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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이가 깨고 있는 틀 : #2. 무대

음악취향Y | 2018.05.23



2년 만에 새 EP 『~II』 (2017) 로 돌아온 밴드 이씨이를 만났다. 멤버들의 입대로 인해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상태였다가, 제대 이후에 다시 뭉친 것이다. 최근 있었던 단독공연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이들의 음악의 저변에 깔린 세세한 감정들에 이르는 이야기까지를 느슨하지만, 촘촘하게 나눠보았다.


○ 일시/장소 : 2017년 12월 3일, 홍대 공간 비틀즈
○ 인터뷰이 : 동용(보컬), 금오(기타), 주원(베이스), 동욱(드럼)
○ 인터뷰어 : 차유정, 김병우
○ 녹취/사진 : 김병우


근황과 그림




김병우 (이하 ‘김’) : 이규민씨와 한 작업이 어떤 과정으로 성사됐는지가 궁금하거든요

용 : 「규민이랑」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이, 이규민 작가가 저희랑 긴밀하게 잘 오래 지냈어요. 그래서 그런 긴밀함이 적지 않게 녹아들었죠. 회화 작업을 하는 사람과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런 작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요. 당위성은 떨어지지만,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EP 발매 기념공연 당시 밴드 페이스북에 게시된 홍보 그림


차 : 굉장히 추운 날 공연하셨잖아요. 신도시에서 그 그림이, 추운데 걸려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시너지 효과가 나는 느낌이었어요.

용 : 제가 작업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작업방식에 대해서만 말씀드리자면, 신도시에 있었던 교회 의자는 원래 있던 것이었어요. 거기에다 가변 설치를 하게 됐는데, 그거에 맞춰서 따로 페인팅을 하고, 약간 느슨한 형태로 붙이고, 현수막 걸려있던 것도 원래 있던 유화작업이었어요. 신도시 옥상이 되게 복잡한데다가, 전광판 같은 게 있잖아요. 거기에 맞춰서 약간 투과되는 현수막을 또 걸었던 거죠. 그런 식으로 그 공간에 맞게 가변설치를 했어요.

차 : 그림을 보면서 ‘보는 건 순간이지만, 그림을 거는 시간은 오히려 더 그림에 가깝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용 : 되게 재미있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공감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차 : 움직임도 그림의 한 부분에 들어가잖아요.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그림은 몸의 방향을 움직이면서 그림을 봐야하는 건데, 문제는 이거에요. ‘단순히 그림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과정 자체를 그림으로 볼 건가’하는 거죠.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그림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더라고요.

용 : 피드백을 말해줘야겠네요. 다만 좀 아쉬웠던 게(그 날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유리판을 그대로 재현해서 걸어둔 게 있었어요. 그런데 원래 그쪽에서도 불이 나와야 되고, 그 불이 제일 밝은 빛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따로 조명을 준비 안했거든요? 약간 어슴푸레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 조명이 나갔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어두웠어요. 그건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차 : 그런데 그림 자체가 밝게 빛나는 느낌이 있어서, 차라리 꺼놓으니까 오히려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용 : 뭔가 되게 슬펐다고 하더라고요.

차 : 그 날의 날씨랑 극으로 닿는 부분이 있었어요. 엄청 추웠거든요.

용 : 네, 갑자기 추웠었죠.



추움을 증명하는 관객의 방한복


차 :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다음 질문 드릴게요. 이씨이 음악을 듣다보면 일정파트가 계속 변주된다는 느낌을 받는 데요. 그런 과정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나 공유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나요?

용 : (멤버들을 보며)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나요? 아니면 제가 이야기 할까요?

주 : 베이스 라인 같은 경우에, (1집부터 거의 일관되게 라인을 움직였는데,) 처음에는 제가 계속해서 똑같은 라인이 반복하거나 아니면 거기서 살짝 틀어지는 변주만 하는 식으로 계속 유지를 했어요. 제가 첫 번째로 힙합비트에서 계속 반복되는 베이스라인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1집을 만들기 전에, 1집 안에 담긴 곡이나 거기 실리지 않은 곡들을 포함해서 모든 곡들을 만들 때,) 두 번째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은 Gang Of Four의 베이스 라인이었어요. 두 가지를 적절히 섞었죠. 전에는 힙합을 더 많이 들었어요. 인스트루멘탈 힙합(instrumental hip hop)에서 프로듀서들이 만드는 비트적인 느낌에 굉장히 매료되어 있었어요. J-Dilla나 DJ Premiere, 아니면 Pete Rock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비트에 굉장히 많이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취향껏 밴드에 접목시키고 싶었는데, 사실 이 밴드는 록 밴드이지 힙합 밴드가 아닌 거잖아요. 거기다가 절충적인 유화제를 넣는다면 어떤 게 좋을지를 찾다가 두 번째로 선택했던 게, Gang Of Four의 계속 반복되는 라인이었어요. 그런 것들을 같이 합쳐서 해보려고 생각해서 만든 게, 할 때는 몰랐는데 해놓고 보니 괜찮다고 생각해서 계속 밀고 나갔던 거고요. 제가 반복을 하면, 다른 연주자들이 그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씨이의 음악이 공중에 걸린 현수막이라고 한다면, 저는 거기에 딱 붙여져 있는 압정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Gang Of Four (1977~) [Wiki]


차 : 압정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고정되어있지 않은 옷을 딱 찌르는 느낌.

주 : 네, 그런 느낌으로 했어요. 드럼도, 기타도, 보컬도 멜로디 위에 딱 붙어 있는 느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고정되면 나머지 악기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의도하지 않았었지만 그런 의도가 있었지 않았나라고 제 라인을 자평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요.

용 : 저희가 레퍼런스 삼은 것들이 그런 식으로 운용되는 음악들이었어요. 포스트 펑크 밴드들. 여기에 덧붙여서 Gang Of Four 같은 포스트 펑크 밴드들에, 덧붙여서 90년대 얼터너티브 밴드들, 리프 중심의 사운드들. 게다가 이씨이 전신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들도 하드록 기조의 올드한 리프 위주로 구성된 곡들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의도하지 않게 루프 비슷하게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펑크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면서 저절로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고 하다보니까, (저희가 지금은 분석하고 의식하면서 연주하는데, 우리가 잘한 게 뭐냐면 어려운 연주나 복잡한 라인을 만들거나 변주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니라,) 점점 각자가 돌아가고 있는 루프를 어떻게 잘 미세하게 조절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그런 구성과 힘을 만드는 지에 대해 훈련하고 저절로 그쪽으로 많이 발전하게끔 된 것 같아요. 나중에는 약간 의식을 했지만요.

차 : 연주에서 드러나는 테크닉보다는 마디마디가 주는 구성력이라든가,

용 : 네, 그런 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차 : 음악을 하나의 큰 그림이라고 놓고 봤을 때, 은근히 각자가 악기의 사운드에 힘을 많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 지점에서 믹싱에 대한 이야기를 안 물어 볼 수 없겠죠.

김 : 페이스북 라이브를 보니까, 이번 앨범에서 사운드 레퍼런스를 잡으신 작품이 Pink Floyd의 앨범과 Arcade Fire의 신보라고 하셨는데, 두 작품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나요?

금 : 거기서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갔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믹싱할 때 어떤 한 곡을 레퍼런스로 잡아서 설계를 비슷하게 짜가면서 작업을 한 게 아니었어요. 일단 기본 믹싱 할 때 출발 지점으로 삼은 생각은, 저희 네 명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간극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네 명이서 이루는 긴장감이라든가, 서로가 나가려는 방향에 대해서 충돌할 듯 말 듯 한 외줄타기 같은 느낌을 잘 살려내서, 최대한 각자의 개성과 각자가 원하는 사운드와 톤을 그려내려고 노력을 했던거죠. 그런데 마스터링 단계로 넘어갈 때, 엔지니어님은 그런 문맥적인 설명만으로 작업을 하실 수 없었어요. 그저 제가 느꼈을 때 ‘요 정도면 되겠다’하는 부분을 뭉뚱그려서 전반적인 색감으로 말씀드린 거죠. 굳이 어떤 이유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음악적인 느낌이나, 전반적인 톤에서 나오는 뉘앙스만, 마스터링에 어느 정도 참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했던 거고요.

차 : 처음 앨범이 약간 투박했다면, 이번 앨범은 세세하게 긴장감을 높이는 쪽으로 가셨거든요?

용 : 기술력의 발달이죠.

(일동 웃음)



세세하게 긴장감을 높인 신보 『~II』

차 : 그 ‘세세한 긴장감’의 원천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싶어요.

금 : 저희가 작업할 때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 저희의 작업이 ‘세세한 변주 중심’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되게 정확하게 저희 음악을 잘 분석해주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보통 어떤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네 명이서 각기 다른 해석을 하면서 진행해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작곡 단계에서부터 (어떤 하나의 주제를 목표로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각자 달려가는 방향에서부터 합의점을 찾아나가죠. 믹싱의 기술보다는 작곡에서 나오는 결과물인 것 같아요.

용 : 저희의 애티튜드는, 각자 주제가 있으면 넷이서 시작해서, 어느 일정 지점에 도달하면 멈추고 그걸 그냥 기록하는 식이었죠.

차 : 생각 자체를 잼(Jam)하는 거군요.

용 : 네.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다보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레퍼런스를 가지고 하는 루프 위주의 것들도 있었고요. 믹싱 같은 경우도 긴장을 해소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간극을 유지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그런 발상이 어떤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작곡되고.

주 : 민주적 절차.(웃음)

차 : 그러니까 각자의 덩어리들을 다 꺼내놓고 거기서 문장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다 취합해서 조금씩 만드시는 거군요.

용 : 네, 가장 좋은 걸 선택하는 거죠.

차 : 맞물리는 지점이 없을 때면 상당히 고통스럽겠어요.

용 : 그러다보니 작곡이 오래 걸릴 때는 또 엄청 오래 걸려요.

차 : 저는 이씨이의 가장 큰 메리트는 즉흥성이라고 보는데요. 그러한 즉흥성 사이사이에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넣으면서 조금도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무대들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고,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긴장감을 많이 느끼시겠지만,) 맨 처음 작업만큼은 시작을 루즈하게 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 할게요. 여섯 번 정도 공연을 본 것 같아요. 공연을 보면서 무대 위에서의 액팅(Acting)이나 퍼포먼스가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또 각자가 무대 위에서 있을 공간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각자가 공간 자체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나 공간의 구성에 있어서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용 : 말씀하신 것처럼 무대라는 것은 공간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신도시에서 공연하는 것과 공간 비틀즈에서 공연하는 것은 다르죠. (전반적인 사운드를 어떻게 나올 것 인지를 떠나서)공연이 비주얼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부분을 항상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를 얼마만큼 더 써야하는지, 관객들은 서게 할 건지, 앉게 할 건지 바닥에 앉을 수도 있는 것인지, 전시를 같이한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획들은 (사실 공연은 가장 중요한 게 기획력이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공간에 대한 사유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걸 전제로 한 상태에서 무대 위로 올라가야 저도 극적인 연기를 하는 거죠.

차 : 그런 연기 또는 퍼포먼스의 참고할 만한 지점들이라든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그림들은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용 : 몇몇 분들은 쉽게 연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덜한데, 제가 과거에는 포스트 펑크 장르를 굉장히 전사(轉寫)했거든요. 처음에는 Pere Ubu의 몸짓들이나, Talking Heads, Joy division 같은 것들을 그냥 재현하는 데에서 출발했어요. 이씨이 초창기에 재밌었던 점은 각자 레퍼런스 하는 지점이 굉장히 명확했고, 그것을 거의 재현 및 구현을 해냈는데, 오히려 이게 어슴푸레 어울리다보니까 신선해져서, 그런 점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다는 거였어요.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제 자신도 슬슬 그렇게 해왔던 것들에 싫증이 나서, 뭔가 다른 것들도 레퍼런스하고요. 확장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무대를 보여드리려고 연구할 것 같아요. 그 동안에 전역해서 보여드린 무대들이나 특히 마지막에 신도시에서 했던 공연은 완벽한 스케치 업에, 완벽하게 과도기적인 것을 골격 그대로 노출해서 보여드린 거고요. 이제부터 정리된 것을 하게 될 때는 좀 더 많은 것들을 모으고, 처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Pere Ubu [Wiki], Joy Division [Wiki], Talking Heads [Wiki]


차 :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또 어떤 날카로운 음악이 나올까 기대가 되네요.

용 : 감사합니다.

차 : 저는 이씨이가 퍼포먼스에 국한되지 않는 예민한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즉흥 연극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60년대 말에 뉴욕에서 잠시 펼쳐졌던 아방가르드 연극에 퍼포먼스를 접목시켰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그래서 무대 자체를 관객들하고 같이 호흡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떨어뜨려놓고, 각자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좀 만들어주고자, 음악을 대입시킨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는데 관객들은 반응들이 제각각이어서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용 : 공연하는 저희도 새롭고, 관객 분들도 새롭고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인터랙션(Interaction)하지는 않거든요. 말주변도 없고, 무대 위에서 제가 풋매너 같은 게 잘 만들어지지가 않아서 스탠드 업 코미디 같은걸 아무리 참고해 봐도 잘 하기 어렵더라고요.

차 : 보통 음악하는 사람들이 말없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말을 매끄럽게 하는 경우는 좀 편한 경우고요. 그냥 연주로 밀고나가거나 ‘나는 음악으로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가죠. 그런데 말을 연습하듯이 애기처럼 뱉다보면 자기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을 같이 참고하시면 될 거 같아요. 레퍼런스를 잡지 말고, 일단 무대 위에 올라갔으니까 말을 해보자는 거죠. ‘같이 놀자’가 아니라 ‘일단 한마디 던져 보는 거야.’로 시작하면 괜찮지 않을까.

용 : 지금 그래서 제가 무대 위에서 하는 말들이 다 제가 메이킹해 낸 결과거든요. 약간 어리숙하면서......

차 : 마치 연극배우가 올라가 있는 것 같았어요.

용 : 연기하는 것처럼?

차 : 만인을 위한 독백의 한 페이지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태그 | 인터뷰,이씨이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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