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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감과 헤비함의 무아지경

Metallica 『Hardwired... To Self-Destruct』
by. 김성대 | 2016.11.23
김성대 | 2016.11.23

그것은 기습이었다. 한때 온라인 P2P 서비스 냅스터 사용자 서른 명을 고소한 Lars Ulrich의 밴드 Metallica가 앨범이 발매되기 전 수록된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세상에 풀어버린 것은 기습이라고 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엽기 마케팅이었다.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번 홍보 방법은 아마도 Radiohead가 『In Rainbows』(2007)를 발매하며 “내고 싶은 만큼 내고 다운로드 받아라”고 선언한 이후 가장 충격적인 마케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11월 19일 새벽, 오랜 기간 막혀 있던 Metallica의 기존 앨범 음원들에 대한 봉인 해제와 더불어 밴드의 열 번째 작품 『Hardwired…To Self-Destruct』도 디지털 아날로그 루트 둘 다를 통해 그 민낯을 공개했다.


첫 곡은 앨범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Hardwired」. 이 곡에 관해 나는 다른 매체에 「Metal Militia」(1983)와 「Holier Than Thou」(1991)의 합체처럼 들린다고 썼다. 그러니까 나는 이 곡을 듣고 Metallica의 시작과 Metallica의 변신이 동시에 담겨있다고 느낀 셈인데 이 전제는 사실 이번 앨범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시작이라 함은 『Kill'Em All』(1983)과 『Ride The Lightening』(1984)집, 넓게 보면 『Master Of Puppet』(1986)과 『... And Justice For All』(1988)까지를 묶을 수 있을 것이고 변신이라 하면 블랙 앨범 (편집자註. 『Metallica』(1991))과 『Load』(1996), 『Reload』(1997), 그리고 『St. Anger』(2003)까지 엮을 수 있을 것이다. 『Hardwired... To Self-Destruct』은 바로 그 시작과 변신을 염두에 두고 밴드의 현재를 들려주기 위한 멤버들의 합의라고 나는 보았다. 「Hardwired」는 그래서 빠르고 짧고 헤비한 신보의 시작 그 이상 의미를 지니는 첫 곡이라 해도 좋겠다.


다음곡 「Atlas, Rise!」는 「The Four Horsemen」(1983)부터 시작한 Metallica의 대곡 성향이 고개를 드는 지점으로 박진감은 조금 떨어져도 인트로는 「Disposable Heroes」(1986)를 떠올리게 한다. 신작에선 이처럼 유난히 인트로가 길고 리듬을 끊거나 가르는 멤버 간 합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는 분명 Lars Ulrich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곡은 앨범에서 1, 2위를 다툴 만한 트랙으로서 짜임새와 멜로디, 연주라는 삼박자가 고루 훌륭해 6분30초 러닝타임이 마치 3분30초처럼 느껴질 만큼 호쾌한 트랙이다. 특히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운 피킹 리프가 Iron Maiden 같은 기타 멜로디와 함께 질주하는 후반부 절은 꽤 감동적이다. 근래 라이브에서 반드시 연주되고 있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오는 1월 고척돔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밴드의 합주 모습을 먼 발치서부터 훑어나간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Now That We’re Dead」는 「Orion」(1986)의 긴장감이 「Enter Sandman」(1991)의 템포와 맞물린 모양새로 역시 이번 앨범에서 손에 꼽을 만한 인기 싱글 후보이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Death Magnetic』(2008)에서 프로듀서 Rick Rubin을 도왔던 Greg Fidelman이 잡아낸 후련한 사운드인데 이는 블랙앨범에서 Bob Rock이 일구었던 것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것을 넘어선 Metallica 최고 악기 톤으로 남을지 모른다. 이는 흡사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이 각자 영역에서 어떻게 어울리고 울려야 하는지를 Greg Fidelman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려는 듯한 자신감과 같다. 튀는 돌출을 지양하고 스미는 균형을 지향해 얻어낸 네 멤버의 이상적인 호흡을 Greg은 자신의 오랜 믹싱, 엔지니어링 실력으로 우리 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귀가 호강할 고마운 일이다.


두 번째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Moth Into Flame」은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즐겁게 들은 곡이다. 즐겁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 긍정의 감정은 연주를 하는 밴드와 연주를 듣는 사람 사이를 질기게 이어준다. AC/DC보다 더 야무진 멤버간 호흡은 거침이 없다. 이들은 분명 『Garage Inc.』(1998) 때처럼 합주를 즐기고 있고 그래서 곡은 즐거운 헤비 그루브를 끊임없이 우리 귓속으로 퍼 나른다. Amy Winehouse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이 곡이 비롯되었다는 것은 그래서 슬픈 역설이다. 찰나에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나방의 운명은 결국 긍정의 비극이라는 잔인한 모순으로 일단락 되는 것이다.


「Dream No More」는 분명 『Load』와 『Reload』의 환영이다. 그 시절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악몽이겠지만 「Ronnie」(1996)나 「Devil’s Dance」(1997)를 좋아했던 나 같은 사람에겐 반가운 음악인 것이다. 게다가 비교적 말랑했던 90년대 후반과 달리 「The Thing That Should Not Be」(1986)처럼 무섭게 찍어누르는 헤비 기타 톤까지 더해졌으니 그 맛은 더욱 깊이가 있다. 『Load』 시절 스타일은 「Halo On Fire」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지는데 이 곡이 더 마음에 드는 건 3분33초와 4분51초, 그리고 6분4초에서 각각 겪는 세 차례 반전 때문이다. 8분15초라는 러닝타임 때문에 선택한 것 같은 어떤 면에선 작위적인 느낌도 없진 않지만 마지막 2분 여에서 보여주는 밴드의 집중력은 「Fade To Black」(1984) 못지 않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과 실제 전쟁터에서 정신줄을 놓은 병사를 교차편집 시킨 뮤직비디오가 흥미로운 「Confusion」은 지글거리는 헤비 기타 리프와 잦은 템포 변화, 타이밍을 앗아가는 낯선 코러스가 서로를 견제하며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곡으로, 복수를 주제로 제법 으스스한 에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꾸민 「Here Comes Revenge」와 그 질감을 공유한다. 이중 「Here Comes Revenge」는 제목으로 봐서나 메인 리프를 들었을 때 Prong의 「Revenge... Best Served Cold」(2012)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St. Anger』 때도 『Rude Awakening』(1996)의 「Slicing」을 인용한 걸로 봐선 아무래도 James Hetfield가 Prong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Dream No More」에 맞먹는 미드 템포 헤비니스의 박력 「Am I Savage?」는 정신분열을 겪는 가장의 두 얼굴을 묘사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면 곡이 말하려는 바를 더 이해하기 쉬울 트랙이다. Metallica 음악 유전자 속에 Black Sabbath라는 밴드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 이 곡은 아낌없이 들려준다.


흙냄새 나는 Ted Nugent풍 서던록 그루브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ManUNkind」와 「Murder One」은 공통적이다. 전자는 가상의 블랙메탈 밴드가 Metallica가 되어 펼치는 공연으로 뮤직비디오 한 편을 꾸몄고 후자에선 지난해 12월 말 생을 마친 Lemmy Kilmister (Motorhead)에게 음악도 영상도 모두 바쳤다. 두 곡 모두 앨범 초반 듣는 이를 확실히 장악해나가는 트랙들에 비해 반복 청취를 요하는, 호오가 비교적 극명할 트랙들이다.


그리고 Lars의 강력한 스네어 드러밍과 블래스트 비트가 「Dyers Eve」(1988)를 닮은 마지막 곡 「Split Out The Bone」은 '이래도 우리가 한물 갔다고 말할 거야?' 라며 밴드의 근작들을 비웃은 이들에게 Metallica가 날리는 어퍼컷 같은 넘버다. 이 곡은 첫곡 「Hardwired」와 더불어 누가 들어도 Metallica의 80년대로 회귀본능이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그들의 통렬한 자기 반성이다. 앨범의 시작과 끝이 강렬한 가운데 사이사이 질주감과 헤비함이 무아지경처럼 배회하다 솟구치다를 반복하는 양상. 이것이 Metallica 8년 만의 신보가 가진 전반적인 성향이다.


호불호를 막론하고 이번 Metallica 신작을 대하는 사람들 태도에서 나는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들은 일단 스래쉬메탈을 했던 Metallica의 과거에 얽매인다. 4집까지 Metallica가 좋았고 5집부터 Metallica는 Metallica답지 않다는 이야기, 6집부터는 아예 들을 가치도 없다는 의견들이 진리처럼 도사린다. 요는 Metallica는 스래쉬메탈을 해야 진정한 Metallica라는 이야기다. 메탈리카가 스래쉬메탈을 접은지 무려 25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처럼 팬들은 자신들 고집 앞에서 요지부동이다. 이것은 마치 환갑에 접어든 사람에게 10대의 인격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과거 Metallica는 현재 Metallica와 비교하는 데서 그쳐야지 지금 Metallica에게 자꾸 그때 Metallica가 돼라고 요구하는 것은 궤변이다. 『Kill’em All』이 좋으면 해당 앨범을 찾아 들으면 되는 것이다. Metallica가 계속 『Kill’em All』을 만들어낼 의무는 없다. 그럴 의지도 없을 뿐더러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대중은 계속 그 시절 Metallica와 오늘날 Metallica를 겹치고 실망하고 비판하기 바쁘다. 한 번만이라도 작품 자체에 몰입해 그 작품을 이해한 뒤 과거 작품들과 비교 분석을 하더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비평에 절대기준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적어도 건전한 비평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이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을 아주 만족스럽게 들었다. 거기엔 미래의 Metallica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Metallica의 과거와 현재가 이상적으로 어울리고 있었다. 아름다울 정도로 말이다.


  • Credit
  • [Member]
    James Hetfield : Lead vocals, Rhythm Guitar
    Kirk Hammett : Lead Guitar
    Robert Trujillo : Bass, Backing Vocals
    Lars Ulrich : Drums

    [Staff]
    Recorded by Greg Fidelman
    Mixed by Greg Fidelman
    Produced by Greg Fidelman, James Hetfield, Lars Ulrich
Track List
  • 01. Hardwired
  • 02. Atlas, Rise!
  • 03. Now That We're Dead
  • 04. Moth Into Flame
  • 05. Dream No More
  • 06. Halo On Fire
  • 07. Confusion
  • 08. ManUNkind
  • 09. Here Comes Revenge
  • 10. Am I Savage?
  • 11. Murder One
  • 12. Split Out The Bone
태그 | Metallica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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