람을 통해 우리 대중가요를 접해야 하는가 하는 자격지심을 동반한 내셔널리즘이 발동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하세가와의 존재가 조금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사람'. 좀 과장되게 말하면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한국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에피소드에는 유독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감정은 그가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느낌을 알려줬기 때문에 그들이 베푼 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과 운이 잘 맞물려서 그가 한국에 산 시간이 꽤 흘렀고 산울림이나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밴드에서 활약했지만, 그는 여전히 레코드매니아이자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런 지점이 단순한 레코드북을 뛰어넘는 면모가 있다. 가이드북의 성격보다는 술 한잔 먹고 좋아하는 것을 잔뜩 이야기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2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의 기행문이기도 하다.


나는 기행문의 성격을 보다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좀 더 부드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음악서이기도하다. 후속편처럼 실린 좋아하는 음악인과의 인터뷰는 '나는 당신들이 너무 좋아요'의 확장판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당사자를 만났을 때 하는 인터뷰라고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재미있어 하는 그의 표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외국인의 시선을 느끼고 싶은 사람도 읽을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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