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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앨범  6위

박지하 『Communion』

by. 박상준 | 2016.12.29
박상준 | 2016.12.29

바야흐로 생존의 시대다. 장난처럼 “생존이 목표입니다”라고, 되도 않은 캐치프라이즈인 마냥 떠벌리고 다녔는데 재작년을 기점으로 진짜가 됐다. 시작을 이렇게 썼지만 정말로 노트에 적어두었다. “음악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사라질 수 없다면 어떻게 기능할까?”라고.


올해 이 질문의 대답을 기대한 것보다 많이 얻었다. 우연이라기엔 장렬했다. 두번째달의 판소리 프로젝트가 가장 압권이었고 타니모션이 설계한 밴드세션 구성의 설득력과 팝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노래들의 창창함이 너무 좋아 온 사방에 '이게 진짜'라 말하고 다녔다. 이뿐이 아니다. 재즈, 헤비니스에 이르기까지 경계와 전통과 고착 없이 새로운 조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국악기의 등장이 크로스오버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는 예전의 시부야 케이처럼 막 쓰이는 말이 됐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단어와 시각이 필요하다. 단어는 우선 차치하기로 하자. 박지하가 연주한 피리, 양금, 생황의 소리는 국악을 숭앙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Communion』의 세련되고 산뜻한 연주는 충분히 성공적이라 판단할만하다. 이를테면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이 그렇다. 라운지의 배경음악 마냥 부드럽게 귀에 남는다. 살롱드오수경이 떠오를만치 생황은 아코디언처럼 이국의 (것이라고 느끼는) 정서를 끌어내고, 비브라폰은 앞서 말한 라운지 트랙을 재차 상기시킨다. 여기서 포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이미 여타 장르에서 고정적인 역할로 인식되어 있던 악기들이 전혀 다른 선율에 가담하며 벌어지는 묘한 착각의 향연들이다. '이게 어떤 음악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그러나 곧 그 환한 기운 앞에 마주 앉게 된다.


앨범은 「All Soul's Day」처럼 그루브를 안기면서도 익숙한 재즈의 리듬과 변주에 자연스럽게 양금을 끼워넣는다. 「사랑」이 그렇듯 김오키의 늘 그렇듯 짜릿하고 선명한 연주가 힘을 실으며 이것이 재즈라고 웅변한다. 그 찰나에 매료되었다. 설득력에 탄복했다. 이런 음악을 기다려왔다.


이것이 최초나 선구자라는 건 절대 아니다. 이미 한정적인 소리가 싫어서 인도, 러시아, 베트남, 쿠바, 아일랜드로 떠났다가 돌아온 아티스트가 온 세계에, 특히 영미권 록스타들 중에도 꽤 있잖나. 콜라보와 프로젝트는 여전히 수두룩하며 진행 중이고 점차 결실을 얻고 있다. 잠비나이와 The NEQ가 보여준 포스트록과 재즈, 악기에 앞서 장르로 남는 장면들. 박지하는 내가 목격할 수 있었던 이 근사한 흐름의 연장선이자 두번째달, 타니모션과는 다른 접근 방식의 성공적인 안착이었다.


음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류에서 밀려나더라도, 씬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도, 소스 혹은 그저 재료로 전락하여 정신과 이념을 상실하더라도 괜찮은 걸까? 그 음악을 사랑하는 누군가에 의해 빈자리는 또 다시 채워지는 걸까. 그리고 악기는 새로운 자리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모습으로 살아 있는 걸까.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된다면 그이는 여전히 똑같은 바로 그것일까. 박지하는 이 질문에 반쯤 해답을 제시한다. 남은 반쯤은 또 누구들이 언제 알려줄까. 진실은 시간의 딸이라는데 미학도, 음악도 과연 그렇다면 좋겠다.

  • Credit
  • Recorded by 강호식, 지한결 @ 플라이투더문스튜디오
    Mixing & Mastering by 강호식
    피리, 생황, 양금, 노래 : 박지하
    색소폰, 베이스클라리넷 : 김오키
    비브라폰 : John Bell
    Percussion : 강택현
Track List
  • 01. 밤을 도와... C박지하 A박지하
  • 02. 시간을 축적 C박지하 A박지하
  • 03. Communion C박지하 A박지하
  • 04. 달에게서 전해 들은 소리 C박지하 A박지하
  • 05.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C박지하 A박지하
  • 06. All Souls' Day C박지하 A박지하
  • 07. 사랑 L김수영 C박지하 A박지하
  • 08. 마주 앉은 첫 마음 : With Sax. Version C박지하 A박지하
태그 | 2016,앨범,박지하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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