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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Best 100  9위

공일오비 『Big 5』

by. 김영대 | 2007.03.16
김영대 | 2007.03.16

90년대가 배출해 낸 또 한명의 천재는 바로 정석원이었다. 서태지와 마찬가지로 정석원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아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전달 방식은 매우 직선적이고 간결했기에 대중들의 이해범위의 바깥에 놓여 있지 않았다. 그의 작곡 방식과 편곡의 형태는 매우 독특하고도 미묘한 세련미를 숨기고 있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투박하고도 가벼웠는데 이는 전통적인 '대가'들의 접근법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어찌보면 그는 작가로서의 위엄에 무관심한 채  '훌륭한 음악'의 금기에 끊임없이 도전해 갔던 것이고, 그 출신성분이 불분명한 괴팍한 음악을 선보이는 015B의 태도는 평단의 엇갈린 평가를 이끌어 내곤 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한가지 사실은 정석원과 015B의 감각이 당시 대중들의 수준을 일정부분 리드하고 있었고, 이들의 새로운 사운드는 곧바로 당대의 '트렌드'로 이어져갔다는 것이다.


『Big 5』는 90년대 뉴웨이브의 선두주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던 015B가 가진 위상, 그리고 정석원의 유니크한 음악성을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앨범이다. 기계음이 범람하던 시절을 비웃듯 불쑥 내놓은 「슬픈 인연」의 처연한 복고주의와 「단발머리」를 가로질러대는 풍성한 음악적 아이디어, 「바보들의 세상」의 광기어린 테크닉은 이들의 스펙트럼과 깊이을 웅변한다. 상당 부분의 녹음과정을 개인 작업실로 끌고 내려온 시도는 몇년 후 본격화될 홈 레코딩의 흐름을 예고하고 있었으며,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을 통해 하우스테크노의 원형을 제공했던 이들이 다시금 제시한 것이 무한속도경쟁이나 지루한 샘플들의 클리셰가 아닌 사운드와 녹음방식의 다변화(「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와 룰을 파괴한 편곡의 독창성(「Netizen」)이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모든 것은 사운드를 통해 입증된다는 이들의 고유한 태도는 당대의 뮤지션들에게는 찾기 힘든 모습이었고, 오히려 2000년대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인디씬의 모던록/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과 그 음악적 성향이 닮아 있었다.

Track List
  • 01. 바보들의 세상 L정석원 C정석원  
  • 02. 슬픈 인연 L박건호 C김명곤  
  • 03. 마지막 사랑 L정석원 C정석원  
  • 04. 시간 L정석원 C정석원  
  • 05.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L정석원 C정석원  
  • 06. 단발머리 L박건호 C조용필  
  • 07.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L정석원 C정석원  
  • 08. Netizen L정석원 C정석원  
  • 09. 아직도 희망은 있어 L정석원 C정석원  
  • 10. 결혼 L정석원 C정석원  
태그 | Best100,공일오비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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