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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음악

우원재 『시차 : We Are』
by. 김정원 | 2018.01.11
김정원 | 2018.01.11

처음엔 그의 모든 게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딱 들어도 자유도가 높아 보이는 Earl Sweatshirt 타입의 비트를 골라 불행이란 정서를 한 철 장사하듯 파는 것만 같았다. 붐뱁 스타일에 가까워 비교적 빠른 템포를 유지하는 「Move」의 라이브에서는 리듬을 제대로 못 타 부족한 박자감이 이제야 탄로나는 거 같았고, 때문에 한계가 뚜렷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헝클어진 힙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끼어들어 저 엄청난 압박을 견딘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정성으로만 가득한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외려 그 반대로 자신의 상을 캐릭터 혹은 기믹으로 잘 활용하는 축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작자의 진심을 의심하고, 모든 행동을 아니꼽게 볼 건 아닌 게, 그 자세한 속성과 성향, 그리고 의도가 어떻든 간에 무명의 래퍼가 프로그램 안팎에서 단숨에 이만치 높게 왔다는 건 일종의 사회문화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음악적 힘이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시차 : We Are」는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힘이 대중적으로 발현되어 큰 인기를 얻은 곡이 될 것이다. 한때 자기복제성이 강했던 프라이머리의 배턴을 이어받은 그레이가 건반을 지그시 눌러가며 만들어내는 어반한 비트는 어떻게 봐도 썩 흥미롭지 못하다. 다만, 비주류를 자처하는 화자의 뉘앙스가 얹어지며 평소와는 다른 요상한 시너지를 발휘할 뿐이다. 여기에 젊음을 가루처럼 갈아대는 2010년대의 한국이란 컨텍스트가 개입한다. 그렇게 이 노래는 ‘N포세대’ 혹은 ‘YOLO’ 따위의 말로 꽤나 멋대로 삶이 포장되는 와중에 투쟁에 가까운 정서로 젊음을 버텨내는 이들의 희망 찬가가 되었다.


그게 다다. 그러니 구태여 물적 스웩으로 허풍을 떠는 다른 래퍼들과는 다르고, 이것이야말로 순도 100% 진정성으로만 가득찬 20대 청춘의 목소리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구분 지어가며 「시차 : We Are」를 과장되게 치켜세우지 말지어다. 겸손에 길들여지고 자랑에 인색한 모드로 다른 이들의 것이 허황됐다고 함부로 말하기에는 이제 대한민국에는 랩스타가 실존한다. 이 곡 자체도 그다지 그 전체적인 스웩 풍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마치 Donald Trump에 반하는 쪽에 서는 것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 된 현재 미국에서 올해 들어 Logic 같은 래퍼가 완전히 떠오른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었을 뿐이고, 단지 터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수치로 터뜨렸을 뿐이다. 2017년의 우원재는 딱 그 정도였다.


Track List
  • 01. 시차 : We Are L우원재, 로꼬, 그레이 C그레이 A그레이
태그 | 우원재,로꼬,그레이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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