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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와 드론즈의 이야기 : #2. 시작 - “서로 다른” 음악 이야기

정병욱 | 2016.09.21


조용했지만 묵직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1집으로부터 5년이 지나, 사비나앤드론즈가 2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만의 ‘어두운 독백’이 한결 ‘부드러운 전언’이 되어…. 시간이 초래한 변화도 있겠지만 더더의 김영준과 함께였던 이전과 달리 당당한 ‘밴드’라는 울타리 속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된 구조적 변화의 원인도 크리라 생각했다. 유난스러웠던 2016년의 여름이 이제 막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문득 멤버 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리라 생각했다.




○ 인터뷰어: 정병욱(음악취향Y)

○ 인터뷰이: 사비나(보컬), 조용민(기타), 정현서(베이스), 유승혜(건반), 민경준(일렉트로닉스), 김동률(드럼)

○ 일시 :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19시 ~ 22시

○ 장소: 합정역 모 카페

○ 들어가기전에

    (1) 시간적 순서가 아닌 내용적 순서에 따라 편집하였습니다.
    (2) 요청에 따라 인터뷰 중 등장한 일부 아티스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 될 수 있는 한 대화 그대로 녹취하였습니다.




근황

시작 - “서로 다른” 음악 이야기

만남 - 사비나와 베테랑 드론즈

합일 - Don’t Break Your Heart

저마다의 시간

그 밖의 이야기들




Y: 2집 이야기에 앞서 멤버 분들 각자 이야기 더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어떻게 되세요?


민경준 님


경: 저는 평범하게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같이 살고 있던 선배가 부산에서 올라와서 밴드를 만드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랬지만, 베이시스트가 굉장히 귀했어요. 그 형이 “너 베이스 한번 해볼래?” 해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Y: 다른 악기들은 그 이후에 하신 거죠?


경: 그렇죠. 처음에 밴드 베이스로 시작했다가. 전 비교적 늦게 시작했거든요. 20대 후반에 시작했으니까.


용: 한국에 와서 한 거지?


경: 그렇죠. 군대 다녀와서니까.


용: 경준이는 10대 때는 파라과이에 있었거든요. 난 20대 전부터 한줄 알았어. 한국 와서 한 거구나.


Y: 그 전에는 음악 관련해서 전혀 뭐가 없으셨나요?


경: 그냥 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80% 이상이 다들 교회에서 음악을 시작하잖아요. 처음 악기를 접하게 되는 것도 교회고. 어렸을 때 교회에서 그냥 조금씩 악기를 만져봤지, 내가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Y: 좋아하시는 아티스트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동: 산타나(Santana) (웃음)


경: 글쎄요. 계속 많이 바뀌는 편이라.


Y: 그때 아니라도 요새 가장 잘 들은 거 말씀해주세요.


경: 요즘 제가 비욘세(Beyonce)에 꽂혔어요. (일동 웃음)


민경준 님의 취향, Santana 『Santana IV』(2016.04), Beyoncé 『Lemonade』(2016.05)


용: 비욘세의 몸매에 꽂힌 거야? (웃음)


경: 이번 앨범이 너무 좋아서.


사: 이번 앨범 사운드가 프로듀싱이 정말 잘 됐어요.


승: 사운드에 꽂혔어.


동: 그러면 비욘세의 프로듀서에게 꽂혀 있는 거지.


경: 그리고 비욘세라는 아티스트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하여튼 저는 자주 바뀌어서 딱히 꼽을 게 더 없는 것 같아요.


현: 경준이가 일렉트로닉스를 만지는 사운드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사운드에만 계속 귀 기울이는 것 같아요.


경: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최고의 작곡가와 최고의 엔지니어와 그런 스탭들이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들으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물론 음악도 좋고.


김동률 님


동: 저는 승현이 때문에 음악을 시작했어요.


현: 레인보우99.


동: 교회에서 드럼을 샀는데요.


용: 다 교회야.


동: 그 때는 너무 멋있는 거예요. 드럼 치는 형들이. 중학교 1학년 때인데. “나도 좀 가르쳐 주세요.” 그랬더니, “너는 못해!” 그러더라고요. 제가 진짜 청개구리예요. “그래? 그럼 해야지.” 그래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인터넷이 없고 기껏 천리안 있을 때니까 집에 컴퓨터 있는 걸 상상조차 못 했죠. 그래서 그 형들 치는 걸 옆에서 보다가. 따라하면서 시작을 한 거죠. 시작을 하고 하나둘씩 어깨 너머로 보면서 성장을 하다가 친구네 집에 가서 PC통신으로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저희 집에도 인터넷이 되기 시작하면서 드럼 카페가 있었거든요. 닥터드럼이라고. 거기서 리듬 기초를 익히기 시작했어요.


다음카페 닥터드럼 (http://cafe.daum.net/drdrum)


동: 그 다음에 고등학교 들어가서 밴드부를 발견했는데 거기서 만난 게 승현이, 레인보우99였어요. 그 때도 승현이가 좀 잘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다행인 게 드러머가 몇 명 있었는데 걔가 “이렇게 해서 팀 만들래?” 해서 “그래.” 하고 만들었죠. 얘는 공부도 너무 잘 하고. 반에서 최상위 등급일 정도로 잘 하는데 음악도 잘 하고. 그래서 제가 “음악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물으면 “그냥 하는 거지 뭐.” 그렇게 대답하는데 사실 그냥 해서 안 되잖아요.  (일동 웃음) 그리고 밴드가 학교에 계속 있었는데 얘는 밖에서 또 활동을 하는 거예요. 저로서는 상상을 못 했던 거거든요. 그 동네를 벗어난 적이 없어서. 그래서 그 친구 때문에 신촌에 ‘음감실’을 처음 갔죠.



신촌 ‘백스테이지’ 등 20년 전 성행했던 음악감상실, 현재에는 명맥이 거의 끊겼다


동: 그리고 확 틔었어요. “아,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앞으로 드럼을 계속 쳐야겠구나.” 확신이 들었죠. 그 때부터 막 수소문을 해서 드럼 개인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저는 좋아하거나 잘 듣는 아티스트도 없이 그저 드러머 선배들, 그리고 제 선생님만 보고 배웠죠. 드러머도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나?


용: 할 수 있지.


정현서 님


현: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살았는데 당시 부산에는 ‘메탈 라이브’라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 드럼을 배우러 갔었죠. 한창 드럼을 배우는데 원장 선생님 말씀하시길, 다른 사람들이 연주하고 있으면 제가 입으로 자꾸 따라 한다는 거예요. 그때 입으로 따라했던 게 베이스였고요. “아예 베이스를 쳐라.”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치는 거죠.


Y: 음악 시작하시면서 자양분이 된 아티스트가 있나요?


현: 자양분이 된 아티스트는 뻔하지만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예요. 제 처음이자 끝인 것 같아요. 그 다음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었고. 베이스 치는 사람은 토니 레빈(Tony Levin)이 저한테 굉장히 커요.



핑크 플로이드(좌)와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토니 레빈(우측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승: 저는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좀 웃긴데. 음악이 항상 장래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세살 때 어머니가 치는 피아노를 따라 치면서 접해서, 다섯 살 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죠. 동네 피아노라는 게 정규적으로 정제돼 있는 교육이 아니잖아요. 피아노를 치는 방법만 막 배운 거죠. 곡을 쓰고 싶고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클래식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 생각에는 클래식 음대를 가는 것,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게 1등이 아니면 생존을 못 한다고 생각을 하셔서 지속적으로 반대를 하셨어요. “음악은 취미로만 했으면 좋겠다.” 사실 중3 때 예고를 너무 가고 싶어서 입시를 했는데 너무 급해서 3개월 만에 준비를 해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부모님도 입장이 너무 강경하셔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지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진입장벽이 높은 학교였던 거예요. 그때 떨어지면서 아버지하고 약속을 했죠. 음악 얘기는 다시는 하지 않기로.


유승혜 님


승: 인문계를 그냥 진학을 해서 항상 마음속으로만 품고 지내다가 대학에서 대학 동아리라는 신세계를 만난 거죠. “아, 대학에서도 음악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그 동안 제가 쳐왔던 알 수 없는 곡들이 다 코드로 부호화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는 클래식에 익숙해서 무조건 다 음표를 따서 악보에 그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기호로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대학 동아리에서야 처음 배운 거죠. 당시 거기에 완전히 빠졌어요. 모든 일 제쳐두고 동아리에서 하는 모든 공연 준비를 다 하기 시작해서 5번 정도의 정기공연을 했어요. 5학기 정도를 공연만 한 거예요.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교육 관련 학과를 나왔거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저는 열망이 더 심해지는 거예요. 게다가 공연을 하다 보니까 여기서 더 벗어날 수 없이 중독이 된 거죠. 그러던 차에 선배가 ‘유재하 경연대회’ 원서를 주면서 빨리 쓰라고 이제 3일밖에 안 남았다고. 데모를 녹음해야 한다. 제 주변에 당시 최고 능력자는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 씨였어요.


달빛요정만루홈런


승: 친해지도 않은데 그냥 같은 공연부장 계보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서 막 비볐어요. 한 번만 도와달라고. 그랬더니 오빠가 굉장히 흔쾌히 데모를 녹음해주셔서 제가 정말 건반에 노래 하나 입혀서 데모를 보냈고. 그 이후 어떻게 잘 돼서 운 좋게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보니까 그 다음부터 음악 쪽에서 지인이 많아지고 훨씬 손쉽게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음악에 완전히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됐죠. 그 중에 하나가 (현서) 언니를 만난 거였고.


현: (현서, 승혜) 그게 벌써 이십 몇년 전.


용: 그게 밴드 이름 뭐였지?


현: 스피카. (일동 웃음)


용: 스피카 맞다.


동: 그거 아이돌 이름 아니야? (웃음)


Y: 한참 앞서 가셨네요.


승: 그때 제 활동명이 예리였거든요. 예리밴드 막 생기고. 모든 걸 다 뺏겼어. (웃음) 어쨌거나 이후 언니랑 오빠들이 공부를 좀더 해봐라 해서. 작곡 공부를 하러 대학원을 그쪽으로 가게 됐죠. 완전히 음악 쪽으로 빠지는 계기가 됐어요.


Y: 어렸을 때 하셨던 클래식과 대학 이후의 음악 사이 연결고리가 있으실 것 같아요. 다들 말씀하셨던 아티스트라든지.


승: 저는 어렸을 때는 음악가를 하나도 모르고 오로지 가수만 보고 좋아했는데 제가 최초로 가장 홀릭했던, 빠순이가 됐던 가수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었고요. 그 분이 곡을 쓸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쓴 작곡가를 뒤늦게 추려보니 데이비드 포스터(Daivd Foster)가 쓴 곡들이 제가 모르고 들었음에도 공통적으로 꽂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 분이 저한테 많이 영향을 주셨던 것 같아요.


생전의 마이클 잭슨과 젊은 시절의 데이빗 포스터


사: 저는 딱히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워낙 없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 쪽을 잘 했어요. 그래서 ‘예술가가 되겠지.’ 생각은 했는데 막상 진학할 때는, 뭔가 예술 활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음에도, 저희 때가 취업난이 심했을 때라, ‘일단은 취업을 하고 내가 스스로 벌어서 내 예술활동을 지원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에게 예술 활동까지 지원해달라고 하기는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간호대학에 진학을 했는데, 1-2년 정도 지나고 나서 갑자기 당장 음악을 안 하면 죽겠더라고요. 저도 좀 이상하기는 해요. 워낙에 음악 굉장히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 많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로 녹음하고. 그 정도 좋아하는 정도였지, “안 하면 죽을 것 같아”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대학 다니면서 음악을 안 하면 당장 목숨이 끊어지겠다는 느낌이 오는 거예요. 당시에 저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요. 거의 시체처럼 살고 있는 느낌. 계속 누가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당장 죽겠으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고 싶어서 병원에 취업한 지 6개월 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했죠. 그게 밴드 포(POE)의 물렁곈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같이 음악 듣고 노래 부르고 했던  친구인데, 연락해서 “당장 음악을 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될까” 했더니 당시 함께 음악을 프로듀싱하던 스승을 소개시켜 주더라고요.



물렁곈 1집 『Psychedelik』(2013), 더더 8집 『Anybody Here』(2015)


사: 그게 제 1집 앨범을 만들었던 김영준 프로듀서를 만났던 계기였어요. 당시 음악을 제대로 처음 하면서도, 보컬레슨이나 발성을 하지도 않았고요. 그냥 4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빌보드 음악을 계속 들었어요. 계속 듣고 많은 공연들을 보고.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났는데 갑자기 저만의 보컬이 막 생기더라고요. 어찌 보면 저는 뭔가 의도해서 하는 타입이 아니었던 거예요. 앨범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어느 날 갑자기 노래를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 어느 날 갑자기 프로듀서를 만나서 3개월 동안 노래를 듣다 보니까 갑자기 노래를 하고. 제게도 좀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러다보니 ‘나는 그래도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부터 이제 1년 정도 거쳐서 녹음을 하고 작업을 하고 그러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앨범이 나오게 됐습니다.



사비나 님 & 조용민 님


Y: 당시 음악을 시작하고 빌보드 차트를 쭉 훑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처럼 자양분이 되었거나 특별히 좋아했던 뮤지션이 있을까요?


사: 저는 사실 개인적인 성향상 어떤 누군가를, 특정 뮤지션을 동경하고 그 사람에 대해 찾아보고 그런 게 없어요. 음악을 듣다가 꽂히는 게 있으면 마음에 드는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놓는 정도이지 음악 히스토리라든지 뮤지션의 어떤 그런 건 잘 몰랐죠. 다만 애니 디프랑코(Ani DiFranco)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노래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고, 그리고 또 독특한 자기 음악을 하는 파이스트(Feist)라는 뮤지션을 보면서는 나도 음악을 ‘장르나 그런 거 상관없이 진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만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애니 디프랑코와 파이스트



(To Be Continued...)

태그 | 인터뷰,사비나앤드론즈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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