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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Out #59-3] 이센스 「The Anecdote」

이센스 (E-Sens) 『The Anecdote』
by. 음악취향Y | 2015.09.07
음악취향Y | 2015.09.07

[김병우] 이센스는 우리가 한국 힙합이라고 생각했던 영역 밖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생채적인 플로우를 구사하는 랩퍼 중 한 명이다. 이 곡에서도 그런 그의 장기가 드러난다. 비트를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는 플로우와 응축된 신디 음으로만 전개되던 사운드가 빗나가다 맞아 떨어지고 다시 빗나가는 순환을 이루고 있다. 그의 곡에서 구성을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자기의 랩을 자유로이 펼칠 따름이다. 그렇게 맘대로 하는 것 같이 보여도, 특유의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면모들이 자연스럽다. 순전히 이센스의 목소리만으로 이룰 수 있는 풍경이다. 이 곡은 이센스 눌변의 승리다. 단언하건대, 근 몇 년간 한국 힙합계에서 이보다도 절실하게 자신을 들여다 본 곡은 없었다. ★★★★★

 

[김성환] 비록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자신의 앨범 발매를 감옥에서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이번 정규 솔로작을 통해서 슈프림 팀 이전에 보였던 재기와 듀오 이후 간헐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했던 곡들에서의 그 날카로움이 그의 랩퍼로서의 본색이었음을, 그의 라임 메이커로서의 재능은 진정 홀로 섰을 때 제대로 빛이 남을 확인하게 해준다. 자신의 가족과 어린 시절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곡의 랩 서사는 각운으로 라임을 억지로 맞추려는 뻔한 방식을 취하지 않아도 리듬과 자연스레 일치를 이루는 잘 조직된 플로우와 진정성 있는 랩 속의 감정 표현과 서술이 훌륭한 랩 가사의 필수 조건임을 발견하게 한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는 또 다른 의미로 힙합 팬들을 넘어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올해의 랩 트랙이다. ★★★★

 

[김정원] 앨범 제목이자 트랙 제목이 ‘일화’를 뜻하는 만큼 이 트랙과 이센스의 이번 앨범은 모두 지극히 개인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앨범의 중반부를 차지하는 서사가 래퍼가 된 이후 이센스의 삶이라면 이 곡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특히나 더 개인적이다. 사실 화자 자신만이 자세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기에 청자들은 앨범, 특히 이 트랙에서 불친절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센스는 래퍼가 된 이후의 삶을 다루든, 가족에 관한 기억을 다루든 말투만 불친절할 뿐이지, 꽤나 친절하게 자신의 생각, 감정, 서사를 설명해낸다. 「The Anecdote」의 경우에는 가사의 디테일함이 더욱 돋보여 확고한 흡인력을 갖춘다. 드럼 파트보다는 공간감 있는 피아노 파트 위주로 점철된 채로 엄숙함, 비장함, 침울함을 뽐내는 곡의 분위기는 이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이 트랙 전까지의 구성이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고 익숙하다고도 할 수 있는 통시적 구성을 띠던 걸 단숨에 전복시킴으로써 생성되는 카타르시스 역시 왜 이 곡이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

 

[박병운] 차디찬 사운드 프로덕션은 한 래퍼의 개인사 나열을 바삭 마른 입으로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족의 상실이라는 무게감은 이 음악인에게 전환점을 선사한 듯하고, 한정판에 삽입되어 실렸다는 다이얼로그는 아마도 곡의 서사가 가진 비극성과 음반의 주요한 테마를 강조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눌린듯한, 그러나 정확히 청자에게 전달되는 이센스의 가사는 담담한 화자의 태도와 맞물려 곡을 더욱 시리고 매서운 돌팔매로 만든다. ★★★☆

 

[차유정] 자신을 돌아보는데 가족 이야기만큼 강력한건 없다. 이센스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가족사를 고백한다. 한동안 자아도취와 끝없는 허세, 자기 파멸적 시선에 빠져있었던 힙합에 대해, '너희들은 지치지도 않냐 한박자 쉬고 가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약한 듯 하지만 오히려 더 날카로운 시선이 빛난다. 열패감을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안간의 고백이라고 봐도 좋겠다 ★★★★

 

Track List
  • 07. The Anecdote L이센스 CObi AObi
태그 | 싱글아웃,이센스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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