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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니네 #16] 영원히 그리울 시간에 대한 마지막 기억

안상욱 | 2017.08.22

《음악취향Y》는 지난 2개월간 언니네이발관이 겪어왔던 시간을 꼼꼼히 훑어보았습니다. 이제, 문장을 통해 언니네이발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마지막이지 싶습니다. (혹시 모르죠. 몇 년 후, 2010년대의 베스트를 논할 때, 『홀로 있는 사람들』이 다시 호명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 글에서는 언니네이발관의 22년 동안 가뭄에 콩나듯 존재했던 개인 활동, 그리고 피쳐링 작업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완결성을 확보한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는지, 그 긴 세월 동안 딱 10장을 찾았네요. 덧붙여, 개인적으로 언니네이발관 최고의 자켓이라 생각하는 2015년 싱글도 함께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음악취향Y》의 글을 순서대로 살펴보시면서 언니네이발관의 행보를 다시 음미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안녕. 언니네.





노이즈가든 「향수II」 from 『…But Not Least』
포니캐년코리아 | 1999년 02월 발매


이석원과 언니네 이발관에게는 '가장 특별한 존재'인 노이즈가든의 두번째 앨범 수록곡. 윤병주에 의하면 1집의 「유혹」을 잇는 곡으로 상정하고 2부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이석원이 참여한 2부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분절적인 기타 연주와 드럼의 필인이 주는 앙상블은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윤병주는 이 곡에서 멜로디 메이킹과 가사를 이석원에게 일임하였으며, 간주의 기타솔로에는 마침 결혼을 앞둔 이석원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는데 다시 들어보니 굉장한 야심작이라고 술회하였다. (낭만이 가득한 록음악인들이다!) 해체 15년 후 발표한 『Deluxe Remastered Edition』(2014)에서 이석원이 직접 작성한 애정이 넘치는 라이너노트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이트리퍼 「수증기」 from 『수집가』
마스터플랜 / 드림비트 | 2001년 01월 발매


언니네이발관의 창단멤버이자 3집까지 없어서는 안될 조력자이던 데이트리퍼의 데뷔작 수록곡. 당시 차가운 질감을 내뿜던 여타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의 작품과는 달리, 노이즈에 근거한 질감을 인상적으로 구현한 음반이다. 자신의 음반에서는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했던 이석원이지만, 보컬로 참여한 이 곡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 이채롭다. 참고로 음반에는 언니네이발관 명의로 피처링의 표기가 되어 있으나, 홈페이지에는 이석원의 피처링으로 기재되어 있다. 밴드의 1차 해체시기에 발표된 곡임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짐작은 든다.




줄리아하트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from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석기시대 / 신나라뮤직 | 2006년 07월 발매


줄리아하트의 초기를 함께했던 멤버들이 모두 탈퇴한 후, 『영원의 단면』(2005) 까지 구사했던 밝고 달콤한 정서를 뒤로 한 채 우울함으로 몰입한 작품.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에 이석원이 보컬로 참여했다. 이 곡을 녹음할 당시 이석원 또한 이능룡의 탈퇴를 겪었던 상황이라 노래의 정서를 깊이 이해하며 노래했다는 후문이 있다. 마치 『후일담』 시절의 언니네이발관을 다시 듣는 착각마저 들게하는 좋은 곡.




네스티요나 『아홉가지 기분』
서울음반 | 2007년 04월 발매


데뷔EP 『Bye Bye My Sweet Honey』(2004)로 호평을 받은 밴드 네스티요나의 정규 1집. 이 시기 네스티요나는 멤버들의 연속적인 군입대로 겪은 빈자리의 어려움을 세션 기타리스트들로 해결했다. 압도적인 음울한 정서로 가득찬 이 음반에서, 이능룡은 윈디시티의 윤갑열 등과 함께 세션으로 참여하여 「사라지지 않는, 밤」, 「꿈 속에서」, 「잠들 때까지」를 연주하였다. 《음악취향Y》의 전자인형은 이 음반을 두고 "개성 넘치는 기타리스트들이 참여 했음에도, 사운드의 조합이 조금 아쉽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여러 아티스트 「거북이」 from 『강아지이야기』
해피로봇 / 엠넷 | 2007년 09월 발매


『강아지 이야기』는 아티스트 자신의 반려동물, 특히 개에 얽힌 이야기를 공통 분모로 한 싱글들로 구성된 민트페이퍼의 프로젝트 음반이다. 이석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남긴 바 있듯이, "아픈 강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2집 이후 잠정 해체상태였던 언니네이발관을 재가동했을 정도로 강아지에 대한 애착이 컸다. 노래를 부를 당시 강아지를 떠나 보낸 시점으로 추정되는데, 감정이 오롯이 담겨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스위트피 「데자뷰」 from 『거절하지 못할 제안』
문라이즈 / 파스텔 | 2007년 12월 발매


스위트피의 세번째 음반 수록곡이자, 이석원이 '언니네이발관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아티스트와 함께한 유일한 피쳐링 싱글. 이석원과 언니네이발관, 김민규와 델리스파이스는 한국 모던록 계보의 양대 뿌리에 해당하는 아티스트들임에도 데뷔한지 10년도 더 지나서야 공동 작업물을 내놓았다. 사실, 「데자뷰」가 수록된 음반은 명성이 자자한 세션, 전자음악까지 뻗쳐진 음악의 스펙트럼, 심지어 스모키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재킷까지 기존의 스위트피와는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정주행 중 무심하게 등장하는 「데자뷰」의 도입부 스트로크와 그 뒤를 잇는 이석원의 시크하면서도 수줍은 노래가 등장하는 순간만큼은 두 명의 '모던록 킹'이 발산하는 강력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꼭 들어보자.




Various Artists 「끝없는 이야기」 from 『Mint Paper Project Vol.3 - Life』
해피로봇 / 네오위즈벅스 | 2010년 05월 발매


이능룡은 언니네이발관에 합류하기 전에 '틈'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팀에는 후일 노을준과 함께 식스틴이라는 팀으로 2장의 EP를 발표한 최도원이 보컬로 재적하고 있었다.) 이후 언니네이발관의 활동 이외에 이렇다할 외부 활동이 없던 이능룡은, 「끝없는 이야기」로 감성 가득한 음악을 지향하는 민트페이퍼의 세번째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첫번째 작품(!)을 수록하였다. 『가장 보통의 존재』의 스튜디오 및 라이브에서 객원 멤버로 건반 세션을 담당해왔던 임주연이 참여하였으며, 수차례 오버더빙된 기타로 포스트록의 어느 끝선에 맞닿은듯한 연주를 들려준다. 의도성이 있어보이는 연주와는 달리 묘한 이질감을 선사하는 정직하게 부르는 이능룡과 임주연의 보컬 앙상블이 감상포인트.




Various Artists 「The Cup Only Knows」 from 『Mint Paper Project Vol.4 - Cafe : Night & Day』
해피로봇 / 네오위즈인터넷 | 2011년 09월 발매


이듬해 이능룡은 요조와 함께 '토털서비스'라는 유닛의 명의로 2년 연속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에 참여하였다. 그는 이 곡을 통해 「끝없는 이야기」에서의 수줍은 연주나 언니네이발관에서의 찰랑이는 연주와는 달리 보다 무심하면서도 록킹한 면모를 선보였다. 후주에서 빛을 발하는 차승우의 불꽃같은 솔로에도 아랑곳없이 제 갈 길 가는 리프의 연주에서 이능룡의 무표정한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능룡 『Original Sound Track : 설마 그럴리가 없어』
럭키펀치 / 루오바팩토리 | 2012년 06월 발매


《설마 그럴리가 없어》(2012)는 가난한 뮤지션과 인기 배우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린 영화이다. 이능룡의 연기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그는 주연을 맡아 극 전체를 이끌어나가며, 가난한 뮤지션의 리얼리티를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함께 발표한 영화의 OST에서 이능룡은 음악감독도 함께 맡아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쾌한 리듬 커팅 위로 상큼하게 얹혀 있는 임주연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우리는」, 「The Cup Only Knows」를 연상시키는 연주에 임주연과 이상순의 보컬을 장착한 「설마 그럴리가 없어」, 온전히 자신의 숨결로만 가득 채운 마지막곡 「봄냄새」는 기억해둘만 하다. 후기 언니네이발관의 연주와는 살짝 결이 다른 이능룡의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다.




피쉬테일 『바람으로의 여행』
MF Ent. / 넷뱅 | 2013년 04월 발매


2000년대 초반 우울함의 극단에 위치한 음악으로 팬들의 반향을 일으켰던 글루미밴드의 보컬 최유혁이 10여년만에 발표한 솔로 음반이다. 그는 밴드를 해체한 후 게임하이에 입사하여 《데카론》 등의 게임음악을 작업하기도 했다. 통기타와 보컬로 구성된 가이드 녹음을 바탕으로 파트별 연주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한 이 음반에서 이능룡은 기타세션으로 참여하여 연주에 기품을 보탰다.




언니네이발관 『혼자추는 춤』
블루보이 | 2015년 12월 발매


22년의 활동기간 동안 총 6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으니, 언니네이발관이야말로 과작(寡作)의 대명사라 하겠다. 지금 소개할 『혼자추는 춤』은 언니네이발관의 유일한 싱글이자, 『가장 보통의 존재』 이후 7년만의 신작이기도 하다. 개별 수록곡 자체의 완성도를 중시했던 『홀로 있는 사람들』의 방향성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렇게 선공개 싱글을 발표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 가능하다. (『홀로 있는 사람들』은 이 싱글 이후 20개월을 꽉 채우고서야 발표할 수 있었다.) 「혼자 추는 춤」은 정규반에서도 대미를 장식하며, (이석원의 표현에 따르면) 언니네이발관이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송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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