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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And Only

The La’s 『The La’s』
by. 김병우 | 2017.05.02
김병우 | 2017.05.02

이 앨범은 분명 실패한 앨범이다. 밴드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Sixpence None The Richer가 불러서 유명해진 「There She Goes」는 다른 곡들보다 이질적이다. 다른 곡들의 편차도 이질적이다. 균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분명 실패한 앨범이다.


그러나 브리티쉬 인베이전이 터를 다듬고, The Smith가 주춧돌을 놓았던 90년대 브릿팝의 원천이 이 한 장의 앨범에 담겨져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녹음 당시, 그들이 원했던 것은 말 그대로 ‘Back to Basic’이었다. 그들은 초창기 Beatles, 초창기 The Who, 초창기 Rolling Stones를 비롯한 당시 밴드들이 지닌 원초적인 에너지와 색채를 고스란히 가져오려고 했다. 그들이 수없이 많은 프로듀서들을 갈아치우며 관철시킨 요구사항들은 실상 그들이 60년대 당시의 영국 스튜디오를 오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하루 12시간의 리허설, 원 테이크 녹음의 응집력 강화,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장비를 이용한 믹싱. 어쿠스틱 위주의 밴드와 키보드를 배제한 기타밴드 위주의 편곡들. 놀라운 점은 이렇게 맹목적인 오마주가 강한 앨범이 결과적으로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구현해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The Smith를 비롯한 초창기 영국 팝밴드들이 가지고 있던 찝찝함을 일정부분 거두는데 성공한다.


비결이 있다면 그들의 세션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영국의 팝-록이 가지고 있던 리드믹컬함을 모던한 비트 속에 제련해둔 것이다. Lee Mavers의 송라이팅은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그 당시에서부터 꿈틀대던 얼터너티브와는 다른 길을 개척했다. 그는 펑크가 생기기 이전으로 나아갔고, 거기서 자신들의 선배들이 이룩한 영광에 대해 조명한 것이다. 그의 송라이팅은 로큰롤의 리드믹컬함과 서정적인 팝의 세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Louis Armstrong이나, 재즈 보컬들이 즐겨 사용한 그 특유의 탁성을 빌려왔고 쟁글팝이 지니고있던 유쾌함을 빌려왔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그들이 지니고 있던 루트함을 살리면서, 서정성이 있는 멜로디가 결합된 현대의 루츠 음악을 구현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모던의 정체가 실은 기본이라는 점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그 기본으로 대안을 만든 것이다. 하나의 앨범이 이런 역할들을 담당하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재능들이 필요하다. 70년대 이후 루트음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어쿠스틱 악기의 적극적 도입도 이 세션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렇듯 그들의 대안은 원론적이고 근본주의적이었다. The Stone Roses의 첫 앨범과 더불어 이 앨범에서 제기된 청사진은 Oasis를 비롯한 90년대의 브릿팝 밴드들에 의해 그대로 계승되고,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 앨범이 지닌 의의는 단순히 거기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다. 이 앨범이 지닌 에너지는 분명 이 앨범이 지닌 가치에 비교적 소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도 이 앨범은 여전히 신선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다. Brian Eno가 「The Velvet Underground & Nico」(1967)를 가리키며 말한 “그들의 앨범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밴드가 되었다”는 찬사는 이 앨범에게도 똑같이 돌아가야 한다. 좋은 앨범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우리를 흥분시키는 데에서 만족하지 않고, 우리를 노래하게 만드니까. 이 앨범이 이룩해낸 가치는 소박하지만 어쩌면 영원한 것인도 모른다.


음악의 역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역사라는 것. 그렇게 시작한 지점에서 음악는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명제를 우직하게 실현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한 시대가 쌓아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잠재태가 이 앨범에 들어있다.


  • Credit
  • [Member]
    Lee Mavers : Guitar, Vocals
    John Power : Bass, Backing Vocals
    Peter “Cammy” Camell : Guitar
    Neil Mavers : Drums

    [Additional Musician]
    John “Boo” Byrne : Guitar (on 「There She Goes」)
    Chris Sharrock : Drums (on 「There She Goes」)
    Paul Hemmings : Guitar (on 「Way Out」)
    John "Timmo" Timson : Drums (on 「Way Out」)

    [Production]
    Steve Lillywhite : Producer, Mixing
    Mark Wallis : Additional Producer, Engineer
    Donal Hodgson : Engineer (on 「Looking Glass」)
    Bob Andrews : Producer (on 「There She Goes」)
    Dave Charles : Engineer (on 「There She Goes」)
Track List
  • 01. Son Of A Gun
  • 02. I can’t sleep
  • 03. Timeless Melody
  • 04. Liberty Ship
  • 05. There She Goes
  • 06. Doledrum
  • 07. Feelin’
  • 08. Way Out
  • 09. I.O.U.
  • 10. Freedom Song
  • 11. Failure
  • 12. Looking Glass
태그 | The La’s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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