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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97-3] 칸 「감염」

칸 (Kan) 『감염』
by. 음악취향Y | 2018.05.14
음악취향Y | 2018.05.14

[김병우] 이 곡은 자체적인 맥락을 지니고 있다. 이 맥락은 오로지 본인들만이 쓸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드러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합이 음악적인 재미를 살리는 데 톡톡히 공헌한다. 그렇게 스스로 놀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한다는 점이 좋았다. 그렇게 수놓은 합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면서 만드는 형국 또한 흥미로운 결과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찰현악기와 발현악기가 아프리카의 타악기에 맞추어 자신만의 뉘앙스를 흩뿌리다 추리는 과정만큼은 적어도 올해의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화학작용이었다. 이런 점이 보다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모로코 음악을 기반으로 삼은)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지구음악』(2011) 이후로 가장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

 

[정병욱] 둔둔, 발라폰, 젬베 등 서아프리카 악기들을 중심으로 가야금과 바이올린이라는 동서양의 악기를 조미한 그룹의 구성부터가 독특하다. 이에 더해 뚜렷한 표제음악의 형태를 띤 악곡의 신선함이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악기들은 감염이 증식시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의 확실한 매개체가 된다. 가장 낮은 음의 둔둔으로 출발해 젬베를 거쳐 영롱한 발라폰 사운드에 이르러 음악은 타악의 소리만으로 조금씩 번져가는 시련과 고통을 묘사하고, 겹줄을 켜며 화려한 테크닉으로 속도를 더해가는 바이올린은 중반을 장식하며 감염의 확실한 기폭제가 된다. 후반부 다른 타악기가 잦아들면서는 가야금이 주역을 맡는다. 여기서 가야금은 이때까지 반복해온 곡의 리듬 패턴을 변형하고 경박하게 음을 놀림으로써 가볍지만 아름답고 화려한 역할에 어울리던 가야금의 전통적 매력을 거스르며, 바이올린과의 합주만으로 이 곡 절정의 불안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낯선 조합이라고는 하나 화려하고 역동적인 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칸의 악기들은 그것의 절묘한 배치와 활용을 통해 주제에 맞는 난장과 이를 설득하는 질서 있는 스토리를 모두 획득한다. 이는 「감염」에 한정한 감상이지만 동시에 이 앨범 전체를 대변하는 감상이기도 하다. 동일한 악기 구성으로 곡마다 표현과 각 악기의 쓰임새를 전연 달리 하며 노래의 제목에 맞아떨어지는 구상을 완성하는 칸의 음악은, 직관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절대음악의 표현이나 장르서사, 가사 등에 구애되는 종래 대중음악의 어법에 기대지 않고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새로운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트랜스내셔널, 트랜스장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

 

[차유정] '토속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일단 '전통'과 '살아있는 리듬감'이라는 표현이 머릿 속을 지나간다. 이 곡에서는 예상대로 두 가지 특징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한가지 더 드러나는 부분이 이 싱글을 살리는 포인트에 가깝다. 그건 바로 멜로디에 중심을 두고 움직이는 타악기들의 진행방식이다. 무수한 리듬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좀더 아름다운 악기의 음색들을 부딪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트랙이 끝날 때까지 끌고 가며, 이는 「감염」이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

 

Track List
  • 02. 감염 C A
태그 | 싱글아웃,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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