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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85-4] 실리카겔 「두개의 달」

실리카겔 (Silicagel) 『두개의 달』
by. 음악취향Y | 2016.03.07
음악취향Y | 2016.03.07

[김병우] 실리카겔은 DJ의 마음을 품은 밴드다. 그리고 그들의 장점은 능글맞다는 데에 있다. 능글맞다는 것은 그들이 뻔뻔하다는 점을 의미하고 실제로 그들은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의 음악을 이리저리 드러내고도 시치미를 뚝 뗀다. 견고한 구조물이 밑바탕 되었기에, 사운드가 얄팍하다고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베이스와 드럼의 합이 바로 그 견고한 구조물의 정체이다. 베이스와 드럼의 사운드가 소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난잡하게 흘러갈 수 있는 곡을 비교적 안정되게 잡았다. 4분 무렵의 하강부에서 들리는 신디사이저마저 촌스럽지 않게 들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름 확장된 결과물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들은 생각보다 비범하다. 너울 너울대다가 그렇게 한순간에 날아간다. (이 곡을 듣고 나는 실리카겔이 붕가붕가레코드로 간 이유를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을 듯 싶었다. 나레이션을 곡 전면에 놓는 이런 방식이야말로 이 레이블의 초창기 음반서부터 등장했던 방식이 아니던가.) 그러나 갈 때까지 가보지 못하고 그만 수렴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집중력으로 조금만 더 곡의 ‘썰’을 푼다면, 이들의 가능성도 보다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그런 공력이 충분히 있는 팀이니까. ★★★

 

[박병운] 이런 류의 이상한 노래 계보는 패닉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1996) 같은 전례에서 소급해야 하는 걸까. 불안함과 불편함을 조성하는 이야기가 나레이션으로 서술되고, 낡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주는 깊어지다 어느 순간 ‘달 이야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계를 뚫고 은하계 안에서 뱅글뱅글 돈다. 소위 요즘 ‘가장 핫하다’라는 밴드가 시의적절하게 '현재 시점 우리는 이렇다'는 걸 증명하며 내놓은 곡. ★★★★

 

[박상준] 최고의 신인 중 하나인 실리카겔의 미션은, Vjing이 없으면 시시할 것이라는 소수의 편견을 확실한 스튜디오 음원으로 떨쳐내는 것, 라이브에서의 압도적인 면모를 레코딩으로 과시하는 것이었을 테다. 결론을 말하자면, 6분의 대곡에서 그들은 이를 기꺼이 완수했다. 다소 정적인 김민수와 더없이 아름다웠던 김한주 말고도 구경모라는 또 다른 걸출한 송라이터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다. 프로그레시브부터 신스팝, 비트뮤직의 영향까지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의 연속이 주는 감흥. 이들이 차지한 독보적인 위치는 신인이 쥘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숭고하다. 희소성을 끌어안는 역량, 캐도 캐도 끝이 없는 밴드의 눈부신 재산. 최고다. ★★★★

 

[조일동] 그루브 가득한 베이스 연주가 튼실하게 6분을 견인한다. 내레이션 파트에서 연주로 방점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베이스가 신디사이저와 기타, 여타 FX를 모두 끌고 간다. 그래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루브로 곡 전체가 완성된다. 하이햇과 탐탐, 카우벨, 심벌을 능란하게 가지고 놀면서 장난기까지 가득한 드럼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베이스의 그루브에 찰기를 더해준다. 덕분에 잠깐씩 치고 들어오는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여러 악기의 개입이 흥미롭고 풍성한 소리 잔치로 승화될 수 있었다. 데뷔 S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2015)에서 보여주던 큰 가능성 / 과한 어깨의 힘이 아주 짓궂고 유연하게 폭발한 모양새다. 꾼들이 노는 모습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고 즐겁다. ★★★★☆

 

Track List
  • 01. 두개의 달 L구경모 C구경모 A구경모
태그 | 싱글아웃,실리카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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