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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Out #7-3] 진정한 추상을 그려내는 음표의 화가들

메써드 (Method) 『Abstract』
by. 김동석 | 2015.12.10
김동석 | 2015.12.10

때로는, 본질적이지 않은 차이가 본질적인 변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의도와 비-의도가 만나 제3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상수(Constant)에 변수가 들어섰을 때, 방정식은 완전히 다른 궤도의 함수를 드러내곤 한다. 메써드의 정규 4집 음반 『Abstract』는, 뜻과 뜻-밖이 만나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역사적 정수(abstract)이자 요약(abstract)을 도출해낸 작품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메탈'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와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살펴야 한다.


펑크나 코어보다 하드록과 사이키델릭 록의 영향이 짙게 드러워졌던 1970년대 한국 헤비니스 음악 역사에서, 헤비 메탈이라는 조류는 영미권 밴드들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198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메탈 밴드와 메탈 음반 들은 몇몇 예외를 빼놓고는 하드록적인 성향이 짙었다. 그렇다면 메써드의 음악은 어떨까. 1집부터 메써드는 스스로 스래쉬 메탈에 기반을 둔 익스트림 메탈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말은 헤비니스 음악으로써 메써드의 지향점을 알 수 있게 해준다.


2010년대 익스트림 메탈의 여러 갈래들이 각자의 음악적 지향점에 따라 장르의 특징들을 조합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지점을 꼽는다면 두 가지 흐름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한쪽에는 앰비언트/트랜스에서 IDM에 이르는 여러 일렉트로니컬 기반의 장르들을 블랙/둠 메탈과 결합시키며 뉴에이지와 앳모스페릭한 흐름(wave)을 이끌어가는 밴드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재즈에서부터 테크니컬한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장르들을 멜로디컬한 헤비 메탈 기반의 익스트림 메탈과 결합시켜 나가는 일군의 밴드들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러한 해외의 흐름에 같이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익스트림 메탈 씬의 경향상 장르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블랙/둠 메탈 밴드들이 세심한 악곡 설계에 덧붙여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사운드스케이프 영역의 확장이 가능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후자는 기존 익스트림 메탈만큼의 속도감을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강약과 변박과 테크닉을 변칙적으로 자유로이 자연스레 활용하면서 연주와 보컬의 멜로디컬한 역량까지 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최근 주목받은 블랙메디신도 메써드와 마찬가지로 후자의 영역에 가깝다. 블랙 메디신의 음악은 슬럿지/스토너메탈의 한국적 변형이랄 수 있는데, 이들은 블랙 사바스의 갈래로 사운드의 근원을 찾아 올라간다. 그러나 블랙 사바스라는 첫걸음에서 뻗어나간 오늘날의 음악들, 특히 프로그레시브메탈/메탈코어와 슬럿지메탈의 접점까지 섭렵하는 면모를 그들의 음반에서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현재진행형인 헤비니스 뮤직의 흐름을 반영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게 된다. 그와 달리, 메써드는 후자 편에 서서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국내 음악인뿐만 아니라 해외 음악인들까지도 '현재진행형'의 작품으로써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어떤 면에서, 이 메써드의 음반은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역사서이자 예언서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펑크부터 프로그레시브 록과 스래쉬 메탈 초기의 데스 메탈-코어적인 음악의 씨앗까지, 헤비니스 음악의 굵직한 시대 조류를 꼼꼼하게 해체-재조립하여 마치 '음악으로 쓴 헤비니스사(史)'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정통적인 스래쉬 메탈의 작법과 사운드에 새로운 방법론을 '조화'롭게 융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옛것과 새로운 요소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여기에는 사운드적인 방법론과 주제적인 방법론이 교차한다.


특히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사운드의 밸런스다. 기존 음반들이 카랑카랑한 트윈 기타의 변화무쌍한 진행 양상을 담아내는 데 더 집중했다면, 이번 음반은 근본적으로 드럼과 기타, 베이스 사이에 있는 가청영역들을 어떻게 확장하여 빈틈없이 채워나갈지를 고민한 듯하다. 사운드의 결과만 놓고 보면 크래쉬의 음악과 닮아 있는 듯 보이지만 장르적 방법론에서 더 급진적이기 때문에, 모던 헤비니스적인 확장성과 밀도 면에서 더 두드러진다. 기타의 변칙적이고 화려한 노트들을 조금 덜어낸 대신, 빠르고 둔중한 투베이스 드럼과 절제된 심벌이 리듬의 유연성을 이끌어간다. (조금 더 재지(Jazzy)하거나 프로그레시브한 리듬이었으면 더욱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을 수 있겠지만)프로그레시브적인 스래쉬 메탈의 범위에서, 또 모던 헤비니스의 영역 안에 안정적으로 리듬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드러머의 교체는 성공적이라고 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변화와 확장성이 더욱 기대된다.) 듣기도 벅찰 만큼 손이 바빴던 기타 또한 세밀히 쪼개진 드럼 박자들 사이에서 좀 더 유연하고 연결성 있는 리프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았다. 하나라도 더 새로운 음을 넣는 데 골몰하기보다, 곡 자체의 연결고리들을 튼튼하게 묶어내는 일에 집중한 모양새다.


리프 간 연결이 더 매끄러워지면서 이전 음반들보다 곡 진행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다이나믹한 박자감이 음반 듣는 재미를 더한다. 드럼이 속도감을 이끌면서 기타가 홀로 속도를 책임져야 했던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속도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타가 완급을 조절할 여유를 찾은 셈이다. 이러한 유기적 변화의 화룡점정은 보컬의 유연성으로까지 이어진다. 클린 보컬뿐만 아니라 그로울링에서도 음반의 사운드 요소들 사이에 더 잘 스며들어 있다. 다시 말해, 프로듀싱에서 사운드 밸런스의 초점이 바뀌자 기타는 조금 더 여유를 찾았고, 리듬 섹션에서 드럼이 좀 더 앞으로 나설 공간이 생기고, 그렇게 속도와 유연성이 갖춰진 곡 위에 한층 더 모던해진 보컬도 제 영역을 확보한 것이다.


과거의 기원에서 출발했으되, 미래에 기준점을 놓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론(method)을 탐구하는 정신. 과거에만 갇혀 있지도 않고, 미래만 바라보지도 않는 음악. 또렷한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가운데 추상(abstract)으로 남아 있는 현재를 호흡하는 이들의 기록. 메써드 4집 『Abstract』는 혼란스럽고 퇴행적으로 보이는 현재를 타파하고자 과거에 발딛고 미래를 손으로 끌어당겨 연주한다. 결성된 지 13년이 넘는 밴드가, 어찌 이토록 미래적이면서 현재적일 수 있을까. 조로와 퇴보를 성숙과 복고로 치장하며 모호함을 깊이의 발로인 양 가장하는 사회에서, 정형의 재현이 아니라 진정한 추상(abstract)을 그려내는 음표의 화가들이 여기에 있다.


  • Credit
  • [Member]
    김재하 : Guitar
    우종선 : Guitar, Vocal
    김효원 : Bass
    김완규 : Drums

    Produced by 안흥찬 a.k.a. AHHN
    Engineered and Mixed by 안흥찬
    Mixed at 37.508055 127.079899
    Drum Recorded by 박혁@Soundpool Studio
    Guitar, Bass, Vocals Recorded April ~ July, 2015 at 37.508055 127.079899
    Mastered by Jens Bogren@Fascination Street Studio, Sweden
    Artworks by Niklas Sundin@Cabin Fever Media

    Executive Producer : 이인욱@Evolution Music
Track List
  • 01. Break One's Spirit L우종선 C김재하
  • 02. Lost Revolution L우종선 C김재하
  • 03. Elimination Dance L우종선 C김재하
  • 04. Dust Devil L우종선 C김재하
  • 05. Chemical Paradise L우종선 C김재하
  • 06. Guilty In The Duty L우종선 C김재하
  • 07. Lies On Your Lips L우종선 C김재하
  • 08. After Burn : 2015 Version L우종선 C김재하
  • 09. Downfall Of Doom L우종선 C우종선
  • 10. Crying For Liberation Part.3 L우종선 C김재하
  • 11. Violence Death Game L우종선 C김재하
태그 | 앨범아웃,메써드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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