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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96-3] 정새난슬 「오르막길」

정새난슬 『다 큰 여자』
by. 음악취향Y | 2016.05.23
음악취향Y | 2016.05.23

[박병운] 관조를 부르는 가사, 맑은 톤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듯한 피아노, 숨 가쁜 박동을 저편에서 묘사하는 드럼, 무엇보다 옛 된 분위기의 편곡은 『겨레의 노래1』(1990) 시대에서 소환된 현재를 보는 기분이다. 여기에 정새난슬의 목소리는 공교롭게 유전학적 언급의 실례를 감히 범하게도 한다. 박은옥의 목소리에 느껴지는 성령 같은 경지에 닿을라치면, 정태춘의 녹녹한 이끼투성이 나뭇결 같은 질감이 끼어든다. 그게 오히려 균형을 만드는 듯하다. 게다가 그 균형은 최근 몇 년 사이 의미 있는 성취를 보여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지도 위에 하나의 구획을 추가한다. 구획 위에 누군가 교집합 표시를 할 엄두를 못 낼 정도. ★★★★

 

[정병욱] 뒤늦게 음악인으로서 당당히 선 정새난슬의 이번 앨범은, 『다 큰 여자』라는 앨범 타이틀만으로 자연스레 이면의 컨텍스트를 생각해보게 된다.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지난 어려웠던 시간과 아버지 정태춘·어머니 박은옥 이름의 무게가 담겼을 '컸다'라는 단어, 이 모두를 압축해내는 '다(all)'라는 부사는, 곡마다 4분여로 함축한 그의 인생에 러닝타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준다. 직설적인 멜로디를 꾸며내는 다채로운 악기의 표현, 언어와 비언어 사이를 맴도는 시적인 가사와 입체적인 사운드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녀의 이명(異名)을 떠올리게 한다. 「오르막길」은 이미 함축된 정체성으로서의 ‘다 큰 여자’의 삶을 짧고 단순한 은유로 풀어낸다. 건반의 재촉과 드럼의 크레셴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힘들이지 않고 달려가 마주하는 ‘지난 친구’와 ‘너의 얼굴’과 ‘나의 내일’은, 구차한 부언 없이도 앨범 내 가장 솔직한 무게와 희망을 들려줘, 노래의 정서와 함께 달리게 해주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특정 장르의 어법에 얽매이지 않는 정새난슬의 보컬이, 프레이즈마다 그에 어울리는 차분하고도 신비로운 색깔로 짧은 감상에도 잊히지 않을 긴 여운을 남겨낸다. ★★★

 

[차유정] 노래한다기 보다는 짧은 문장을 높은 음으로 속삭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있는데 어딘가 무거운 일상을 게슴츠레 한 눈으로 돌아보고 있다. '내가 여기 있다'는 선언의 단어로 체워지는 노래가 얼마나 지겨우며 무거운 힘을 동반하는지 이미 그녀는 눈치 채버린 듯하고, 전혀 그렇게 살 필요가 없음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것이든 나의 선택이며 그것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자유로울수 있다는, 그래서 가볍고도 피로하지 않은 메시지가 노래를 좀더 상큼하고도 우아하게 떠받친다. ★★★★

 

Track List
  • 03. 오르막길 L정새난슬 C정새난슬 A정새난슬, 정태춘
태그 | 싱글아웃,정새난슬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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