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타이틀이미지

「Old Town」 : 사랑했던 추억들이 소멸한다는 것...

세이수미 (Say Sue Me) 『Where We Were Together』
by. 전자인형 | 2018.05.01
전자인형 | 2018.05.01

세이수미는 부산밴드인가? 여기서 부산은 무엇인가? 서병수가 분탕질해놓은 부산인가? 동네북이 되어버린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인가? 부산시민들의 부산이라고? 그렇다면 우리 장인장모같은 부산시민은 세이수미를 알기나 할까? 사정이 이럴진데 세이수미는 정녕 부산밴드인가? 더군다나 노래는 이 훡킹 올드 타운을 떠나고 싶다고 하지 않나?


물론 머물고 싶다고도 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이 밴드는 낮에는 해변을 서성이며 농담을 하고 밤에는 아지트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농담을 한다. 연신 취해서 미안하다고 바보처럼 비틀거리고, 심심해서 기타를 친다. 서로 걱정하고, 때때로 다투고, 사랑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을 알지 못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다 알 수 있다. 특히 「Old Town」이 실린 세이수미 2집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추억, 신뢰, 위로, 아픔을 이겨내는 용기, 따뜻함같은 것들로 온통 가득 차 있다. 이런 걸 담아내는 데 리버브 잔뜩 걸려 당다라당다거리는 기타나 징글쟁글거리는 멜로디, 곧 노이즈가 될 스트로크는 얼마나 안성맞춤인가. 신자유주의 뒷골목에서 미래가 없는 대신 서로서로가 있었던 90년대 인디소년소녀들이 부산 광안리에서 부활했다.


더 멀리 거슬러 오를수도 있다. 신화가 되어버린 우드스탁, 모두가 형제였던 사랑과 평화. 현대대중음악은 60년대라는 젊음의 파이를 갉아먹으며 존재해왔고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세이수미의 일상이 묻어난 단순한 문장들은 마치 주문처럼 음악의 시원을 불러낸다. 이제 다 끝났다고 체념한 늙은이들에게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고 권한다. 이 페이소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미 늦어버린 것을 알아버렸는데 다시 시작하자니, 몽족 소년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랜 토리노》(2008)의 Clint Eastwood가 되어 버리는 거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보자. 그래서, 세이수미는 부산밴드인가? 우드스탁의 먼 후예인가? 누군가는 해변과 서프록의 연관성을 들어 부산을 설명하겠고 누군가는 80년대 메탈씬부터 지금의 펑크씬까지 부산 특유의 고집스러움을 이유로 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장인장모에겐 '가나 가나 가가 가다'. 나는 이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바보처럼 웃고 떠들었던 재미있던 기억, 귀여운 사람들, 우리가 왜 음악이라는 것을 하고 즐기는지에 대한 원체험. 이런 중요한 가치들을 나눈 장소가 부산 광안리였다는 것이다. 세이수미가 부산밴드라는데 있어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 「Old Town」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머물고도 싶고 떠나고도 싶다. 머무는 것이 내가 선택한 것인지 시간이 선택한 것인지 헷갈린다. 갈팡질팡하고 텅 비어있다. 세이수미가 진짜 부산밴드인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뺀질한 서울 것들은 이런 느낌 죽었다 깨도 모른다. 아니 그중 몇몇은 알 수도 있다. 수년째 취직못해 걱정이거나 트렌드에 밀려 낡은 것이 되었거나 자꾸 주변으로 밀리는 느낌을 받거나, 주변부가 힙하다고 지저분한 폐공장에서 춤추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금 한국의 지방은 소멸중이다. 지방이 소멸한다는 것은 웃고 떠들고 사랑했던 추억들이 소멸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결국 추억 아닌가? 이 밝고 사랑스러운 서프록 싱글은 참 공교로운 시점에 나타났다.



Track List
  • 03. Old Town L최수미 C김병규 A세이수미
태그 | 세이수미 댓글 (0)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해 주세요
person_pic
submit 버튼
snsICON sns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