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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이가 깨고 있는 틀 : #3. 포지션에 대하여

음악취향Y | 2018.05.24



2년 만에 새 EP 『~II』 (2017) 로 돌아온 밴드 이씨이를 만났다. 멤버들의 입대로 인해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상태였다가, 제대 이후에 다시 뭉친 것이다. 최근 있었던 단독공연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이들의 음악의 저변에 깔린 세세한 감정들에 이르는 이야기까지를 느슨하지만, 촘촘하게 나눠보았다.


○ 일시/장소 : 2017년 12월 3일, 홍대 공간 비틀즈
○ 인터뷰이 : 동용(보컬), 금오(기타), 주원(베이스), 동욱(드럼)
○ 인터뷰어 : 차유정, 김병우
○ 녹취/사진 : 김병우


근황과 그림

무대




김 : 지난번까지는 동용 씨가 트럼펫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 음반에서는 기타를 잡으셨더라고요. 기타를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용 : 되게 예리한 질문인데요. 사실 이번 EP가 이런 방식으로 나오게 된 데에는 제가 기타를 잡고 안 잡고의 차이가 커요. 무대에서도 감정이 크고요. 제가 기타를 잡으면 곡을 쓸 때 스타일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주요 주제 중 하나에 제가 기타를 든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트럼펫을 들었던 이유가, 능숙한 트럼펫 연주를 들려드리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떤 퍼포먼스의 용도로 사용했던 거니만큼, 기타를 들었을 때와는 달라지는 거죠.

차 : 기타를 치시면서 주안점으로 둔 느낌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냥 흘러가는 사운드처럼 들리지는 않았어요.

용 : 코드를 쓸 때, 화성악 기조에 맞게 코드를 평행 이동한다고 하거든요. 타이틀인「규민이랑」은 그냥 줄창 메이저 코드로 쭉쭉쭉 플랫만 옮겨가서 치는 플레이로 만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기타플레이는 남들이 연주했을 때도 굉장히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코드플레이였어요. (반은 멜로디 위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코드로 개방 현을 훑는 소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코드 세팅도 오픈으로 튜닝을 해서 그냥 긁었을 때도 코드가 나오면 그걸 그대로 치는, 아주 쉽게 연주하는 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EP때에는 이펙터가 망가져서 못했지만) 톤 잡을 때도, 녹음된 버전에서는 픽업을 두 가지로 한 다음에, 소리를 블렌드(Blend)하려는 시도도 나름대로 했던 것 같습니다.

차 : 예민하게 흘러가는데, 나름의 흐름을 타기를 원하는 음악이라고 느꼈어요.

용 : 네, 이렇게.(양쪽 손을 물결치듯이.)

차 : 베이스는 어땠나요? 베이스를 칠 때 주안점을 둔 키포인트가 있었나요?

주 : 저는 원래 베이스라인을 잡을 때 되도록 항상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걸 ‘어떻게 해볼까?’에 대한 걸로(베이스에 있어서만큼은 나쁘게 말하면 관종의 느낌이기는 한데)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재즈에서 말하는 불협화음 같은 거요.

차 : 소리가 찌그러지면서 온도가 다운되는.

주 : 도미솔의 조화로운 느낌이 아니라 ‘뭔가 음이 좀 나간 것 같은데.......’하는 느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같은 멜로디 악기들이 같이 확인을 해주고(이게 약간 불협이고 안 맞긴 하지만)듣기에 이상하지 않은지, 괜찮은지에 대한 부분들만 조율을 해나가는 식이었어요. 지금은 더욱더 상대방이 어떤 코드를 치는지 나름대로 들어요. 똑같이 딱 맞는 상대방이 도를 치고 있으니까 저는 도나 솔을 치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들리게끔 하죠. 그런데 전에 음악을 만들 때에는 그런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안정적인 느낌이 아니었어요. 같은 코드로 예를 들자면, (재즈에서 말하는) 하나의 코드를 치고 있을 때, 다른 코드를 치지만, 이 둘이 대립코드가 되기 때문에 '이게 맞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옛날보다 더, 거의 포기하듯이 다 뺐어요. 특히나 「규민이랑」 이라는 곡은 제가 가장 무난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곡이에요. 저희가 제대하고 나서 제일 처음 쓴 곡이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곡을 처음에 쓸 때부터 되게 답답했어요.

차 : 왜 답답했을까요?

주 : 이 곡은 ‘아, 내가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차 : ‘막 비틀어버리고 싶은데 그게 안 돼’라는 건가요?

주 : 네, 그게 안 되는 곡이었어요. 그게 ‘그러기 싫은데 어쩔 수 없지.’가 아니라 ‘이 곡은 그런 곡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만드는 게 맞아.’라고 생각한 거죠.

차 : 머릿속에서 그게 설득이 되던가요?

주 : 그렇죠. 이 곡은 이씨이가 매번 만들어오는 곡이랑 느낌이 많이 다른 곡이었거든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즉흥 잼(Jam)을 하면서 대충 간을 보기 시작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이 간을 볼 때, 처음에 만들었던 원형이 나중에 갔을 때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차 : 새로운 게 또 나오는 거군요.

주 : 네, 예를 들면 우리는 컵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왔는데, 나중에 가보면 컵은 선만 있을 뿐이고, 그 안에 담겨있는 건 꽃이나 초콜릿이거나 아예 화석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요.

차 : 보통 컵을 생각했을 때, 저기에 커피나 물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라지만, 막상 그 안에 도통 뭐가 담겨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도 있죠.

주 : 화석 얘기하니까 딱 떠올랐는데, 종로 같은데 가면 큰 건물이 하나 있고 갑자기 여기 앞에 생뚱맞게 무슨 궁터 이렇게 써져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거에요. 원래 그랬어요. 사실 「규민이랑」의 베이스 라인은 얘네가 군대 가기 전에 살짝 만들어놨던 곡이거든요. 근데 이 라인을 처음에 만든 그대로 거의 끝까지 끌고 간 거에요. 이런 일은 저 같은 경우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원래는 간단하게 만들어 놓고, 여기서 더 변형을 시켜서, 맨 처음에 만들었던 라인을 거의 없애는 방식으로 발전을 시키는데, 이 곡 같은 경우는 정말 루트만 밟는 식으로 했어요. 살짝 어떤 멜로디만 있고 베이스 멜로디만 있고 나머지는 이제 정말 정적으로 하나만 치고, 쭉 네 박자 하나만 쳤어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계속 그렇게 갔어요. 근데 이거는 ‘처음에 만들었던 그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될 정도로 (저희가 이 곡에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굉장히 많이 뺐어요. 「완벽한 후반」이나 다른 곡들도 들어보시면, 복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를 많이 안한 곡이에요.



무언가를 많이 하지 않은, 「규민이랑」의 뮤직비디오


차 : 전체적인 곡의 느낌은, 복잡하다기보다, 하나의 선을 잡고 끝까지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악기를 쫒아가든, 라인을 쫒아가든,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추격자 모드로 음악작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곡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그런 추격자 모드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긴장감에 만족을 하시나요? 동욱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시잖아요.

욱 : 그런가요? (웃음) 1집서부터, 저번 EP까지 시도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드럼에 비트 자체의 특유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조금씩 깔끔하게 쳐서 편안함을 주고 싶었어요.

차 : 그런데 라이브에서는 굉장히 현란하게 나가던데요.

욱 : 그게 라이브의 묘미 아닌가요? (웃음)

차 : 제가 놀랐던 부분은 소리가 날카로워서 다 찌를 것 같은데 마치 나는 상관없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화려한 드럼을 구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균열이 이 팀을 정의해 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원 웃음)

차 : 노래가 단순한 것에 비해서 플레이가 너무 화려해서 ‘아. 음반이 다가 아니구나. 라이브를 봐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욱 : 어떻게 보면, 제가 진짜 하려고 했던 부분이 잘 전달된 것 같네요.

차 : 보통 화려하면 튄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이 팀은 각자 놀아도 화려하게 상황이 맞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어, 이게 왜 맞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조율이 되는 포인트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용 : 극찬 아니야 극찬?

욱 :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의도거든요. 최대한 덜어내면서 덜어낸 걸 베이스로 한 다음에, 한마디로 낄끼빠빠 하는거죠. (웃음)

차 : 낄끼빠빠처럼 딱 매트(mat)하게 끊어지는 것은 아니었고요. 어느 흐름에서 갑자기 화려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치 옷 갈아입는 것처럼. 흐름 가운데서 ‘여기서부터는 내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겠어.’라는 뉘앙스로 화려해지기 시작하니까, 좀 더 전위적으로 들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걸 의도하신 건가요?

욱 : 대충 어떤 곡인지 예상이 되는데 그 곡에서는 그렇게 의도했어요.

차 : 화려해지고 싶으셨군요.

욱 : 무서운 것은 그 트랙이었던 것 같은데.......

차 : 맞아요.

욱 : 앞부분에서는 드럼이 하는 게 없거든요. 리프도 좋고, 베이스라인도 너무 좋아서요. 최대한 맞춰주면서, ‘아, 이거를 최고로 늘려주다가 중간에 환기시킬 때 내가 좀 나가보자.’ 하는 느낌으로 쳤거든요. 그 의도가 잘 전달된 거 같아서...... 귀들이 깊으시네요.

차 : 그래요?

욱 : 이번에 많이 시도해봤어요. 최대한 뺀 비트 위에 물장구치는 백조 같은 느낌으로 변주해서, 남들은 잘 몰라도 잘 곱씹어 들어보면 ‘아, 내가 많이 (기여)하고 있구나’ 라고 들을 수 있게끔 해 보고 싶었어요.

차 : 보통 드럼이 튀거나, 화려해지는 경우에는 즉흥연주에서 한 파트를 빼고 할 때 밖에 없는데요. 이번에 신도시 공연이나 다른 공연들을 눈여겨보니까, 솔로파트를 따로 빼지 않고, 소리 자체에 화려함을 주려고 하는 노력들이 보이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특이한 부분으로 다가왔어요. 음악 자체에 화음을 맞춘다는 느낌이 아니라, 소리가 제각기 튀어나오면서 괜찮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를 하신 것 같아서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용 : 신도시 공연 같은 경우는 예상보다 관객 분들이 많이 오셔가지고요. 원래는 관객분들이 편하게 좌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저희끼리 재밍(jamming)하는 전체적인 플롯을 구경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잘 안 되서 아쉬웠어요.



재밍의 느낌


차 : 사실은 그날 좀 덜 추웠으면 했어요. 모든 게 완벽했거든요.

용 : 진짜 아쉬웠어요.

금 : 추운 것도 저희 예상 밖이었는데...

용 : 비 안온 게 다행이지.

차 : 조금 덜 추웠으면 바닥에 아예 앉아서 구경꾼 모드로 공연을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몸을 못 가누니까 하지 못했던 건데, 완벽하게 코드를 다 풀어놓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이씨이하고 제일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 : 그 날은 괜찮았죠. (제가 이 얘기를 하는 게 그날 유독 동욱씨의 드럼이 좀 튄 감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건데)그 날 공연기획은 전반적으로 저희가 이번 EP앨범에 넣게 되는 5번 트랙의 재밍(jamming)트랙 위주로 짰거든요. 저희는 잼(jam)을 해도 뭔가 기술적으로 굉장한 변주를 들려드리는 게 아니라, 똑같이 굉장히 단순한 그런 것들을 돌려서 주제를 이야기 하는 식이에요. 그렇게 했더니 동욱이가 그 안에서 전체적인 맥락이 지루하지 않게 중간 중간마다 중요한 요소를 잘 넣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굉장히 멤버들이 인상깊어했어요.

차 : 눈이 번쩍 떠지는 순간이 딱 두 번 있었어요. 리허설 할 때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각각 흩어져서 소리를 찾는 작업을 두 번 이상 씩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저것은 내가 오디오 사운드 체크할 때 항상 하는 일인데, 저걸 그대로 무대에 적용시킨단 말이야? 와, 대박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이 드럼 플레이였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 공연은 기록을 해둘만 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완벽한 공연에 근접한 것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드럼 플레잉의 순간에 사람들이 일체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죠.

욱 : 저는 공연할 때 관객석을 잘 안 봐서.......

차 : 저는 그걸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가 있으니까요. 관객들 안 본 채로 자기 혼자서 빠져있었던 게, 완전히 괜찮았어요.

욱 : 아, 이런 피드백을 받은 게 얼마만인지....

일동 : 안 그래도 기죽어 있었는데.....

차 : 왜 기가 죽었나요?

주 : 기가 죽어있다기보다는, 아무 반응이 없으니까....

차 : 반듯한 문장으로 써지지 않는 음악을 이야기하는 어려움이 있을 뿐이지. 음악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니까요.


(계속...)

태그 | 인터뷰,이씨이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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