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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84-2] 구구단 「The Boots」

구구단 『Act.4 : Cait Sith』
by. 음악취향Y | 2018.02.12
음악취향Y | 2018.02.12

[김성환] 구구단은 《Produce 101》(2016)에 출전했던 세정, 미나, 나영을 주축으로 2016년 데뷔했다. 현재까지 발표한 세 장의 미니앨범과 타이틀곡에서는 이 그룹의 정체성이 계속 '실험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이름이 먼저 알려진 멤버들의 유명세를 믿고 너무 급하게 출발한 게 아니냐는 비판들이 초반엔 설득력이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꾸준히 해외 작곡가들의 곡들을 받아들이면서 가졌던 실험이 「The Boots」에서 드디어 안정화 단계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나인뮤지스가 데뷔작에서 애매한 옷을 입고 힘겨워했다가 「Figaro」(2011)에서 스윗튠과 만난 후에야 그룹 이미지의 정체성이 나름대로 살아나기 시작한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다. 80~90년대식 신시사이저 톤의 배치를 기반으로 한 댄스 팝인 이 트랙은 보컬 밸런스 면에서도 준수한 톤의 조화를 이뤄내고 있으며, 사운드의 구성 면에서도 레트로와 세련됨의 균형 감각을 잘 지켰다. 이런 수준의 곡들만 앞으로 계속 내놓는다면 그들의 걸그룹 씬에서의 위상은 단순히 팬덤의 열성을 넘어 확실히 탄탄해질 수 있을 거라 본다. ★★★☆

 

[김용민] 구구단이 「The Boots」까지 오게 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팀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컨셉 메이킹에 몰두하다보니, 해당 컨셉 선발주자들에 치이거나 핫한 그룹들의 돌풍에 휩쓸려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The Boots」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무난하다. 그간 청순, 발랄, 섹시 등등의 분류와는 별개로 대중들이 평균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기승전결과 멜로디 톤에 가장 적합한 모습이다. 흔히 성공적인 섹시 컨셉 사례로 들수 있는 걸그룹의 노래가 몇 개 있다. 시크릿의 「Magic」(2010), 걸스데이의 「기대해」(2013), 에이오에이의 「짧은 치마」(2014) 등은 이전 컨셉을 반전시키는 섹시 스타일로 히트한 사례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감각적인 비트와 리드미컬한 구성을 포함하고 있는 곡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The Boots」는 이러한 전철을 충실히 밟고 있다.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트에 녹아드는 훅의 보컬은 그간의 안간힘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들려준다. 어느 한 부분을 딱 꼬집어 언급하기 보다는 토대 자체가 탄탄하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강하지도 않다. 그나마 휘슬을 제외하고는, 자잘한 이펙트들마저 프리셋처럼 한때 유행했던 비트들의 클리셰들이 정직하게 묻어있다.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한번 듣고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요소들이 많다. 멤버들은 이 곡을 잘 소화했지만 워낙 뼈대가 정확하게 지어져서, 아마 다른 걸 그룹이 소화했어도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궁여지책의 느낌이 나서 조금 안쓰럽기도 한 결과물. ★★☆

 

[박병운] 『인어공주』부터 『장화 신은 고양이』까지 익숙한 코드들을 빌려오는 방식은 데뷔반부터 일관스러운데, 정작 곡을 뜯어보면 보도자료의 설명과 달리 무슨 이야기인지 갸우뚱할 때가 유독 많았던 팀. (이번 뮤직비디오를 보고 『장화 신은 고양이』보단 차라리 『분홍신』 모티브를 더 느낀 듯하다.) 부합하는 컨셉이나 맞는 비주얼을 찾아 헤매는 방황의 과정은 여전한데, 설마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다 가장 반응이 제일 좋은 쪽을 발견한다면 Mk-II, Mk-III... 이렇게 양산과 새로운 방황을 하겠다는 건 아니시겠지요. 곡은 데뷔 당시의 위축된 태도로 발랄함을 재현하려는 안쓰러운 오기 대신 적절한 박력과 군무로 내외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런 변화의 일면에 대해 아무렇게나 ‘걸크러쉬’라고 명명하는 게으름은 여느 기획사의 사정들과 마찬가지인 듯. ★★☆

 

[유성은] 충격적인 전작들, 「나같은 애」(2017)와 「Chococo」(2017)의 악몽은 잠시 잊어도 된다. 특히 후렴구의 디테일한 마이너 멜로디 전개가 최근 들은 여성 아이돌팀의 노래들 중에 가장 좋다. 세정이나 미나가 방송에서 보여주던 털털하고 발랄한 이미지들이 곡의 우아한 분위기와 대비되어 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비로소 그룹의 컨셉에 어울리는 좋은 곡이 타이틀곡으로 결정되었다. 여전히 구분되지 않는 멤버들의 목소리, 곡 전체를 수놓는 집요한 휘파람소리의 필요성과 "Speak Up, Speed Up"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고음이 뻔하지만 곡의 매력을 모두 가릴만큼은 아니다. 일견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2009)와 「The Boys」(2011)의 기시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소녀시대에서 자유로울 여자아이돌 그룹이 과연 누가 있을까. 아이오아이 출신 그룹의 네번째 도전이 어떤 성과를 거둘것인지. 일단 패는 던져졌다. ★★★

 

Track List
  • 01. The Boots L제이큐, 몰라 CErik Lidbom, 멜로디자인 AErik Lidbom
태그 | 싱글아웃,구구단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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