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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181-5] 화지 「나 빼」

화지 『WASD』
by. 음악취향Y | 2018.01.22
음악취향Y | 2018.01.22

[김병우] 적에게 너무 분노하는 사람이 내뱉는 말은 일단 신뢰가 가지 않는다. 종래에는 그 사람이 적의 얼굴을 하며 나타나기 때문이다. 너무 증오하면 닮는다. 화지의 화가 정당한 것은 그의 증오가 알맞기 때문이다. 그는 적에 대해 생각할 여유와 품을 지녔다. 그렇게 역지사지를 생각하고 관조하며 되새긴다. 마치 자신은 괴물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읽혔다. 싱글을 듣고 나서 화지라는 사람을 생각해보았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경계의 바깥을 나가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원래 음악이란 그런 게 아니던가. 가끔 개척자들이 내다보는 세상이 궁금할 때가 있다. 화지가 담장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어떤 빛을 향해 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늘을 넘어, 빛 속으로. ★★★★

 

[김정원] 방관하고 관조했지만, 결코 오만함과 거만함은 없다. 「나 빼」에서 화지가 뱉는 언어는 그저 정당하다. 그 속에는 한 만큼 얻고, 얻은 만큼 누리는 아주 합리적인 삶의 방식이 내재하여 있다. 다만, 진정성 혹은 돈을 향한 집착이 곁들여진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방식에 회의감을 표할 뿐이다. 화지는 근 몇 년 간 일어난 씬의 생태계 교란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기보다는 자신을 무리에서 배제되길 원하기만 한다. 자칫 소극적으로 보여 옹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늘 그렇듯 하나의 글로서도 완결성 있게 쓰인 섬세한 그의 가사가 이 같은 감상을 막는다.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오넛이 참여한 리듬과 멜로디는 어반하게 까딱거리고, 게임이란 비유 대상은 좋은 테두리가 되어주니 소리적 속성과 메시지적 속성도 잘 들어맞는다. 어떤 아티스트든 항상 힘을 풀었을 때 제일 자연스러운 멋이 나오는 것 같다. ★★★★

 

[박관익] 무거운 비트와 둔탁한 베이스톤, 낮게 깔리는 리드소리, 랩의 리듬적인 테크닉보단 가사에 집중된 스타일의 힙합 곡으로 Notorious BIG, NAS로 대표 되는 90년대 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래도 힙합은 듣다보면 가사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데, 한국 힙합씬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 자본에 대한 회의감등의 무거운 이야기를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전했기 때문에 강렬하게 인상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의 컨트롤 부를 뜻하는, 이 앨범의 타이틀 이기도한 WASD키를 가지고 비유 한 것 또한 재치 있다. 이 곡의 많은 요소들이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오랜만에 ‘힙’하지 않은 힙합을 만나서 기쁘다. ★★★★

 

[정병욱] 래핑, 가사, 주제의식, 태도, 무드. 어느 한 가지만 두고 얘기하자면 화지는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급한 요소들의 교집합에는 오로지 화지만 존재함이 분명하다. 그만큼 독보적인 개성과 주관, 실력으로 뭉친 화지이기에 매번 같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을 것 같음에도 늘 화지의 신보는 같은 기준으로 신선하고 기껍다. 「나 빼」 역시 여유로운 비트, 그에 비스듬히 타고 오르내리는 래핑이 일전의 화지를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영소울과 오넛의 비트는 화지가 추임새를 넣으며 등장하는 인트로부터 귀를 사로잡을만치 재밌으면서도 잘 정제되어 있으며, 훅은 특유의 여유로운 그루브를 발생시키며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사한다. 매 앨범 달리 하는 주제의식 외의 변화라면 이전 정규작업보다 유독 힘을 뺀 사운드와 독기가 보다 편안한 무드를 선사한다는 점인데, 이는 음조의 변화가 적은 화지의 랩 스타일에 비추어 봤을 때 도리어 한 곡이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스스로 좁히는 한계가 될 수도, 언제나처럼 냉소적인 그의 태도를 생각했을 때는 주제와 엇박을 치는 관성적인 브랜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을 남긴다. ★★★

 

Track List
  • 01. 나 빼 L화지 C영소울, 오넛, 화지 A영소울, 오넛
태그 | 싱글아웃,화지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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