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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상반기 국내 음반들,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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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 2018년 12월 1일 ~ 2019년 5월 31일 발매작
- EP 및 정규반 무관 / 순위 무관
- 문장 재활용이 상당수 있습니다
 



룸306 vol.2 『겹』 (2018.12)
영기획 | 포크라노스



한글 가사를 만나 보다 더욱 명료해진 외로움의 기조가 공기 위를 짚는 일렉트로니카의 기류를 만나 뚜렷해졌다. (더욱더 흐릿해졌다?) 곡 여기저기에서 노래 잘 부르는 보컬 홍효진의 존재감은 중요하다. 흔히들 '관계'라고 부르는 서툰 상호 간의 손길을 묘사한 트랙들이 쓸쓸함을 배가시킨다. 교감보다는 체념조에 가까운 그만의 목소리에 실려 아슬아슬한 감정들은 부유하다 낙상한다. 아련하다.



엑스엑스엑스 vol.2 『Second Language』 (2019.02)
비스츠앤네이티브스 | 드림어스



전작으로 받은 전체적인 인상과는 다른 감상을 주는 첫 곡 「무뢰배」의 도입이 짧게 마무리되면, 「괜찮아」 등의 트랙들은 이 팀을 듣는 행위 자체를 실감하게 한다. 예술 운운과 씬을 바라보는 김심야의 공격적으로 날 선 태도는 여전하며, 여기에 「Language」, 「우아」 등에선 타 장르 애호가까지 귀를 당기는 프랭크의 역량은 이번에도 즐겁게 살아있다. 넘실거리는 반골리즘과 그늘진 호전적인 면모가 이 듀오의 이름을 매번 결산에 올리게 만든다.



로큰롤라디오 vol.2 『You've Never Had It So Good』 (2019.02)
자체제작 | 미러볼뮤직



낙관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성하는 그루브함과 역동의 흥이 주는 아이러니함이 진하게 스며든다. 속임수 같았던 첫 싱글 「The Mist」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스러운 수난이라는 궤, 그 단단한 근육의 힘이 느껴졌다. 첫 곡 「Here comes the sun」에서부터 남은 11개의 트랙까지의 행로를 기대를 품게 하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친 밴드는 「Danse Macabre」 등에 이르면 청자에게 지배력을 발휘하며 유능한 밴드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좋은 트랙들, 뚜렷한 목소리와 연주가 무게 있게 실린 음반.



노선택과소울소스 with 김율희 vol.2 『Version』 (2019.03)
동양표준음향사 | 소니뮤직



공기의 진폭과 휘청이는 연주를 뿜어내는 악기의 진동, 이야기 구전자의 김율희가 야기하는 파장까지 실감하게 하는 녹음은 여기저기 엉킨 경계를 와해하며 무채색을 채색으로 물들인다. 장르를 무위 상태로 해장시키고, 구성원들이 가질 이질감을 화합과 교란 사이에 녹여버리는 매혹이 수수께끼같이 시간을 채운다.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이야길 새겨듣게 만드는 실력 좋은 이들이 이렇게 규합하였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 Eyre Llew vol.Split 『Carrier』 (2019.03)
비라인레코즈 | 포크라노스



‘우리는’에서 ‘당신들까지’ 포용하게 되었고, 다큐멘터리였다면 끝까지 시청하고 관람하며 엔딩 크레딧의 여운까지 느꼈을 일이 생겼다. 포스트록이 언제나 청자의 상상의 영토를 확장하며 광야로 내몰곤 했지만 이곳엔 아득함보단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진심’ 또는, 아니 최소한 ‘거짓말이 아닌 감정’이 실감 나게 휘감고 있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비록 근 몇 년 사이의 가장 좋은 장르 음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음악이라는 매체가 주는 본질은 ‘감동’이란 것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우둔하게 단단히 굳어있던 부분을 일깨운 음반.



사자최우준 vol.3 『Saza』 (2019.04)
사자케이브 | 미러볼뮤직



한 남자가 자신의 욕망과 모순의 거짓말과 진실을 토로하며 9분여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이가 보고 싶다는 ‘연기’는 진실의 내면을 직시하는데 방해와 위장을 하는 모호함 그 자체를 말하는 듯도 하고, 직접적인 돕(Dope)에의 욕망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9분은 전혀 지겹지 않고, 록 출신의 혈통 피력에 이은 (네오)블루스 현직에 대한 확고함 그리고 완숙해진 사이키델리아 창조의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이 타이틀곡 「연기가 보고 싶다 : 금단」을 필두로 최우준의 음악은 천성적으로 유려한 가사엔 애초부터 재능 없음을 보여주며 실력과 완력으로 음반을 채운다. 솔직하고 까슬한 질감으로 수북하게.



게르다 vol.2 『Uprooted』 (2019.04)
자체제작 | 미러볼뮤직



창백한 피아노는 세상을 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교정할 수 없는 비통함과 장중함으로 청자를 누른다. 음반이 가진 컨셉과 스토리라인에 맞게 군인의 행렬을 닮은 드럼, 서늘한 신시사이저와 오케스트레이션은 앙상하게 세상을 구성하고, 기타는 인간들의 비명처럼 메마르게 울부짖는다. 포프엑스포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단테와 밀턴이 만든 종교 서사시의 웅장함을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절규하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암울하게 들려주는 듯한 그 광경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닮았다면 게르다의 음악은 영상자료원 상영작 라인업을 닮았다. 이상한 비교에 대한 양해를 바란다. 3부작 구성의 음반 컨셉과 스토리라인 안에서 이어지는 비극의 풍경, 암흑 안에서의 인간성이라는 것의 의지와 그 종막이 장중하게 기다리고 있다. 풍경과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음반.



황소윤 vol.1 『So!YoON!』 (2019.05)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붕가붕가레코드 | 카카오엠



나를 비롯해 황소윤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장르상으로) 떠올리는 인상이 있을 터인데, 그 인상을 지배하는 주된 장력은 아무래도 밴드 새소년에 관한 것일 테다. 이를 가볍게 배신하며 들려지는 R&B 사운드와 재키와이의 협연 등은 어쨌거나 일차적으로 ‘근사하다!’라는 인상을 준다. Patricia Piccinini의 작품을 커버로 내건 파격(?)에서부터 – 이 글을 쓰는 이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애호를 또 한 번 자극해버린... - 그 스스로 이종(異種)을 자인한 자세로 내비치며, 숱한 피처링에 자칫 함몰될 위기조차도 포용과 확장의 가능성으로 대체하는 듯하다. 이런 기세라면 함몰은커녕 이 이종의 영향력과 확장 가능성에 설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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