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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s Best 80  50위

산울림 『9집』

by. 윤호준 | 2012.03.29
윤호준 | 2012.03.29

한번 가정해보자. 1, 2, 3집이 없다면 산울림은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스크롤을 아래로 쭉 내려 보면 알겠지만 중기 작품에 속하는 7집과 9집만으로도 산울림은 80년대의 ‘갑’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 두 장의 상대적 저평가가 동시대의 다른 뛰어난 앨범들 때문일까?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두 장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오로지 70년대의 산울림일 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김창훈의 샤우팅이 작렬하는 (“말려 입어야지, 말려 입어야지, 말려 입어야지~~”) 「소낙비」가 헤비메탈의 산울림적 변용이며, 디스토션 기타가 기막히게 흘러가는 「TV도 끝났는데」가 The Stooges의 산울림적 변용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이 곡들이 1983년에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88년 즈음에도 한국의 숱한 밴드들은 외산 음악들과 똑같아지겠다며 영어로 악전고투했다. 산울림은 이미 5년 전에 해법을 내놓았는데 말이다. 다시 들어도, 몇 번을 들어도 9집은 경이롭다. 낮게 깔리는 기타 리프만으로 80점은 먹고 들어가는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는 곱고 높은 김창완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120점짜리가 된다. 김창완의 기타 리프는 어디서나 일품인데, 「빨간 신호등」에서는 둔중하며 「멀어져간 여자」에서는 카랑카랑하다. 「길엔 사람도 많네」에서는 기타가 들리는 위치까지 세심히 신경을 썼다.


삼형제의 야심이 가득한 9집은 간주에서 아트록을 시도한 「저기」, 훗날 신촌블루스가 리메이크한 「황혼」까지 허투루 넘길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 단, 7집처럼 히트하지 못한 까닭은 당최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Track List
  • 01. 웃는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L김창완 C김창완  
  • 02. 더, 더, 더 L김창완 C김창완  
  • 03. 소낙비 L김창훈 C김창훈  
  • 04. TV도 끝났는데 L김창완 C김창완  
  • 05. 빨간 신호등 L김창완 C김창훈  
  • 06. 황혼 L김창완 C김창완  
  • 07. 멀어져간 여자 L김창완 C김창완  
  • 08. 길엔 사람도 많네 L김창익 C김창익  
  • 09. 저기 L김창완 C김창완  
  • 10. 속도위반 L김창완 C김창훈  
  • 11. 쉬운 일 아니에요 L김창훈 C김창훈  
태그 | 80,Best,산울림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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