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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니네 #15] “꿈의 팝송”을 함께 만들었던 스무명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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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언니네이발관을 관통했던 이석원, 마지막 15년을 함께 했던 이능룡과 전대정 외에도, 그들을 감싸던 조력자들이 있었다. 물론, 역사의 길이에 비해 단촐한 리스트이긴 하지만, 그들이 없이 언니네이발관의 22년 역사를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은퇴선언이 발표된 지금, 언니네이발관의 가계도와 함께 스무명의 조력자가 지닌 면면과 그들의 자취를 살펴보기로 하자. (언급된 밴드 또는 음반들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놓치지 않고 들어볼만한 작품들이 많으니, 찾아서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편집자註. 이미지를 클릭하면 전체 계보도가 펼쳐집니다. 왼쪽은 참여 뮤지션, 오른쪽은 정식 멤버들의 활동입니다.)



01. 이상문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윤병주와 함께 공동 프로듀싱했고, 『후일담』에는 베이시스트로 참여한 언니네이발관의 ‘정신적 지주’. 초기 언니네이발관의 음악적 방향성을 잡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으나, 2003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이듬해 발표한 네 번째 정규음반 『순간을 믿어요』를 통해 언니네이발관은 그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았으며, 마지막 곡 「천국의 나날들」로 추모의 뜻을 새겼다. 이석원의 인터뷰와 기고에는 항상 이상문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02. 윤병주


한국 대중음악계의 역대급 충격을 안겨줬던 노이즈가든의 핵심이며, 현 시점 한국 최고의 밴드 중 하나인 로다운30을 이끄는 기타리스트이자, 언니네이발관의 데뷔작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이끌어낸 ‘프로듀서’. 윤병주와 이석원은 ‘옆 레코드 가게의 친한 형’으로 만나, 하이텔 메탈동호회 내 소모임인 모소모(모던록소모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앨범을 준비하던 이석원에게 석기시대레코드를 소개시켜주기도 하였으며, 초기 음반 및 공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하였다.



03. 정바비 (정대욱)


초창기 언니네이발관의 사운드를 확립한 주역이자, 한국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 중 1인. 이석원은 여러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정대욱을 ‘천재’라고 표현했다. 정대욱은 다른 인터뷰에서 언니네이발관을 거치면서 자신의 노선이 ‘자연스럽게 창작의 방향으로 설정된 부분은 있다’고 회고했다. 『후일담』을 끝으로 언니네이발관을 탈퇴했고, 이후 볼빨간과 의기투합하여 줄리아하트로 감성적인 모던록을 선보였고, 컨트리를 구사하며 ‘가장 자연인 정바비의 모습에 가깝다’고 자평한 바비빌, 계피와 함께 서늘한 어쿠스틱 음악을 연주하는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다.



04. 데이트리퍼 (류한길)


언니네이발관의 결성 과정에 얽힌 스토리는 마치 베스트셀러 드라마처럼 소상히 알려져 있는데, 그 중심에는 ‘기타를 치지 못하는 리더’ 이석원과 ‘키보드를 치지 못하는 키보디스트’ 류한길이 자리한다. 그랬던 그가 노이즈에 기반한 전자음악으로 라이브셋을 시도하며 한국 1세대 전자음악씬을 주도했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것은 기억해둘만 하다. (데뷔반 『수집가』(2001)를 들어보도록 하자.) 미술을 전공하기도 한 그는 『후일담』에서는 아트워크를 담당했고, 『꿈의 팝송』에서는 아트워크와 함께 공동 작편곡에 참여했다. 이석원은 그를 두고 ‘이발관에 있어 용병과 같은 존재’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자음악을 넘어 사운드 아트를 시도하는 프로젝트그룹 에이타이피스트(A. Typist)의 멤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05. 김반장 (유철상)


훵크, 소울, 레게, 덥을 넘나들며 에너지 넘치는 그루브를 들려주고 있는 드러머. 언니네이발관에 참여할 당시에는 ‘단지 팔이 길어서’ 드럼을 맡게 되었다는 도시전설이 있으며, 「푸훗」뮤직비디오를 보면 주인공을 맡고 있는 풋풋한 김반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에 따르면 ‘밴드를 하던 중에 흑인음악에 빠져’ 자연스럽게 탈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둠의 경로로만 떠돌던 『Estrogenic Vibe』(1999)의 바이닐, 공전의 히트를 친 「Think About’ Chu」(2003)의 아소토유니온을 거쳐 자신의 색깔을 강화시킨 윈디시티와 덥을 집중적으로 구사한 아이앤아이장단에 적을 두고 있다.



06. 류기덕


1집의 베이시스트. PC통신 하이텔 메탈동의 시삽을 했던 인연으로 언니네이발관에 합류했다. 『비둘기는 하늘의 쥐』에서 「상업 그런지」로 작곡 크레딧에 멤버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1집 이후 밴드를 탈퇴하여 게임사 위메이드에서 《미르의 전설》등 다수의 게임을 히트시킨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음악계로 돌아와 제이드키(Jade Key)라는 예명으로 전자음악에 기반한 알앤비를 구사하는 팀인 의 데뷔반 『Dear Heart』(2017)를 발표하였다.



07. 김태윤


노이즈가든, 블랙신드롬을 거쳐 『후일담』에 드러머로 참여했다. 2집의 상업적 실패 후 밴드를 탈퇴하였고, 거리의시인들 출신의 래퍼 리키피와 함께 조이박스를 거쳐 슈퍼특공대를 결성하였다. 아쉽게도 두 팀 역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08. 정재일


1997년 한상원, 이적 등이 결성한 슈퍼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후, 재즈드러머 김책과 함께한 『The Methodologies』(2009), 소리꾼 한승석과 함께한 『바리 Abandoned』(2014) 등 재즈&크로스오버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아티스트. 키보드 및 베이스로 『후일담』에 참여하였다.



09. 주노3000 (윤준호)


델리스파이스의 베이시스트 윤준호가 시도했던 전자음악 프로젝트 활동명. 윤준호는 이석원과 함께 하이텔 모소모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후일담』의 수록곡 「어제 만난 슈팅스타」의 베이스를 연주하였다.



10. 이호준


90년대 후반 한국의 Van Halen이라 일컬어지던 존도우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동명 음반 『John Doe』(1997)을 발표한 경력이 있는 아티스트. 3집 발표 이전 잠시 재적하며 『2001 Ssamzie Sound Festival』의 실황음반에 참여하여 한 곡의 녹음을 남기고 이능룡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11. 황현성


노브레인의 창단멤버이자 드러머. 공연장에서 간혹 보컬 이성우와 포지션을 바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꿈의 팝송』에 코러스로 참여하였다.



12. 김경모


이스페셜리웬, 줄리아하트를 거쳐 『급진은 상대적 개념』(2015) 로 알려진 선결의 기타리스트로 활동중인 아티스트이자 포크뮤지션 이랑의 최근작 『신의 놀이』를 제작한 소모임음반의 대표. 이석원과는 모소모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꿈의 팝송』에 코러스로 참여하였다.



13. 이지형


『Our Nation 2』(1997)에 참여한 위퍼의 프론트맨으로 시작하여, 어쿠스틱에 기반한 3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한 솔로 아티스트이자, 대중들에게는 토이의 히트곡 「뜨거운 안녕」(2007)으로 잘 알려진 보컬리스트. 위퍼 시절 언니네이발관과 함께 『Indie Power 1999』에 참여한 바 있다. 『꿈의 팝송』과 『순간을 믿어요』에서 코러스를 맡았다.



14. 폐인


『꿈의 팝송』의 라이브 및 『순간을 믿어요』의 스튜디오 키보드 세션을 담당한 뮤지션. 절친한 친구였던 故이상문의 소개로 언니네이발관의 세션으로 합류한 듯하다. 전대정과는 블랙메탈밴드 칼파에 함께 적을 두었던 인연이 있다. 세션 활동을 마친 후, 데스메탈 밴드 문샤인의 멤버로 『Songs Of Requiem』(2005)를 발표했고, 이후 밴드 어둠을 결성하여 한국 최초의 고딕메탈이라 할 수 있는 『a doom』(2007)을 발표하며, 한국 익스트림 씬에 족적을 남겼다.



15. 정순용(토마스쿡)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와 함께 한국 모던록 계열 밴드 중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이앤트메리의 보컬리스트를 거쳐, 솔로 프로젝트 토마스쿡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KBS라디오 《이적의 Dream On》(2004)에서 이석원과 함께 ‘락의 로망’이라는 고정 코너를 맡기도 했다. 『순간을 믿어요』의 수록곡 「키다리 아저씨」의 게스트 보컬 및 몇몇 곡의 코러스로 참여하였다.



16. 정무진


언니네이발관의 세션으로 출발하여 정식 멤버로 『꿈의 팝송』과 『순간을 믿어요』의 다수 곡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A-ha Duran Duran, Tears For Fears 등을 좋아하던 정무진의 취향은 이석원과 유사했고, 음악적 취향이 이석원은 그를 두고 ‘곡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 평하였다. 언니네이발관 탈퇴 후, 락타이거즈의 기타리스트 이민재와 함께 재즈적인 터치가 가미된 모던록 밴드 더캔버스를 결성하여 『Railroad Crossing』(2006) 등을 발표하였고, 최근에는 이용원(前 옐로우몬스터즈), 강민석(前 위퍼)과 함께 소닉스톤즈를 결성하여 『Born』(2017)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7. 유정균


흑인음악에 기초한 훵크록을 구사하는 밴드 세렝게티의 리더이자, 『외롭지 않을 만큼의 거리』(2012)를 발표한 바 있는 솔로 아티스트. 그리고, 2004년 탈퇴한 정무진의 자리를 빈틈없이 메꾸며 언니네이발관에서 ‘마지막 객원 멤버’의 위상을 취득한 베이시스트이기도 하다. 이석원은 그의 솔로음반을 두고 ‘삶의 궤적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는 뮤지션’이라 평한 바 있다.



18. 임주연


2002년 제1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이자, 데뷔작 『상상』(2007)으로 대중의 좋은 반응을 끌어낸 아티스트. 2008년 이후 언니네이발관 공연의 라이브 세션으로 참여했으며, 『가장 보통의 존재』의 수록곡 「산들산들」의 피아노 세션을 담당했다. 이능룡이 주연으로 참여한 《설마 그럴 리가 없어》(2012)에 조연으로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19. 배선용


킹스턴루디스카를 거쳐 서영도일렉트릭앙상블, 스카포앙상블, 김현일의매일노넷 등의 멤버이자, 솔로 앨범 『Bugler's Holiday』(2012)를 발표하기도 한 트럼펫 연주가. 『가장 보통의 존재』의 수록곡 「의외의 사실」, 「알리바이」와 『홀로 있는 사람들』의 수록곡 「마음이란」에서 트럼펫 세션으로 참여하였다.



20. 아이유


『홀로 있는 사람들』의 수록곡 「누구나 아는 비밀」에 보컬로 참여하였다. 이석원은 짧고 간결하지만 복잡한 구성을 가진 이 곡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오래 곡을 다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유가 1년 전에 섭외를 받았다고 하니 그 기간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아이유는 평소 방송에서 혁오, 가을방학, 언니네이발관 등의 팬임을 자처해왔던 이력이 있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아래 영상 참조) 언니네이발관의 작품은 ‘앨범 지향적’이라 보컬에 다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모든 싱글이 각자의 완결성을 지닐 수 있도록 고심했던 마지막 음반이었기 때문에 이 곡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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