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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iness 50+5  3위

블랙홀 (Black Hole) 『Made In Korea』

by. 조일동 | 2010.04.30
조일동 | 2010.04.30

『Made in Korea』은 밴드 블랙홀이 이 시대와 삶에 대해 그들의 화법과 감성으로 던지는 일갈이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서곡」과 「공생관계」만 듣더라도 이미 블랙홀의 감성이 그 어떤 이성보다 서늘한 시선을 경주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나아가 「1:4의 갈등」, 「마지막 일기」, 「고란초의 독백」을 지날 즈음이면 그 어떤 감성보다 뜨겁고 선뜩한 우리의 현실과 대면하게 만든다.


앨범에는 어설픈 국악기 흉내도, 지역불명의 민요조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상균의 목소리마저 비음과 두성을 적절히 섞은 개성 넘치는 날선 헤비메탈 보컬의 그것일 뿐이다. 하지만 검붉은 남도의 황토를 닮은 가사와 연주를 만나 역사에 짓눌린 사람들의 피 끊는 정서가 된다. 시종일관 묵직하게 드럼을 내리 찍는 김응윤의 손과 발은 고름으로 가득한 이 나라의 역사를 닮는다. 정병희가 튕기는 네 줄의 뭉텅한 울림은 차별과 굴곡으로 가득한 이 땅에서 목소리를 잃은 이들의 삶이 된다. 구슬프고 아름다운 기타 솔로를 자르고 나오는 뚝뚝 떨어지는 E코드의 리프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일그러진 공화국의 현실이다.


이것은 항거가 아니라, 한숨 소리 한 번 제대로 낼 수 없던 사람들의 잃어버린 울음인지도 모르겠다. 한 인터뷰에서 대학 축제 무대 뒤에서 안치환과 조우할 때마다, 음악을 열심히 하는 사람 사이의 진심이 담긴 인사를 나눈다던 블랙홀. 그들의 인사에는 질곡의 시대를 증언해 온 음악꾼의 동지애가 숨어있으리라. 이 앨범은 언제나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차별을 강요해온 시대에 순순히 무릎 꿇지 않으리란 생존자의 무거운(헤비한) 다짐이다.

Track List
  • 01. 서곡
  • 02. 공생관계
  • 03. 잠들지 않는 그리움
  • 04. 1:4의 갈등
  • 05. 평양으로 보낸 Love Letter
  • 06. 마지막 일기
  • 07. 고란초의 독백
  • 08. 잊혀진 전쟁
  • 09. 널 보내고
태그 | Heaviness,Best,블랙홀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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