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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Out #7-1] 마술같은 질주

라이프앤타임 (Life And Time) 『Land』
by. 조일동 | 2015.12.08
조일동 | 2015.12.08

슈퍼밴드 출신 멤버들이 모인 프로젝트 밴드는 언제나 호사가의 관심을 받게 마련이지만, 결과물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경우는 의외로 흔치 않다. 각자 밴드에 게스트로 서로를 불렀어도 별반 차이 없을 음악이거나, 아예 다른 음악을 한다고 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경험해 왔다. 물론 좋은 결과물을 내놓은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그러나 경험이라는 게 묘해서,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밴드’의 앨범이라는 타이틀만 들어도 만족도와 반비례할 것이라 지레 짐작부터 하게 된다. 로로스의 기타리스트 출신 진실, 칵스의 베이시스트 박선빈, 재즈 드러머 임상욱이 뭉쳐 발표했던 라이프앤타임의 데뷔EP 『The Great Deep』(2014)에 환호하던 주변 사람들 속에서 ‘좋은 음반이지만, 좀 더 긴 호흡의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100% 환호하기 어렵다’며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도 바로 그 경험치 때문인지 모른다.


마침내 환호를 유보했던 첫 정규앨범 『Land』가 발매되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고? 이제 나는 잠시 밀어두었던 것까지 합쳐서 200% 환호를 보내고 있다. 평단과 팬을 가리지 않고 찬사를 이끌어 낸 라이프앤타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전적인 훵크-록의 뜨거운 연주 스타일을 채택하되, 곡의 형식(form)은 매우 미니멀한 방식을 유지하는 대비 때문이라 본다. Rage Aainst The Machine부터 Red Hot Chilli Peppers, Living Colour, 아예 저 과거의 Trapeze나 Funkadelic에 이르는 밴드들이 성취했던 훵크의 역동성이 이리저리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해외의 선배들과 달리 라이프앤타임은 2015년을 살고 있는 밴드다운 연주를 한다. 즉 연주 테크닉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복잡한 곡의 구조로 ‘젠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나 세 사람의 합이 얼마나 정교하고, 얼마나 훵키 그루브를 착실히 내면화 하고 있는지는 슬로우 템포의 「빛」이나 「Come」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한 지인이 이들의 음악을 일종의 하드코어라고 지적하는 것을 들었다. 맞다. 이들의 음악은 고전적인 사운드를 품은 훵크-록의 하드코어다. 그것도 세 사람의 연주로 승부하는 하드코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세 사람의 연주는 개별 연주자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훌륭하다)와 관계 없이 합주 속에서 힘이 커지는 음악이다. 제목 그대로 쏟아져 내리는 「급류」나 팝 훵크-펑크가 연상되는 「My Loving City」처럼 울끈불끈대지 않더라도 이들의 음악은 합주 속에서 그루브가 점점 커져간다. 피크를 이용한 얼터네이트 피킹과 핑커 피킹을 오가는 베이스의 짜릿함 이상으로 슬로우 템포에서도 필인을 찔러넣는 드럼의 비트를 즐겨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때론 리듬 커팅조차 하지 않다가 짧지만 진득한 블루지 기타 솔로를 풀어내는 장면과 마주할 때, 짜릿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만일 「Shakin’ Trees」의 점성 없는 블루지한 훵크-록이나 「Life」의 긴 호흡의 그루브를 듣고도 당신의 몸이 자연스레 흔들리지 않는다면 조금 심각하게 현재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라 권하고 싶다. “치울 수 없던 무거운 것이 휩쓸”(「급류」)려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길게 보고 걸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길게 걸어가며 “강한 마음, 변하는 기분. 흐르는 피, 움직이는 몸”(「숲」)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면 분명 “뜨는 해에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Life」) “all the things already broken”(「Shakin’ Trees」)하게 될 것이다.


훵크의 기운이라고 해서 폴리리듬으로 중첩된 사운드가 아니다. 오히려 전반적인 마름질의 사운드 처리는 영국의 소위 ‘모던 록’ 밴드들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전형적인 ‘모던 록’의 틀거리와 라이프앤타임은 맞지 않는다. 이들이 쏟아내는 훵크 덩어리의 에너지는 그 장르의 정서로 담기에 너무 펄떡댄다. 이 모순된 대비는 숲과 도시를 표현한 커버아트, 가사, 앨범 전체의 사운드를 모두 관통한다. 흥미롭게도 선명하게 대비되어 느껴지던 밴드가 지닌 색깔들이 앨범을 들을수록 단순히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보색관계였음이 확인된다. 페이저를 건 리듬 커팅 기타와 살짝 오버드라이브를 건 피킹 베이스가, 툭툭 건드리는 엇박(upbeat)과 몰아붙이는 필인의 열정 가득한 드럼과 최대한 담담한 보컬이, 이렇게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는 대비되는 소리가 모여 보색을 이룬다는 거다..


앨범을 들어보면 나의 도통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직 『Land』 앨범을 듣지 않았다면, 오히려 소리로 구현되는 이 즐거운 매직쇼를 감상할 기회가 남은 셈이다. 후회 말고 빨리 들어보시라.


  • Credit
  • [Member]
    진실 : Guitar, Vocal
    박선빈 : Bass, Chorus
    임상욱 : Drum, Chorus

    [Credit]
    Produced by 라이프앤타임
    Co-Produced and Sound Design Hasegawa Yohei (a.k.a. 양평이형) for 급류, My Loving City, 땅, Life
    All Songs, Lyrics, Composed and Arranged by 라이프앤타임
    Recorded by 허정욱@석기시대, 박태환@The Park, 라이프앤타임@Drum&Bass Studio
    Mixed by Soichiro Nakamura, 양평이형@Peace Music for 「급류」, 「My Loving City」, 「땅」, 「Life」, 박태환@The Park
    Mastered by 전훈 "Big Boom"@Sonic Korea

    Executive Producer 해피로봇레코드
Track List
  • 01. 급류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2. My Loving City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3. 꽃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4. 빛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5. 숲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6. Come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7. Shakin' Trees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8. 땅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 09. Life L라이프앤타임 C라이프앤타임 A라이프앤타임
태그 | 앨범아웃,라이프앤타임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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