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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nica 20  4위

캐스커 (Casker) 『철갑혹성』

by. 김윤하 | 2008.07.22
김윤하 | 2008.07.22

캐스커는 음악적인 면과 대중적인 면 모두에서 적절한 성공을 거둔 대한민국의 흔치 않은 전자음악 뮤지션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부턴가 데뷔 앨범 『철갑혹성』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철갑혹성』은 발매 당시 조용히 묻혔고, 캐스커 자신조차 ‘애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철갑혹성』을 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앨범 이후 쏟아진 -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린 ‘샤방한’ 전자음악들의 첫 돌을 놓은 작품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미미했던 홍보 탓에 시간이 지난 뒤 입소문으로 제자리를 찾은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시간을 거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캐스커만의 ‘메마른 감성’의 힘이다. 앨범 안에는 시부야케이, 라운지, 보사노바 등 살가운 장르의 음악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하나, 쓸쓸한 감정의 소용돌이다. 한국 전자음악 씬의 태동기부터 꾸준히 쌓아온 캐스커의 차분하면서도 정제된 손놀림 아래 우리 모두가 우주의 미아가 된 듯 한 기분을 맛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DJ들이 플로어 위의 희열로 우리의 정신을 놓게 만든다면, 캐스커의 음악은 각자의 방 안에서 쓸쓸함으로 정신을 놓게 만든 달까. 덕분에 『철갑혹성』은 단순히 트렌드를 쫓거나 최신 기술만을 뽐내는 다른 앨범들보다 더 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아픔과 외로움이 섬세하고 매혹적인 비트와 멜로디에 얹힌 묘한 매력의 한 장이다.

Track List
  • 01. Cross The Roads
  • 02. 8월의 일요일들
  • 03. 1103
  • 04. Nowhere
  • 05. Luna
  • 06. Skip
  • 07. 철갑혹성
  • 08. Discoid
  • 09. Complex Walkin
  • 10. Alice
  • 11. Vague
  • 12. Discoid : Astro Bits Remix
  • 13. 8월의 일요일들 : Soul Nu Eva Remix
  • 14. 47
태그 | Electronica,Best,캐스커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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